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한교원은 한 경기에서 1골 3도움을 올리는 엄청난 활약으로 교착 상태에 있던 경기를 혼자 뒤흔들었다.

15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에서 전북현대가 제주유나이티드를 4-0으로 대파했다. 전반 34분 한교원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10분 정혁, 후반 20분 이동국, 후반 25분 손준호의 골이 터졌다. 후반전 세 골 모두 한교원이 어시스트했다.

두 팀의 초반 공격은 모두 답답했다. 제주는 최근 12경기 무승(7무 5패)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었고, 이날도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 전북은 로페즈, 이승기, 임선영 등 공격적인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해 갑자기 2선 공격의 위력이 약해졌다. 최전방의 김신욱을 좌우 측면의 티아고와 한교원이 지원하고, 중앙에서는 손준호와 정혁이 중원 점유 및 득점 가담 임무를 맡았다.

두 팀의 공통점은 공격 루트가 막혀 있다는 점이었다. 제주는 4-4-2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을 썼다. 투톱 류승우와 김호남이 열심히 측면으로 벌려서며 윙어가 없는 전술의 약점을 보완해보려 했지만, 문제는 풀백이었다. 좌우 풀백인 김성주와 김수범이 오버래핑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반면 전북은 중앙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선수가 없기 때문에 측면 공격을 집요하게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오른쪽 풀백 이용을 활용한 크로스가 거의 유일한 공격 루트였다. 교착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 전반 21분 전북이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으나 김신욱의 슛이 이창근에게 막혔다.

공격을 풀어주는 유일한 선수는 한교원이었다. 한교원은 창의성이 부족한 경기에서 측면 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줬다. 측면에서의 침투와 드리블은 물론 순간적으로 중앙으로 이동하며 제주 수비를 교란하고, 적당한 타이밍에 패스를 연결하며 공격 흐름을 살렸다. 로페즈처럼 먼 거리를 드리블하는 모습은 보이지 못했고, 딱히 창의적인 것도 아니지만 침투나 패스 연결의 타이밍만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34분 선제골은 제주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한교원의 결정력이 빛났다. 신형민이 멀리서 스루 패스를 할 때, 이찬동이 몸을 날려 패스를 가로채려 했으나 살짝 스치는 데 그쳤고, 김원일은 순간 당황하며 걷어낼 기회를 놓쳤다. 김원일 뒤로 흐르는 공에 순식간에 달려든 한교원이 냅다 골을 터뜨렸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대각선 침투한 한교원의 집중력이 빛났다.

후반 10분 정혁, 김신욱, 한교원, 다시 정혁으로 이어지는 빠른 삼각 패스로 틈을 만든 뒤 정혁이 골문과 먼 곳에서 기습적으로 땅볼슛을 날렸다. 그리 강하지 않은 슛이었지만 패스가 돌아가는 것에 대응하느라 슛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이창근 골키퍼는 타이밍을 빼앗겼다. 오른쪽 측면을 떠나 순간적으로 중앙 공격수처럼 연계 플레이를 한 한교원의 기여가 있었다.

후반 20분 전북은 제주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제주 수비진이 조직력을 완전히 잃은 상황에서 한교원이 드리블로 교란한 뒤 패스했고, 이동국에게 슈팅 기회가 왔다. 이동국은 재빨리, 강하지 않지만 구석을 찌르는 특유의 슛을 날렸다. 이동국의 K리그 통산 213호골이 터졌다.

후반 25분 한교원은 특급 플레이메이커 같은 멋진 패스 기술까지 보여줬다. 실점 위기를 막아낸 뒤 바로 찾아온 속공 상황에서 한교원이 최전방으로 돌진했다. 한교원은 따라온 수비수 김성주를 엉덩방아 찧게 만드는 스루 패스를 했고, 이 공을 손준호가 마무리했다.

한교원은 승부가 벌어진 뒤에도 멋진 침투와 드리블에 이어 이동국의 슛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 경기 내내 활약했다. 한교원은 한 경기에서만 1골 3도움을 올렸다. 27라운드까지 한교원의 기록은 4골 2도움이었고, 이 경기를 통해 5골 5도움이 됐다.

전북은 종종 한교원을 아예 최전방으로 올리고, 이용이 오른쪽 윙어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공격적인 풀백 이용과 득점력을 갖춘 윙어 한교원의 조합은 전북의 오른쪽 측면에서 훌륭한 생산력을 내고 있다. 이날 전북이 창의적인 선수나 파괴력 있는 드리블러를 대거 잃은 상황에서도 네 골 차 대승을 거둔 원동력이 한교원에게서 나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