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8/2019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알리손 베케르는 ‘미래에서 온 골키퍼’라는 별명이 있다. 미래의 골키퍼를 차지한 팀은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AS로마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알리손을 7,250만 유로(약 959억 원, 조건부 금액 포함)에 영입했다. 리버풀의 약점이 단번에 해소됐다.

알리손은 브라질 명문 인테르나시오날을 거쳐 이탈리아세리에A의 AS로마에서 명성을 얻었다. 2016/2017시즌 후반기는 유럽 진출 후 과도기를 갖느라 벤치에 머물렀지만, 2017/2018시즌 단 1년 만에 세계 최고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알리손과 함께 로마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에 올랐다. 알리손은 브라질 대표 주전 자리도 놓치지 않았다.

알리손은 골대 바로 앞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뮌헨)와 같은 ‘스위퍼 키퍼’의 재능을 타고 났다. 노이어처럼 화려하게 경기 내내 돋보이는 선수는 아니지만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동료들에게 도움을 준다. 짧은 패스와 롱 킥이 모두 정확하고, 상대 공격수가 압박할 때 당황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기술도 겸비했다. 때론 화려한 발재간으로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알리손은 발재간 영상이 있는 드문 골키퍼 중 하나다. 지난 시즌 명장면 두 개로 자신의 발재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칼리아리를 상대할 때 공중에 뜬 공을 툭 차서 공격수의 압박을 빠져나가는 드리블을 성공시켰다. SPAL과의 경기에서 공격수가 패스 경로를 막으며 덤벼들자 발뒤꿈치 패스로 동료 수비수에게 안전하게 공을 전달했다.

골키퍼의 발재간은 자아도취적이고 과시적인 플레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을 상대로 필드 플레이어처럼 뛰려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독일의 노이어가 대표적이다. 과거 남미에서 주로 배출된 르네 이기타 등 화려한 골키퍼들도 이런 성격이 강했다.

알리손은 브라질 선수의 발재간과 현대 유럽 선수의 전술 이해도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이면서 동시에 실용적이다.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로마 감독은 “알리손은 미래의 골키퍼다”라고 요약한 바 있다.

알리손이 활약한 로마는 2017/2018시즌 세리에A에서 38경기 28실점으로 최소실점 2위를 기록했다. 강력한 수비진을 자랑하는 유벤투스(24실점)에 이은 기록이었다. 알리손은 경기당 2.9개의 선방으로 선방률 80.1%를 남겼다. 세리에A 최고 기록이다. 무실점 경기는 17회였다.

특히 골문 앞에서 날아드는 슛을 능숙하게 막고, 2차 방어까지 잘 한다는 것이 알리손의 가장 큰 장점이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의 선방률은 세리에A 지난 5년을 통틀어 최고였다.

특히 기대실점(xG) 수치와 비교해 보면 알리손의 영향력이 잘 드러난다. xG는 득점 상황의 질을 따져 얼마나 결정적인 득점 기회였는지를 반영하는 수치다. 이 분석에 따르면 로마는 지난 시즌 36.31실점을 내줬어야 했다. 이를 28실점으로 떨어뜨린 건 알리손의 능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패스 성공률은 78.9%였다. 골키퍼는 롱 패스를 많이 시도할수록 패스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패스의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 알리손의 롱 패스 정확도 55.2%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세리에A에서 롱 킥의 성공률이 50%를 넘기는 건 어렵다. 로마 동료 공격수 제공권이 최고 수준인 에딘 제코가 있어서 나온 수치이기도 했다. 로마는 알리손의 킥과 제코의 능숙한 공 확보 능력을 조합해 공격에 자주 활용했다. 짧은 패스 정확도 98.7%로 거의 빗나가지 않는 수준이었다.

방어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공을 걷어낸 횟수는 41회였다. 로마가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수비라인을 전진시켜 전방 압박하는 전술을 즐겨 구사했는데, 알리손은 넓은 공간을 혼자 책임지는 데 익숙하다.

‘스위퍼 키퍼’에 가까운 플레이스타일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책 실점(실점으로 이어진 실수)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수년 동안 골키퍼들의 자책 실점으로 골머리를 앓아 온 리버풀이 유독 주목할 만한 수치다.

리버풀은 2000년대부터 골키퍼들의 실수로 가장 많이 희화화된 팀 중 하나다. 페페 레이나(2005~2013) 골키퍼는 수비 범이가 넓어 전방 압박 축구에 잘 맞는 선수였지만 그만큼 실수가 잦았다. 자기 골대에 '더블 클러치'로 공을 집어넣는 것처럼 보이는 실수 장면은 한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뒤를 이어 영입된 시몽 미뇰레(2013~ )는 선방 능력이 좋은 대신 안정감이 떨어지는 '하위권 스타일'의 골키퍼였다. 로리스 카리우스(2016~ )는 플레이스타일 상 위르겐 클롭 감독과 잘 맞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실수를 연발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시즌 UCL 결승전에서 허무하게 승리를 날려버리는 실수로 골을 내주며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낙인이 찍혔다.

알리손은 이미 UCL과 월드컵을 통해 큰 대회에서도 자기 기량을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로마는 지난 시즌 21세기 최고 성적인 UCL 4강에 진출했다. 알리손은 세리에A보다 더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하면서 상대의 끈질긴 공격과 압박을 잘 버텨냈다. 세리에A와 달리 직접 뛰쳐나가 상대 공을 빼앗는 등 다양한 플레이를 해야 했다. 클롭 감독은 자신과 맞붙었던 알리손의 활약상을 직접 목격했고, 골키퍼 사상 최고 이적료를 투자하기로 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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