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고양] 김완주 기자= 2개월 동안, 전국 9개 도시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 3,000여 명이 각양각색 사연을 갖고 대형마트 옥상 풋살장으로 모였다. 우승의 영광은 ‘영국에 한 번 가보자’라는 일념으로 죽을 힘을 다해 뛴 FS혼에게 돌아갔다.

2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일산점 HM풋살파크 ‘AIA 바이탈리티 아레나’에서 ‘AIA 바이탈리티 2018 H-CUP 챔피언십(이하 AIA 풋살 챔피언십)’이 열렸다. 지역 예선을 통과한 성인부 20개팀이 우승 트로피와 홍콩행 티켓을 놓고 맞붙었다.

AIA 풋살 챔피언십은 글로벌 금융기업 AIA생명과 스포츠마케팅기업 HM스포츠가 함께 진행한 전국 규모 풋살 대회다. HM스포츠는 전국 9개 도시 대형마크 옥상에 HM풋살파크라는 옥외 체인형 풋살장을 운영하고 있다. AIA생명과 HM스포츠의 인프라가 만나 ‘동네축구 프리미어리그’를 표방한 대규모 풋살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5월 19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부산, 울산, 수원, 고양, 전주, 창원, 안산 등 전국 9개 도시 10개 구장에서 지역 예선이 치러졌다. 지역예선에 출전한 팀은 모두 363팀. 동네에서 공 좀 찬다는 사람 3,000여 명이 대회에 참가했다.

결선에는 각 지역예선을 1, 2위로 통과한 20개 팀이 참가했다. 결선 출전권을 얻은 팀이 불참할 경우에는 차순위 팀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우승팀에 내년 홍콩에서 열리는 ‘AIA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갔다. 홍콩 대회에서 상위 2팀 안에 들면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홈구장에서 결승전을 치를 수 있다. 참가자 모두 목표는 홍콩을 찍고 런던으로 넘어가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전남 구례에서 온 시골 청년들부터 대구-포항 연합팀까지

“저 친구들 정말 잘해요.” 대회 관계자가 녹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선수들을 가리치며 이야기했다. 전주 예선을 2위로 통과하고 결선에 오른 ‘구례FC’가 주인공이었다. 전라남도 농촌 도시 구례의 시골 청년들이 모여 대회에 출전했다. 유니폼 곳곳에는 구례의 자랑인 산수유와 철쭉 등을 홍보하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국 결선에 진출했지만, 16강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구례FC를 꺾은 팀은 안산 예선에서 올라온 ‘가즈아’라는 팀이었다. ‘가즈아’는 이번 대회를 위해 급조된 팀이다. 대구와 포항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들끼리 마음을 모았다. 창원 예선에서 기회를 놓쳐 안산까지 올라와 예선을 치렀고, 2위를 차지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연합팀이라고는 하지만 기량은 눈에 띄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중, 고등학교까지 엘리트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특히 골키퍼가 눈에 띄었다. ‘가즈아’팀의 골키퍼는 2013년 대구FC에 입단했었던 배인영. 현역 시절보다 배는 나왔지만 몸놀림은 재빨랐다. ‘구례FC’와의 16강 승부차기에서도 선방을 펼치며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가게는 잠시 비워두고’ 떡볶이집 사장님과 아이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유니폼은 광고판이나 다름없었다. 다니는 회사의 상호는 물론, 친구네 식당 이름도 유니폼에 새겼다. 유독 특이한 유니폼을 입고 나온 팀이 있었다. ‘압구정FC’는 검은색 면티 뒷면에 떡볶이 체인점 로고를 크게 인쇄하고 앞쪽에 번호를 달았다.

이 팀은 압구정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종업원들과 종업원 친구들을 데리고 나온 팀이다. 지난 5월에는 ‘축구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예선에 출전했었다. 그러나 입상에는 실패했고 “다시 한 번 나가보자”라는 사장님의 말에 수원 예선에 다시 출전해 결선에 진출했다. 가게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팀 이름도 ‘압구정FC’로 바꿨다.

‘압구정FC’는 대어를 낚으며 8강까지 진출했다. 16강에서 서울 예선 1위 ‘S아카데미’를 꺾었다. ‘S아카데미’는 손흥민의 친형인 손흥윤이 속해 있는 팀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압구정FC’는 경기 내내 상대에 끌려다녔다. 그러나 몸을 던지는 육탄방어로 승부차기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승부차기에서 ‘S아카데미’가 실축하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마자 감독 겸 응원단장 겸 사장님은 얼음물이 담긴 봉지를 흔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리곤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이모님, 저희 조금 더 있다가 갈 것 같아요. 가게 잘 부탁드려요.”

 

‘영국에 가자’ 목표달성한 풋살 최강팀

대회 우승은 풋살 동호인 사이에서 최강자로 정평이 난 ‘FS혼’이 차지했다. ‘FS혼’은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풋살대회를 제패하고 다니는 강자다. 다른 참가자들도 ‘FS혼’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으며 그들의 경기를 유심히 관전했다.

그러나 예선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조별리그에서 4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며 어렵사리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주장 조지홍은 “오늘 출근해서 일하느라 조별리그에 못 온 사람들이 있었다. 베스트 전력이 아니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토너먼트부터 완전체로 나선 ‘FS혼’은 압도적이었다. 최전방에 지청오와 수비의 조지홍이 중심을 잡았다. 지청오는 2012년 울산현대미포조선에, 조지홍은 천안시청에 입단했던 선수들이다. 내셔널리그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동네축구에서는 레벨이 달랐다. 선수 출신이 아닌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도 출중했다.

‘FS혼’은 연승 행진을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FK리그 소속 판타지아부천FS 선수들이 팀을 꾸려 나온 ‘지구방위대’를 만났다. ‘FS혼’은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열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막판 역전에 성공했고, 후반에 쐐기골까지 넣으며 우승과 홍콩대회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FS혼’은 반드시 우승을 한다는 각오로 대회 스폰서 ‘AIA생명’의 로고를 박은 새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출전했다. 이들이 우승을 원한 이유는 영국에 가기 위해서였다. 결승전에서 2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지청오는 “우승팀을 영국에 보내주는 다른 대회에도 여러 번 출전했었다. 그런데 나가는 대회마다 번번히 떨어졌다. 운이 계속 안 좋아서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드디어 우승을 했다”라며 기뻐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던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홍콩 대회에 나가게 되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다. 주장 조지홍은 “다들 연차 내고 가야겠죠?”라고 말하며 웃었지만 다른 팀원은 “사직서 내야 되나…”라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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