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의 월드컵 스쿼드는 선발 명단을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선수로 이뤄졌다. ‘플랜 A’로 알려진 건 4-4-2 포메이션이지만 신태용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전술 변화 가능성을 암시했다.

1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에서 신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할 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엔트리 숫자인 23명이 아니라 ‘플러스 알파’ 5명을 더한 28명이 선발됐다. 6월 3일에는 23명으로 축소, 확정된 명단이 최종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출국하게 된다.

국가대표 명단은 대부분 그 나라의 포메이션을 반영하게 된다. 가장 많이 쓸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선수를 두 배 뽑고, 골키퍼를 한 명 추가하면 23명 엔트리가 완성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포백을 쓰는 나라라면 수비수가 8명 선발되고, 투톱을 쓰는 나라라면 스트라이커가 4명 선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를 바탕으로 변칙 전술을 위해 필요한 선수가 일부 포함된다.

그러나 한국의 28명 명단은 4-4-2 포메이션을 토대로 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측면 미드필더 및 공격형 미드필더로 깜짝 발탁된 이승우, 문선민은 4-3-3이나 4-2-3-1에 더 어울리는 선수들이다. 센터백이 6명이나 선발된 것은 스리백 가능성을 암시한다.

신 감독은 “플랜A는 4-4-2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바뀔 수도 있다”라고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신 감독은 “문선민, 이승우가 선발된 배경도 거기에 있다. 4-4-2에서 그런 선수들이 뽑히면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포메이션이 바뀌면 활용도가 달라진다. 자세하게 이 자리에서 말씀은 못 드린다. 플랜A와 B는 바뀔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되돌려보고 시뮬레이션 했을 때 좋은 부분 가져가기 위해 이렇게 뽑았다”라고 말했다.

문선민과 이승우 발탁은 원톱 전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센터백 숫자가 많은 점에 대해 신 감독은 “3백, 4백을 같이 들고 가기 위해 뽑은 부분이 있다”고 했다.

두 가지 모두 신 감독이 익숙하게 활용해 온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열린 U-20 월드컵을 복기해 보면, 신 감독은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3-4-3 포메이션을 병행했다. 신 감독이 암시한 이승우의 윙어 활용과 스리백 도입 모두 익히 구사해 온 전술과 일치한다.

신 감독은 전략 수정에 따른 위험부담도 잘 알고 있다며 “분명 리스크가 있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플랜 A와 플랜 B가 바뀔 수 있게 됐다. 자신 있던 부분을 버리고 다른 걸 택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는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감독이 전략 수정에 무게를 싣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4-2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전력을 구성 중일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지나치게 팀 전력과 전술이 노출되는 걸 막기 위해 변화 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신 감독의 라인업 구성과 발언은 ‘2014 브라질월드컵’ 때 한국이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 당시 한국은 이번 대회와 마찬가지로 본선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브라질월드컵 당시에는 팀을 구성할 시간이 부족하므로 4-2-3-1 포메이션을 중심으로 단 하나의 전술만 준비했고, 상대에게 쉽게 분석 당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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