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울산] 류청 기자= “잘 가세요~ 잘 가세요~”

한 쪽은 바라던 마무리를 했고, 다른 한 쪽을 바라지 않았던 장면을 봐야만 했다.

울산현대와 포항스틸러스는 15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 경기 ‘동해안더비’를 했다. 두 팀은 159번째 동해안더비를 두고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을 하는 등 많은 공을 들였고, 관중 13,224명을 불러들였다. 팬들의 함성과 경기 결과를 가져간 쪽은 울산이었다. 울산은 후반 주니오와 이근호의 연속골로 승리했다.

경기 전부터 양 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사전 기자회견에서 김도훈 울산 감독은 “세 골을 넣겠다”라고 했고, 최순호 포항 감독은 “우리 팬들이 ‘잘 가세요’라는 노래를 듣지 않고 ‘잘 있어요’라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만들겠다”라며 맞섰다. 경기장을 찾은 양팀 팬들도 서로를 도발하는 걸개를 들고 나왔다.

분위기를 먼저 잡은 쪽은 울산이었다. 후반 32분, 울산은 포항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른 역습으로 골을 뽑았다. 주니오는 골을 넣고 날아올랐고, 폭죽도 함께 터졌다. 팬들은 며칠 전 딸을 낳은 주니오가 ‘요람 세리머니’를 할 때 크게 환호했다. 후반 40분에 이근호가 추가골을 터뜨리자 다시 한 번 문수월드컵경기장이 환호에 휩싸였다.

승리를 직감한 울산 팬들은 “승점 자판기”, “잘 가세요”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다. 경기가 끝나자 울산 팬들이 승리할 때 부르는 “잘 가세요” 노래가 울려 퍼졌다. 동해안더비를 홈 경기로 준비한 울산이 바라던 장면이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도훈 감독도 골이 터질 때마다 환호했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크게 웃었다.

“3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아무래도 홈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하다. 이근호가 추가골까지 넣어 팬들이 좀 더 빠른 시간에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는 기뻤다.” (김도훈 울산 감독)

“’잘 있어요’라는 노래 부르게 하고 싶었는데 결국 ‘잘 가라’는 인사를 들었다. 다음 번에는 ‘잘 가라’는 인사 아닌 ‘잘 있어요’ 듣게 하겠다.” (최순호 포항 감독)

경기를 준비하며 기자회견과 SNS를 통해 승리를 다짐했던 이근호는 골을 넣으며 승리를 도왔다. 이근호는 “’이근호 더비’라는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작은 이근호가 아닌 내가 골을 넣고 이겨서 기분이 좋다”라며 “오늘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관중이 1만 5천 명, 2만 명으로 계속 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근호는 이날 골을 넣고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에 울산에서 첫 골 넣고 했던 세리머니를 했다. 예전 울산팬들은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근호는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서도 팬들에게 큰 환호를 받았다. 이근호의 표정과 팬들의 표정은 이날 경기를 잘 설명해줬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과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으로 축구 열기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두 구단은 이 열기를 K리그 무대로 옮기고자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결과적으로 팬들도 많이 왔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 자세도 좋았다. 승리한 울산은 승점과 팬들의 환호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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