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이임생 수원삼성 감독은 이견을 보인 데얀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강수를 냈고, 대신 뛴 타가트의 맹활약으로 승리를 따냈다.

3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19’ 4라운드를 치른 수원이 인천유나이티드에 3-1로 승리했다. 3라운드까지 최소득점, 최다실점으로 전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떨어져 있던 수원의 시즌 첫 승이다.

 

“데얀이 내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해” 라인업에서 제외한 이임생 감독

경기 전 수원의 라인업은 데얀만 빼고 과거로 돌아간 듯 보였다. 라이트백 신세계, 미드필더 김종우와 최성근 등 경험 많은 기존 멤버들이 대거 포함됐다. 반면 원톱 자리에는 38세 베테랑 데얀이 아니라 올해 K리그로 처음 영입된 타가트가 포진됐다. 경기 전 이 감독을 만난 취재진은 데얀에 대해 물었고, 이 감독은 선발에서 제외하기까지의 과정을 살짝 밝혔다.

“데얀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자신에게 공을 많이 달라는 요구도 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공감하지 않고 디펜딩을 할 때(방어적인 태도를 보일 때)도 좀 있다. 그것 때문에 이해가 떨어질 수 있다.”

데얀은 감독이 요구하는 많은 활동량과 전술적 움직임을 소화하기보다 득점 가능한 지역에서 공을 받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이다. 앞선 3라운드 성남FC전에서도 선발로 나온 데얀을 빼고 타가트를 교체 투입했을 때 공격이 더 활발해지는 효과를 누린 바 있다. 마침 뒤늦게 영입된 타가트가 A매치 휴식기 동안 훈련을 받으며 수원 선수단에 많이 녹아든 상태였다. 이 감독은 속공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타가트를 택했다.

 

이임생 축구 구현 위해 잠시 빠진 데얀

인천전 승리 비결은 이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 선수들의 노력이었다. 주장 염기훈은 “A매치 휴식기 동안 선수들이 사적인 시간을 반납해가며 비디오 미팅으로 우리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2주일 동안 전술적 완성도를 높인 결과, 수원 경기력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염기훈은 수원이 나아진 점을 구체적으로 밝혔는데 여기서 타가트의 역할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공격할 때 크로스를 받는 공격수들이 가만히 서 있었다는 점을 파악하고, 전방으로 달려가며 크로스를 받도록 했다. 상대 수비를 압박할 때는 무턱대고 전진하며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 측면으로 상대를 몰아가는 플레이를 연습했다. 인천전의 경우 오른쪽으로 상대를 몰아가려 했고, 이를 위해 타가트가 왼쪽을 막고 오른쪽을 비워두는 방식으로 압박했다.

크로스를 받을 때 활발하게 전방 침투를 하는 것, 전방압박에 열심히 가담하는 것 모두 데얀과 띠동갑인 26세 타가트가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플레이다. 타가트는 이날 2골을 넣었는데 모두 크로스를 받으려 전방으로 침투하며 넣은 원터치 슈팅 득점이었다. 수원이 준비한 전술대로 된 것이다. 여기에 맞지 않는 데얀은 일단 벤치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데얀은 여전히 필요하다, 타가트와 투톱일 때가 베스트

이 감독은 데얀을 벤치로 내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얀을 비판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았다. 데얀이 여전히 수원에 필요한 선수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데얀의 나이가 많은 건 어쩔 수 없으므로, 교체투입된 뒤 페널티 지역 안에서 효과적인 위치선정으로 득점하는 역할을 맡겼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데얀의 요구에 따라 공을 많이 투입해주라고 지시했다.

타가트의 두 골 모두 원톱일 때가 아니라 데얀과 투톱일 때 나왔다. 수원은 타가트가 원톱인 상태에서 강한 압박으로 일단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데얀이 투입된 후반 16분까지 점수는 1-1이었다. 인천을 자기 진영에 웅크리게 만든 다음 타가트와 데얀의 투톱을 가동하기 시작했고, 데얀을 의식한 인천 수비가 분산되자 타가트가 날개를 달았다. 데얀이 투입되고 단 1분 뒤에 노마크 상태에서 타가트가 결승골을 넣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데얀과 타가트를 동시에 쓰는 4-4-2 포메이션이 강력하지만, 경기 내내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기 막판 골이 꼭 필요한 시간대에 쓸 수 있는 ‘필살기’ 조합이다. 선발은 원톱으로 하되, 후반에 공격수 한 명을 투입해서 투톱을 만든다. “데얀과 타가트를 동시에 쓰려면 사실상 4-4-2만 할 수 있다. 그래서 연습을 했다. 데얀이 먼저 들어가면 나중에 타가트, 오늘처럼 타가트가 먼저 들어가면 나중에 데얀이 들어왔다. 둘 다 다른 포지션에 놓을 수 없어 투톱을 해야 한다. 누가 먼저 들어갈지는 상대에 따라 다르게 가야 할 것이다.”

 

득점 선두 타가트 “데얀과 잘 맞는다”

현재까지 수원 공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타가트와 염기훈이다. 타가트는 수원의 5득점 중 3골을 혼자 넣어 리그 득점 1위에 올랐다. 2골(모두 PK) 1도움을 기록한 염기훈은 타가트와 함께 공격 포인트 공동 2위 그룹에 올라 있다.

타가트는 2013/2014시즌 21세 나이로 호주A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특급 유망주였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잉글리시챔피언십(2부) 풀럼에 진출했으나 총 2년에 걸친 유럽 생활 동안 후보에 머물렀다. 호주로 돌아온 뒤 1년 반 동안 리그 38경기 20득점으로 정상급 공격수의 면모를 되찾은 뒤 수원으로 이적했다. 두 번째 해외 진출은 성공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타가트의 각오다. 타가트는 호흡이 잘 맞는 동료들을 이야기하며 데얀, 염기훈, 전세진을 모두 거론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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