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우리가 상주에 이기는 게 이변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30일 상주상무 경기를 앞두고 이변이라는 표현을 썼다.

 

예전 같으면 상주가 서울을 이기는 게 이변이었다. 최 감독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한 것이지만, 지난 시즌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치른 서울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최 감독은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목표는 5위다”, “우리는 주도하는 팀이 될 수는 없다”라고 말해왔다.

 

경기 내용은 상주가 주도했다. 상주는 슈팅 17개를 날리면서 서울을 압박했다. 전반 42분 윤빛가람이 걷어낸 공이 김경재에 맞고 자책골이 되면서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상주는 후반에 골을 만회하기 위해 공격 숫자를 늘리다가 역습을 당하며 무너졌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실점이 부담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감독도 “스코어는 2-0으로 이겼지만 사실 운이 좀 따라준 경기다. 평소 우리답지 않은 경직된 경기 운영을 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후반전에도 2주 휴식기 탓인지 몸이 좀 굳어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으나 선수단이 보여준 의지는 칭찬했다.

 

“무실점과 결과는 만족한다.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이전과는 다르게 강했다.”

서울 선수단은 모두 최 감독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수비부터 먼저 생각하며 일단 쉽게 골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이날 추가골을 넣은 정원진은 지난 시즌과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도전자라는 마음으로 서울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더 뛰고 있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무실점 때문이다. 최전방 (박)주영이형부터 한 발짝씩 더 뛰고 있다”라고 말했다.

 

4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골대를 지킨 유상훈은 “뒤에서 보고 있으면 확실히 든든하다”라며 “나도 무실점을 하는 동안에 실수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내가 실수를 하면 동료들이 막아주고, 동료들이 부족하면 내가 막는다. 모두 몸을 아끼지 않고 태클하고 수비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든든하다”라고 말했다.

 

운도 따르고 있다. 상주 미드필더 윤빛가람은 “경기를 잘하다가 내 실수 하나로 경기에 졌다. 실점하기 전까지는 우리가 확실히 경기를 더 잘했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도 “매 경기 실점을 내줄 수 있는 상당히 위험한 상황을 주고 있다. 하늘이 도와주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실점을 하겠지만 긍정적인 것은 수비에 대한 의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 말처럼 서울은 갈 길이 멀다. 다음달 2일에 하는 울산현대 경기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최 감독은 “울산은 우승권에 있는 팀”이라면서도 “우리는 도전자다. 잃을 게 없다. 한 발 더 뛰면서 싸우겠다는 마음으로 나서겠다. 울산에는 역부족이겠지만 좋은 시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은근한 투쟁심을 드러냈다.

 

독하고 단단해진 서울은 3월은 확실하게 매듭지었다. 4월에도 이 기세와 마음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