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최근 고전한 이유 중에는 파격적이지만 효율적이진 못했던 교체 카드가 있었다.

28일 한국이 1-0으로 승리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전에 교체 투입된 선수는 세 명이다. 후반 9분 고명진 대신 투입된 한국영은 전술적 모험이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빠르게 시정하는 의미가 있었다. 중국전 수비형 미드필더, 시리아전 오른쪽 윙어로 뛰며 슈틸리케 감독의 ‘특명’을 받았던 고명진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자 기성용의 파트너로 꾸준히 뛰어 온 한국영을 투입해 중원을 강화했다. 상식적인 교체였다. 후반 28분 황희찬 대신 이정협이 투입됐다.

시선을 끈 건 경기 종료를 4분 남겨놓고 구자철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황의조였다. 황의조는 25일 K리그 챌린지 경기를 소화한 뒤 뒤늦게 합류했다. 경고누적으로 빠진 지동원 대신 나중에 합류할 때부터 최근 프로 무대에서 부진한 선수를 굳이 소화해야 하냐는 논란이 일었고, 슈틸리케 감독은 막판에 투입했다.

시리아가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고 있던 경기 막판에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한 점, 그 공격수 황의조의 컨디션이 나빴던 점 등 평범하지 않은 교체였다. 딱히 효과는 없었다. 황의조는 수비 가담 위주로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뛰다가 경기를 마쳤다.

최초 선발 자원이 아니라 뒤늦게 소집된 대체 선수라는 건 황의조보다 앞선 순위의 공격 자원이 많다는 뜻이다. 공격 강화나 공격 전략 변화를 노렸다면 K리그 클래식에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김신욱이 더 좋은 카드일 수 있었다. 한국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굳이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넣을 필요는 없었다. 김보경이나 정우영 등 미드필더를 넣으면 더 수비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독특한 교체는 앞선 23일 중국에 0-1로 패배할 때도 화제를 모았다. 후반 39분 윙어 남태희 대신 허용준을 투입했다. 허용준은 대표팀 발탁 자체가 파격이었던 신예 선수다. 한 골 차로 지고 있는 가운데 허용준 투입은 큰 모험이었고,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돌파와 킥으로 그나마 위협적인 공격 루트를 만들고 있던 남태희가 빠지며 한국 공격이 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선발 선수들이 경기를 풀지 못할 때 교체 멤버들이 흐름을 바꾼 좋은 예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홈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이 대표적이다. 한 골 차로 끌려가던 후반전에 투입된 김신욱은 위력적인 헤딩 경합으로 남태희, 구자철의 골에 간접적인 도움을 줬다. 후반에 김신욱을 투입하는 ‘플랜 B’가 한국의 가장 위력적인 전술이었다. 그러나 가장 위력적인 교체 카드 김신욱이 중국전부터 통하지 않으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후반 운영은 혼란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교체 투입되는 선수와 이에 따른 전술 변화는 선수단 전체에 강렬한 메시지를 준다. 특히 중국전처럼 끌려가는 상황이나 시리아전처럼 간신히 앞서고 있을 때는 선수들도 감독의 교체 지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럴 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선수가 투입된다면, 전술적 효과를 내지 못했을 경우 선수들의 의구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교롭게도 가장 큰 논란 속에서 선발한 두 선수를 경기 막판 투입했다. 좋은 활약을 했다면 감독의 혜안이 인정받았겠지만 둘 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별 활약 없이 경기를 마쳤다. 김신욱 투입이 어느 정도 간파당한 지금 더 설득력 있는 교체 전략이 필요해졌다. 신예 선수나 최근 컨디션이 나쁜 선수를 굳이 교체로 투입하는 건 승률을 낮추고 논란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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