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EPL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인물은 모하메드 살라였다. 리버풀 소속 윙어 살라는 13일(한국시간) 홈 구장 안필드에서 열린 38라운드에서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해 4-0 대승을 이끌었다. 살라의 시즌 기록은 32골 10도움이다. 2,922분을 소화하는 동안 약 70분당 한 개씩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득점왕 경쟁이 시즌 최종전까지 치열했다. 동시에 열린 최종전에서 토트넘홋스퍼의 해리 케인이 레스터시티를 상대로 2골을 기록했다. 최종 득점 순위는 살라가 1위, 케인이 2위였다. 그 뒤를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21골)와 제이미 바디(레스터시티, 20골)가 이었다.

살라의 득점은 EPL에 팀당 38경기 제도가 도입된 1995년 이래 최다 골 기록이다. 앨런 시어러, 루이스 수아레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31골 기록을 넘어섰다. 살라는 총 19개 상대팀 중 17팀 골문에 득점했다. 역시 1995년 이후 EPL 최다 기록이다.

살라가 처음부터 슈퍼스타였던 건 아니었다. 겨우 4년 전, 살라는 EPL에서 실패자 신세였다. 두 팀을 거치며 차근차근 성장해 온 살라는 마침내 EPL 최강 득점원이 되어 잉글랜드의 파라오가 됐다.

 

유럽행 : 친선경기를 계기로 스위스 진출

살라는 이집트에서 최고 명문이 아니었던 엘모카우룬 출신이다. 유망주로 인정받고 있긴 했지만 확실한 실적이 없던 살라는 우연한 계기에 유럽 진출을 이뤘다. 2012년 이집트 포트사이드 경기장에서 일어난 폭동 참사 이후 스위스 구단 바젤이 이집트 U-23 대표팀과 자선 친선 경기를 가졌다. 이 경기에서 살라는 경기를 절반만 뛰고도 2골을 득점했다. 바젤은 곧장 살라를 훈련에 초청했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영입 발표를 했다.

바젤은 살라와 함께 스위스 슈퍼 리그에서 두 번 우승했다. 특히 두 번째 시즌인 2013/2014시즌 전반기만 뛰고도 유럽대항전에서 5골을 넣으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첼시행 : 과도기, 침체기

첼시는 2014년 1월에 열린 겨울 이적시장에서 살라를 서둘러 영입했다. 그러나 첼시에서 보낸 시간은 약 1년에 불과했다. 기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2013/2014시즌 후반기, 2014/2015시즌 전반기가 전부였다. 살라는 주제 무리뉴 당시 첼시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피오렌티나 : 속도를 이용하는 법을 처음 보여준 시즌

살라의 기량은 2015년 2월 피오렌티나로 임대 이적하면서 비로소 발휘되기 시작한다. 피오렌티나는 1년 반에 걸친 임대 계약을 맺고 살라를 데려왔다. 살라는 피오렌티나 소속으로 첫 이탈리아세리에A 경기, 첫 UEFA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모두 득점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빈첸초 몬텔라 당시 피오렌티나 감독은 살라를 잘 활용했다.

이때 살라가 보여준 플레이는 스피드를 활용한 배후 침투 위주였다. 그 스피드가 엄청나게 빨랐기 때문에 더 화제를 모았다. 측면에서 보여주는 돌파력보다 침투와 빠른 마무리 위주로 활약했던 시즌이다.

 

AS로마 : 처음 만개하기 시작한 득점력

살라는 피오렌티나와 임대 계약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은 임대 기간을 거부하고 로마로 팀을 옮겼다. 이후 구단 사이에 법적 분쟁이 일어났지만, 로마는 싸움을 각오하고 살라를 데려갔다. 그럴 가치가 있었다. 살라는 로마에서 첫 시즌인 2015/2016시즌 14골을 넣으며 생애 첫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이어진 2016/2017시즌에는 소화한 경기 숫자가 줄었지만 리그 득점은 15골로 늘었다.

이때 살라는 오른쪽 윙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위치에서 활약했다. 어느 포지션에 배치되든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살라 활용법은 한결같았다. 살라가 스피드와 마무리 능력만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살라는 수많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결정력이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어찌나 기민하게 상대 배후로 침투했던지 많은 득점 기회를 놓치고도 윙어 중 최고 수준의 득점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리버풀 : 지공에서도 잘 한다는 걸 보여준 시즌

이번 시즌 EPL로 돌아온 살라는 재주가 하나 늘었다. 지공 상황에서도 상대 압박을 견디며 공격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추가됐다. 리버풀 스리톱 동료인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가 빠른 템포에서 공을 주고받는 공격에 최적화된 선수들인 반면, 공격 템포가 조금 떨어졌을 때는 살라의 드리블이 필요하다. 특히 정적인 상황에서도 낮은 무게중심과 빠른 발놀림을 활용해 상대 선수 여러 명을 뚫고 공을 지켜내는 모습은 리오넬 메시를 연상시켰다.

마네와 피르미누가 폭발적인 에너지로 리버풀의 ‘헤비메탈’ 경기 방식을 유지하는 선수들이라면, 살라는 힘을 비축하고 있다가 마무리 패스와 슛을 담당했다. 이런 역할 배분은 완벽하게 작동했다. 살라는 EPL 득점왕을 차지했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1골이나 터뜨리며 결승 진출에 일조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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