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나이 서른, 오반석은 태극마크를 처음 달게 됐다. 제대로 꿈꿔본 적도 없는 월드컵 도전 기회까지 생겼다. 말 그대로 도전자다.

14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청에서 신태용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할 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최종 엔트리 숫자인 23명이 아니라 ‘플러스 알파’ 5명을 더한 28명이 선발됐다.

경쟁이 치열한 센터백 중 이번에 최초 발탁된 선수가 있다. 제주 센터백 오반석이다. 오반석은 K리그 최고 수준 센터백으로 늘 거론돼 왔지만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에 깜짝 발탁됐다. 신 감독은 “오반석의 경우 신체적 조건이 좋으면서 터프하게 맨투맨 수비 잘한다. 다만 빌드업이 약해서 그동안 대표팀에 뽑지 않았다. 상대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선제실점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명단 발표 직후 통화한 오반석은 “한 번도 짐작한 적 없었고 아무도 미리 말해주지 않았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오반석은 스스로 “나는 엘리트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선수다. “평생 꿈꿔 온 곳이다. 하루 아침에 현실이 됐다. 너무 기분이 좋다. 그러나 기뻐할 겨를이 없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 훈련 기간, A매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만 한다.”

오반석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당장 다가오는 훈련이었다”라고 말했다. “당장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내가 제일 뒤쳐진 상태에서 시작한다. 동일선상이 아니라는 게 사실이다. 내가 가장 잘 느낀다. 내가 대표팀에 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드려야 한다.”

오반석은 신 감독과 인연이 없다. “완전히 초면이다. 내가 호주 유학을 다녀왔기 때문에 호주를 다녀가신 신 감독님과 연결 고리가 있다고 짐작하는 분도 있더라. 시기가 안 맞기 때문에 호주에서 뵐 일이 없었다.” 다만 대표팀 수비를 주로 담당하는 전경준 코치가 제주유나이티드에서 일한 바 있어 인연이 있다. 전 코치도 오반석에게 대표 발탁을 귀띔해주진 않았다.

인연이 있는 또 한 명의 대표팀 핵심은 기성용이다. 호주에서 함께 생활한 적이 있다. “성용이에게 잘 의지해야죠. 요즘엔 많이 못 본 사이지만.” 오반석은 “센터백 사이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빨리 대표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반석에게 자신의 장점을 직접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반석은 “포백과 스리백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반석은 선수 경력 내내 포백에서 활약한 기간이 길지만, 재작년부터 제주가 스리백을 도입하면서 스리백 전술도 익혔다. 오른발잡이 센터백 중에서는 왼쪽 스토퍼 역할을 가장 편안해 하는 선수라는 점도 특징이다. 포백의 중앙 수비 중 좌우 어느 위치든 상관없고, 스리백의 양쪽 스토퍼와 스위퍼 역할을 모두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다. 경기 중 몇 번씩 수비 전술이 바뀌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신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스리백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오반석은 월드컵 참가에 대한 포부를 밝히다가도 이창민에 대한 걱정을 잊지 않았다. 원래 제주에서 가장 대표 발탁이 유력한 선수는 이창민이었으나 부상 여파 때문에 예비 명단으로 밀렸다. 오반석은 “저보다 창민이가 걱정”이라며 “창민이가 내게 먼저 축하 문자를 보내줬다. 멘탈이 좋은 친구니까 잘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 우리 팀 선수들도 날 축하하기보다 창민이 생각을 먼저 한다”라고 말했다.

오반석은 조성환 감독 등 제주 관계자들, 밀려드는 취재 전화 등을 처리하느라 이때까지 부모님과 연락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오반석은 대표 발탁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부모 마음은 달랐다. 오반석은 “우리 오반석이가 좋은 선수인데…”라고 이야기하는 부모님의 아쉬움을 여러 번 들었다. 오반석에게 효도할 기회가 왔다.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대표 명단(14일 현재)

골키퍼(3명) : 김승규(비셀고베), 김진현(세레소오사카), 조현우(대구FC)

수비수(12명) : 김영권(광저우헝다), 장현수(FC도쿄), 정승현(사간도스), 오반석(제주유나이티드), 권경원(톈진췐젠), 윤영선(성남FC), 김진수(전북현대), 김민우(상주상무), 홍철(상주상무), 박주호(울산현대), 이용(전북현대), 고요한(FC서울)

미드필더(9명) : 기성용(스완지시티), 정우영(비셀고베), 이재성(전북현대), 주세종(아산무궁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이승우(엘라스베로나), 문선민(인천유나이티드), 권창훈(디종), 이청용(크리스털팰리스)

공격수(4명) : 손흥민(토트넘홋스퍼), 황희찬(레드불잘츠부르크), 이근호(강원FC), 김신욱(전북현대)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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