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KEB하나은행 K리그1'에서 2위 질주를 하고 있는 경남FC의 조기호 대표이사가 돌연 사직서를 던졌다. 기업구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시도민구단을 이끌며 지난 시즌 K리그챌린지(현 K리그2)에서 우승을 거두었고, 승격 후에도  ‘돌풍’을 이끄는 팀의 수장의 행동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 대표는 지난 16일 구단에 사직서를 냈다. 경남 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구단의 대표, 단장, 감독 등 수뇌부가 시즌 중 사임하는 경우는 성적 부진, 비리 연루 등 이유가 제한적이다.

경남의 상황은 사직서와 상황이 멀다. 18라운드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9승 5무 4패 승점 26점으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전북현대가 1위를 달리고 있고, 수원블루윙즈, 제주유나이티드, 울산현대 등 걸출한 기업 구단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 남은 일정을 잘 소화한다면 구단 최초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도 노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올 여름 무려 6명을 보강했다. 조 대표의 사직서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경남 관계자는 “조 대표가 평소 ‘당이 다른데 어떻게 남아있냐’는 말을 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며 “외압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평소의 조 대표를 아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고 내부의 추측을 전했다. 대표의 사직에도 불구하고 경남은 평소와 같이 흔들림 없이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

사실 조 대표 부임 초기에는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직 생활만 30년 넘게 했다. 축구는 잘 몰랐지만 도민을 위한 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팀을 이끌었다. 성적, 재정 안정화, 유소년 투자, 지역사회 공헌, 관중 증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조용히 팀을 이끌었다. 10명의 구단 직원들 중 일부는 조 대표 부임 초기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믿음으로 바뀌었다. 성적은 물론 내실까지 다졌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경남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너무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 마디로 최고다. 직원들 모두가 조 대표를 인간적으로, 업무적으로 좋아한다. 아마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경남의 A선수는 “애정을 가지고 구단을 이끌었다. 항상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대한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은 선수단 모두가 목격하고 경험했다”며 “정이 많은 분이고, 진심이 전해졌다. 선수단 모두를 아들처럼 대했던 분의 소식에 많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은 축구만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 아니겠나. 축구가 외적 요인에 흔들리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고 덧붙였다.
 
경남의 구단주는 경남도지사다. 지난 지방선거 후 새로운 도지사가 당선되었고, 이후 주요 출자출연 기관장 인선을 진행 중이다. 임기종료, 해임, 사퇴로 인한 공석을 채우는 작업 중이다. 조 대표는 인선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대표는 휴가 중이다. 외부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F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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