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디스(스페인)] 류청 기자= 사람이 지닌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짙어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방식을 고수하며 성과를 내길 바라기 때문이다.

울리 슈틸리케도 여전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숫자와 기록을 즐겨 말했다. 특히 좋지 않은 경기를 하고도 점유율을 언급하며 ‘경기가 나쁘지 않았다’고 말해 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는 지난 2년 9개월 동안 자신은 대표팀 마음가짐 자체를 바꾸려고 했고, 일정한 성과를 냈다고 자부했다. 그 증거로 평균 점유율 62%를 들었다.

“한국 대표팀 문제는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나는, 우리는 많은 부분을 바꾸고 싶었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경기의 평균 점유율이 62%가 나왔다. 점유율 62%는 우리가 이기는 경기를 하길 바랐고,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대한축구협회에 관한 질문에 공세적으로 답했던 슈틸리케는 대표팀을 주제로 질문하자 수비적인 입장을 취했다. 처음에는 선수선발 잡음이 없었다가 재임 후기에는 항상 파열음을 냈던 이유도 자신이 아닌 상황에서 찾았다. 경기력 저하도 마찬가지로 설명했다. 기성용, 이청용, 박주호, 지동원 등 중요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했기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K리그 경기는 많이 봤지만 K리그 선수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슈틸리케는 “나는 아무도 몰랐던 이정협을 기용했다. 처음에 이정협을 뽑았을 때 모두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움직임을 알아보았다”라고 말했다. 재임 시절 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설명이었다.

슈틸리케는 “한국 경기는 보지 않았다”면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 전망은 예상보다 밝게 내놓았다. 그는 “절대 강자인 독일이 같은 조에 있지만, 다른 팀들과는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슈틸리케호 2년 9개월, 논란과 의혹

 

- ‘2015 호주 아시안컵’은 매우 훌륭하게 치렀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갑자기 경기력이 떨어졌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

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우리는 최종예선에서 한 모든 홈 경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원정경기가 문제였다. 아시안컵 때는 김진수가 호펜하임 주전으로 뛰고 있었고, 박주호도 분데스리가에서 잘 뛰고 있었다. 이청용도 그 대회 도중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아시안컵 이후 선수들이 소속 팀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두 경기면 몰라도 6개월 정도 공백이 생기면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렵다. 한 번도 이야기(변명)한 적은 없지만, 주전선수 3~4명이 이탈하면서 팀 전력에 큰 손실이 왔다. 게다가 권창훈 같은 젊은 선수들은 (대표팀에 적응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매우 솔직하다. 서울에 살면서 어느 누구와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사고방식이 경직돼 있다. 국가, 교육기관, 미디어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젊은이는 좋은 직업을 가질 수도 행복해질 수도 없다고 믿는다. 젊은 세대는 너무나 고통 받고 있다. 문제점 중 하나다. 독일과 한국은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양국 모두 전쟁 후에 많은 사람이 태어났고 국가를 재건해야 했다. 독일은 지난 20~30년간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현재 독일인은 주당 평균 38시간을 일하지만 한국인들은 일주일에 평균 58시간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로 인해 가족을 위한 시간이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다.

대학을 가기 위해 하루에 5-6시간 자며 18시간정도를 공부하는 젊은 학생이 너무 많다. 내 아이들은 명문대를 나오진 않았지만 모두 직업이 있고 매우 행복하다. 아버지인 내게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한국 부모는 이 때문에 자식들은 한국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긴 근무시간과 맹목적인 대학 입시 공부, 이 두 가지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40시간 정도 근무해도 충분하다. 60시간은 필요하지 않다. 많은 직장인들이 상사가 퇴근을 할 때까지 자신의 책상을 지키고 앉아 직무와는 상관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안다. 이건 미친 짓이다. 이래서 얻는 게 무엇인가? 미래에 더 나아지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 그렇다면 대표팀에서도 당신이 지적한 부분과 관련된 문제를 보았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한국 대표팀 문제는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나는, 우리는 많은 부분을 바꾸고 싶었다.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경기의 평균 점유율이 62%가 나왔다. 점유율 62%는 우리가 이기는 경기를 하길 바랐고,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변화를 원하면, 어느 정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은 그 후에 걱정해야 할 문제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주전 선수 3~4명을 잃으면 점유율을 잃게 된다.

- 부임 초기에는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는 공정한 선발로 팬들 마음을 얻었다. 하지만, 후기에는 선수를 선발할 때마다 잡음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선수들이 자신의 팀에서 뛰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 이청용, 김진수, 지동원, 박주호 등은 경기에 잘 나서지 못했다. 가끔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도 기용했다. 나와 코치는 그들의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선수기용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장현수다. 장현수는 좋은 선수지만, 당신이 부임했을 때는 대표팀에서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한 선수였다. 당신을 그를 모든 수비포지션에 썼다.

나는 장현수가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 중 하나라고 본다. 내가 대표팀에 있을 때 중국슈퍼리그에 있는 선수들이 경기에 뛰지 못했다. 장현수도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그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김주영과 김기희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장현수는 신진 선수 가운데 매우 뛰어나다. 실력과 경험 그리고 성격을 고려했을 때 선발에서 절대 뺄 수 없는 선수가 몇 명 있다. 기성용, 구자철, 장현수는 그런 선수다.

 

-정확히 장현수는 어떤 능력이 뛰어난가?

(장)현수는 모든 걸 가졌다. 일단 키가 크고 양발을 모두 사용한다. 게다가 빠르고 제공권도 좋다.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감독에게 있어 매우 유용한 선수다. 장현수는 풀백이 아니지만 우리가 오른쪽 풀백에 문제가 생겼을 때 2~3경기 정도 그 자리에 세웠다. 나쁘지 않은 경기를 했다.

 

-K리그를 많이 찾았지만, K리그를 평가 절하했다는 의혹도 있다

아니다. 나는 아무도 몰라본 이정협을 찾아 기용했다. 그는 2부 리그 상주상무에서도 선발로 뛰지 못했다. 하지만, 난 그의 움직임을 알아봤다. 그는 대표팀에 없는 유형의 공격수였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나의 이런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매우 좋은 경기를 했었다. 나는 실력 있는 흥미로운 선수를 발견하면 기회를 주는 사람이다.

 

-대표팀을 떠난 이후 한국 경기를 본적이 있나?

없다. 결과만 알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을 어떻게 전망하나?

절대 강자인 독일이 같은 조에 있지만, 다른 팀들과는 모른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 생활은 만족스러웠나?

아무 문제도 없었다. 지금도 서울에서 살라고 해도 살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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