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2018/2019시즌의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수도 로마의 두 팀이 애매한 시즌을 보내는 지금, 이탈리아 남부의 왕은 나폴리다. 나폴리는 AS로마를 완벽한 경기로 굴복시키며 자신들이 얼마나 훌륭한 팀인지 역설했다.

31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18/2019 이탈리아세리에A’ 29라운드를 치른 나폴리가 로마를 4-1로 대파했다. 나폴리는 19승 6무 4패(승점 63)로 2위를 달렸다. 선두 유벤투스와 승점 차가 15점이나 되지만, 한편 3위 그룹과의 승점차도 10점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하며 단독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나폴리의 조직력과 기술이 만들어낸 승리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나폴리의 작고 기술적인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선수 조합을 시도하고 있다. 로마를 상대로 아르카디우스 밀리크와 드리스 메르턴스가 투톱으로 나섰다. 왼쪽에는 시모네 베르디, 오른쪽에는 호세 카예혼이 배치됐다. 중앙 미드필더로 에너지 넘치는 알란과 함께 테크니션 파비안 루이스가 배치됐다. 주장이자 공격 에이스인 로렌초 인시녜가 오른쪽 내전근 부상으로 빠졌지만 여전히 강력한 공격이 구성됐다.

서로 다른 선수들이 넣은 나폴리의 네 골만 봐도 기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다. 전반 2분, 베르디가 살짝 찍어 찬 스루패스에 밀리크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달려가면서 몸을 360도 회전시킨 밀리크는 도는 와중에 발 뒤꿈치로 뜬 공을 트래핑하는 예술을 보여줬고, 타이밍 빠른 왼발슛으로 명장면을 완성했다.

로마가 전반 추가시간 디에고 페로티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후반전 역시 나폴리가 일찌감치 앞서나갔다. 후반 5분 메르턴스의 슛이 수비에 맞고 굴절된 뒤 카예혼이 문전으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이때 수비 배후로 몰래 침투한 메르턴스가 노마크 상태에서 공을 밀어 넣었다.

후반 9분 추가골 상황을 보면 나폴리의 기동력이 잘 드러난다. 로마의 코너킥을 막아낸 뒤, 나폴리가 순식간에 반격했다. 루이스가 왼쪽 측면에서 질주해 올라갈 때 나폴리 공격은 4명, 로마 수비는 2명이었다. 수비 2명이 허겁지겁 더 합류했지만 그 전에 문전에서 베르디가 패스를 받아 정확하게 차 넣었다.

부상 당한 메르턴스를 대신해 투입된 아민 유네스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재차 투입된 공을 우나스가 잽싸게 잡았고, 오른발 슛이 막히자 공을 다시 따낸 뒤 왼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나폴리는 전반적으로 기민한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꿔가며 패스를 돌렸다. 로마 미드필더들의 견제가 무색하게 나폴리 의 패스는 수월하게 순환했고, 자주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슛 시도에서 20회 대 13회로 나폴리가 우세했다. 유효 슛 시도는 10회 대 3회로 더 큰 차이가 났다. 점유율은 60.9%였고, 패스 성공률도 90% 대 81%로 나폴리가 우세했다. 공중볼 빼고 모든 면에서 나폴리가 압도한 경기였다.

특히 최근 A매치에서 스페인 대표팀에 소집됐다 고열 증세로 조기 이탈했던 루이스는 왜 스페인 미드필드에 필요한 인재인지 잘 보여줬다. 루이스는 개인 점유율 9.4%로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공 소유 시간을 보여줬다. 볼 터치도 110회로 가장 많았다. 그러면서 패스 성공률 95%, 동료의 슛을 이끌어낸 패스 3회, 드리블 돌파 2회, 가로채기 2회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플레이를 했다.

 

로마의 ‘장신 축구’가 만든 건 단 한 골

로마가 나폴리보다 앞선 유일한 덕목은 신장이었다. 로마는 193cm 에딘 제코를 최전방에 세우고, 186cm 윙어 파트리크 쉬크를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196cm 스티븐 은존지와 186cm 브라이안 크리스탄테를 동시에 세웠다. 기술 좋은 선수들을 다수 포기한 대신 장신 선수들을 우겨넣은 선수 구성이었다.

전반전 동안 로마는 공중볼을 통한 공격을 5회 시도한 반면 나폴리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다. 제코는 공중볼을 따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좌우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오히려 동료들에게 크로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자신 외에도 장신 선수가 많은 선수 구성이 이런 전술을 가능케 했다. 은존지와 크리스탄테가 번갈아, 혹은 동시에 문전으로 달려들어 헤딩 경합을 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 로마의 동점골이 고공 플레이에서 나왔다. 제코의 크로스를 은존지가 헤딩으로 받아냈다. 이때 170cm에 불과한 마리오 후이가 헤딩 경합을 할 때 팔을 드는 자세를 취했고, 이 팔에 공이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디에고 페로티가 킥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원 포인트’ 공략만으로 상대하기에 나폴리는 너무 강한 팀이었다. 로마는 느린 미드필더 구성과 공격진에서 발생하는 잦은 실수 탓에 중원 장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어정쩡한 선수단,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부임 이후 급조된 전술로 나폴리를 꺾는 건 어려웠다. 라니에리 감독은 머뭇거리다 후반 막판 작고 빠른 쳉기스 윈데르, 유스틴 클루이베르트를 투입하며 공격 전략을 바꿔봤지만 큰 효과 없이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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