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유럽 국적의 축구 스타들이 아시아나 미국으로 가는 건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었지만, 올여름엔 남미로 향하는 선수들이 유독 많다. 이적시장이 얼마나 ‘글로벌’해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의 스타 수비수였던 후안프란은 최근 브라질 명문 상파울루에 입단했다. 34세 나이에 아틀레티코와 계약을 마친 뒤 새 팀을 찾던 후안프란은 브라질의 상파울루와 코린치안스, 미국의 시카고파이어 등 여러 팀과 접촉한 끝에 상파울루행을 택했다. 계약기간은 1년이며 1년 연장 옵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안프란은 레알마드리드 유스 출신으로서 스페인에서만 축구 선수 생활을 해 왔다. 남미와 딱히 접점은 없다. 상파울루 사상 두 번째 스페인 선수다. 서로 뜻밖의 만남처럼 보인다. 이번 이적을 두고 “여러 흥미로운 제안을 받은 뒤 비교를 해 봤다”며 순수하게 직장으로 비교할 때 상파울루가 매력적이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상파울루는 포지션이 겹치는 다니 아우베스를 영입한 뒤에도 후안프란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았다.

후안프란에 앞서 이탈리아 대표 출신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로시가 아르헨티나 명문 보카주니어스에 입단했다. 데로시는 후안프란보다 더 심하게 한 곳에만 머문 선수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태어났고, 유소년 시절부터 올여름까지 AS로마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러다가 팀을 옮길 때가 되니까 파격적으로 먼 곳까지 날아가 버렸다. 로마 선수로 인연을 맺은 니콜라스 부르디소 보카 디렉터가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풍운아’ 마리오 발로텔리도 남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발로텔리는 인테르밀란, 맨체스터시티, AC밀란, 리버풀, 니스, 올랭피크드마르세유 등 여러 팀을 전전했다. 가장 최근 소속팀이었던 마르세유에서 단 12경기 만에 8골을 넣을 정도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발로텔리는 ‘퇴물’이 되어 남미행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플라멩구의 적극적인 제안을 고려하는 중이다. 플라멩구는 반년 계약을 제안했다.

보카와 플라멩구의 공통점은 ‘2019 코파리베르타도라스’에서 8강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코파는 남미의 챔피언스리그에 해당하는 대회다. 유럽과 달리 1월에 시작돼 11월에 끝난다. 애매한 처지에 있는 유럽의 스타를 데려다가 8강 이후 경기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플라멩구의 경우 코파에서 우승한지 38년이나 됐다는 점 때문에 발로텔리를 더 적극적으로 원한다.

과거에도 유럽의 스타 선수가 말년에 남미로 진출하는 예는 종종 있었다. 클라렌스 시도르프는 2012년 36세에 AC밀란을 떠나 브라질의 보타포구로 이적한 바 있다. 축구의 세계화가 갈수록 더 진전되면서 올여름에는 여러 유럽 스타들이 남미로 향한다. 이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명문팀은 거리가 멀 뿐 유럽팀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는 직장으로 취급받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선수에게는 오히려 더 매력적인 환경이다.

사진= 다니엘레 데로시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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