[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감독도 문제지만,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뛰는 것처럼 소속팀에서도 뛰어도 베스트로 출전할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현역 프로팀 감독 A)

 

축구는 단체운동이다. 팀이 아닌 내가 두드러지면, 팀이 무너진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경기를 치른 한국 대표팀이 그렇다. 한국은 7라운드 현재 4승 1무 2패 승점 13점으로 A조 2위다. 1위 이란과 승점 차이는 4점,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차이는 1점이다. 순위가 불안감을 누를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치른 중국 원정에서 패하고, 28일 시리아 경기에서 1-0으로 겨우 이겨서가 아니다. 최종예선 행보가 그랬다.

 

전술과 전략을 떠나 대표팀은 뭉쳐서 힘을 내지 못한다. 국위선양과 명예 같은 무거운 단어를 쓸 필요도 없다. 한국은 드리블에 치중했고, 공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공을 빼앗기니 동료 선수들이 더 뛰어야 했고,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른 시간에 나온 세트피스 골이 아니었다면 질 수도 있었다.

 

축구 감독과 선수는 보수적이다. 사석이 아닌 이상 자신이나 팀의 잘못을 잘 지적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라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주장 기성용이 한 이야기는 묵직했다. “나도 주장으로서 선수들한테 좋은 이야기를 해 주고 자신감을 심어줬는데, 이번 2연전 통해서 선수들 경기력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선수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환경을 만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책임자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치를 때, 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슈틸리케는 사심 없는 선수 선발로 칭찬 받았고, 선수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다. 선수들은 매 경기 탈진할 정도로 뛰었고,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팀플레이가 마음을 흔들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을 무실점 전승으로 통과한 게 독이었을까?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 그리고 대한축구협회까지 모두 그 달콤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후 경쟁구도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누구나 대표팀 선발 명단을 90% 이상 예측할 정도다. 이런 고집은 대표팀 명단을 채우지 않고 19명만 선발하는 비상식으로 이어졌다. 협회는 감독을 견제하지 못했고, 코칭스태프 결원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선수 선발은 메시지다. “언제든 대표팀은 열려있다”라고 말해도 선수들은 명단만 보면 다 안다. 허용준 선발은 그야말로 ‘깜짝 발탁’이다. 맥락 없는 깜짝 선발은 다른 선수를 실망하게 할 뿐이다. 대표팀 내부에도 악영향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전이 유력한 선수들은 마음 속으로 안도한다. 안심은 부주의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대표팀은 생기를 잃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이 혼다 게이스케도 후보로 내리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과 비교된다. 

 

전술적인 실패든 상대가 강하든 간에 개인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은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만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개인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꾸짖지도 않았다. 개인플레이 하는 선수를 다시 선발하고 다시 출전시키면 팀 플레이는 무너진다. 중심 선수라도 팀을 해치면 출전시키지 않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팀을 위해 뛸까? 

 

주장 기성용은 위기를 감지하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냈다. “감독 전술과 전략이 아닌 선수 개개인의 기량 문제”라든가 “선수라면 부담 속에서도 플레이 보여줘야 한다. 그게 되지 않았을 때는 어려움이 올 수밖에 없다”라는 말은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감독과 선수 모두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이렇게 스스로 무너졌다. 2차 예선보다 상대가 더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를 압도할 상대가 있었나? 기성용 표현대로 “상대가 기가 막히게 잘해서” 내준 골이 있었나. 한 현역 프로팀 감독은 “상대가 아니라 우리가 못한 것이다. 우리 것을 못하는 데 어떻게 상대를 이길 수 있겠나”라며 안타까워했다.

“시리아가 강하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 “최종예선에서 조금 더 강한 팀과 경기했다. 프레셔를 받으면서 결과와 승점을 못 가져오기 시작했다” 이런 말이 변명이 될까? 최종예선은 어렵다며 이해를 구하면서도 상대가 강하게 나올 것은 몰랐다고? 모순이다. 구성원도 모르는 사이에 대표팀은 힘을 잃고 있었다.

 

시리아는 팀이 지닌 힘을 잘 보여줬다. 투박하지만 한 팀으로 한국을 몰아 붙였다. 한국은 알고도 당했다. 아무리 실력이 부족한 단체라도 개인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 슈틸리케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 교체로 황의조를 넣으며 자신을 내세웠다. “내용면에서는 무승부였다.” 시리아 감독 이야기는 허풍이나 허세가 아니었다.

 

지금은 어떤 감독이 와도 안 된다는 기성용 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은 한 팀으로 싸우지 못한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팀으로 뭉치지 못하면 어떤 감독이든 어떤 전술이든 어떤 선수든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표팀에 팀이 아닌 나만 있다면, 남은 3경기 결과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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