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유지선 기자= 인천유나이티드가 FC서울을 상대로 잘 싸우고도 두 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골 결정력 차이가 경인더비의 성패를 갈랐다.

1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경기에서 서울이 인천에 2-0 승리를 거뒀다. 인천을 꺾은 서울은 4경기 만에 값진 승전보를 울렸고, 반대로 인천은 4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K리그에서 치열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경인더비였다. 전력 차이와 순위 등을 고려했을 때, 인천은 매번 도전자 입장에 가까웠다. 그러나 경인더비는 객관적인 전력과 무관하게 매번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다. 최근 6경기에서는 오히려 인천이 3승 3무로 앞섰다.

인천 팬들은 경인더비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일찌감치 경기장에 모였다. 인천 선수들을 태운 선수단 버스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우렁찬 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들을 맞이했고, 선수단 버스의 동선을 따라가면서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유상철 감독은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장에 도착하자마 코칭스태프에게 말했다”던 유 감독은 “팬들이 저렇게 해주시는데 나 같으면 미친 듯이 뛰겠다고 했다. 선수들도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분명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경기 전부터 인천의 투지를 경계했다. 경기 직전 취재진과 만난 최 감독은 “인천이 하위권에 있지만 내용은 상당히 좋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고,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은 코치 시절부터 상대하기 힘들었던 팀이다. 완벽하게 승리를 거둔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쉽지 않은 경기를 예고했다.

최 감독의 예상대로였다. 인천은 전반 초반부터 많이 뛰면서 전방에서부터 서울을 강하게 압박했고, 전반전 볼 점유율을 팽팽하게 유지했다. 인천 이적 후 첫 출전한 김호남도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왼쪽 측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김호남은 전반 23분 반대편의 정훈성을 보고 적절하게 방향을 전환하는 등 영리한 플레이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그러나 박주영과 박동진이 고립됐던 서울도 전반전 중반 이후 서서히 공격의 매듭을 풀어가기 시작했다. 팽팽한 균형을 깬 것도 서울이었다. 전반 45분 박동진이 넘겨준 공을 이어받은 고광민이 문전에서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하면서 인천의 골망을 흔든 것이다. 인천은 무려 6명이 문전에 있었지만, 박동진에게 견제가 집중된 찰나에 고광민에게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전반전에 많은 힘을 소진한 인천은 후반전 체력 저하가 확연했다. 후반 초반 주도권을 서울에 내줬고, 라인 간격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잖았다. 압박도 상대적으로 느슨해졌다. 체력 저하가 도드라지자, 유상철 감독은 후반 초반부터 이제호와 김동민을 빼고 최범경, 김진야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교체로 변화를 준 이후 인천이 흐름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후반 26분 문창진이 문전에서 마무리한 슈팅이 골로 이어지지 않았고, 후반 27분에는 무고사가 왼쪽 측면에서 찬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겨갔다. 서울은 인천의 조급함을 역으로 이용했다. 후반 37분 역습 상황에서 박주영이 수비수 사이로 빠르게 쇄도했고,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공을 가볍게 차 넣어 인천의 추격의지를 꺾었다.

인천보다 적은 슈팅 횟수에도 승리를 챙긴 서울, 결국 골 결정력이 경인더비에서 양 팀의 희비를 가른 결정적 차이가 됐다. 인천은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고, 반면 서울은 만족스럽지 않은 흐름 속에서도 기어코 골을 만들어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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