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아마도 우리는 일요일 경기에서 패배할 것이다(we will probably lose the game on Sunday)”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주제 무리뉴 감독이 패배를 예견했다. ‘스페셜 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탁월한 승부사이지만,. 앞으로 펼쳐질 경기에 대한 패배 예측은 의외다. 물론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무리뉴 감독은 “그래도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맨유가 처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선수들을 독려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맨유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트라포드에서 로스토프를 상대로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을 가져 1-0으로 승리했고, 1차전 합계 2-1로 8강에 안착했다. 유로파리그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4위라는 목표를 향해 나름의 순항을 하고 있지만 무리뉴 감독의 얼굴은 어두웠다.

무리뉴의 패배 예측
맨유는 이날 경기에서 후반 25분 후안 마타가 기록한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했다. 득점은 한 차례밖에 없었지만 내용은 압도적이었다. 90분간 기록한 점유율은 69%에 달했고 슈팅 수 역시 18대 5로 우세했다. 최근 어려운 경기 일정으로 인해 선수들의 체력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지만, 로프토스전 승리의 분위기를 이어가 19일 펼쳐질 미들스브러와의 리그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노리는 것이 정도다. 이후 A매치 휴식기를 통해 선수단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마도 패배할 것”이라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자칫경기에 나서기도 전에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팬들의 기대를 꺾을 수 있는 말이다. 전장에 나서는 장수(將帥)는 1%의 가능성에도 동기를 부여하고, 선수단에 사기를 불어넣어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로스토프전에 앞서 “어려운 상황이다. 팬들이 더 많은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보내줘야 한다”고 했던 상황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맨유는 경기에 앞서 로스토프 원정, 첼시 원정을 치렀다.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이 드러났다. 동시에 부상과 징계로 인한 이탈이 발생했다. 이날 경기에서 맨유는 모든 면에서 앞선 듯 하지만, 후반 막판부터 선수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졌고, 위기의 상황을 노출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동시에 “적이 너무 많다”고 했다.

싸워야 할 ‘적(敵)이 너무 많은 맨유
무리뉴 감독이 언급한 적은 그라운드에서 마주한 상대 팀이 아니다. 로스토프전으로 인해 더 어려워진 상황 자체가 맨유의 적이다. 로스토프전을 통해 맨유는 폴 포그바와 달레이 블린트가 새롭게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웨인 루니가 이미 부상자 명단에 있고, 로스토프전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나서지 않은 마르쿠스 래시포드 역시 정상의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안더르 에레라는 징계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하다. 

여기에 일정도 맨유에게 악재다. 통상적으로 목요일에 유로파리그 경기를 가지면 월요일 저녁에 리그 경기를 소화하지만, 맨유는 일요일인 19일 낮에 경기를 배정받았다. 17일 금요일 하루 동안 회복과 다음 경기에 맞는 전술훈련을 모두 소화한 후 18일에는 미들스브러로 이동해야 한다. 다가올 라운드는 라운드는 선수들이 각자 자국 대표팀에 소집되어야 하기에 월요일에 경기가 없다.

맞붙는 상대는 리그 19위 약체 미들즈브러다. 미들즈브러 구단은 지난 16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아이토르 카랑카 감독을 경질했다. 지난 해 12월 이후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해 승리의 DNA가 실종된 상황이지만, 대부분 팀들은 감독 경질 직후 반등의 효과가 강하다. 미들스브러 역시 대부분 선수들이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있다. 맨유의 입장에서는 상대의 강한 정신무장의 계기 역시 악재다. 

각종 악재에 쌓인 무리뉴 감독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맨유를 어렵게 하고 있다. 그래도 싸워야 한다”며 “(로프토스전에서) 선수들은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일요일 경기에서 아마도 패배할 것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승부에 대한 포기의 의미는 아니다. 무리뉴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서 선수들을 독려함과 동시에 자극하며 위기의 돌파구를 찾는 듯 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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