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안토니오 돈나룸마(27)가 AC밀란 유니폼을 입고 데뷔하는데 걸린 시간은 12년이었다.

안토니오는 28일 새벽(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2017/2018 코파 이탈리아’ 8강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의 밀라노 더비에 선발 출장했다. 안토니오는 연장 포함 120분 동안 밀란의 골문을 무실점으로 지키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밀란은 인테르와 경기를 앞두고 골키퍼 포지션에 큰 문제가 생겼다. 주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는 부상으로 이미 결장이 확정된 상태였다. 젠나로 가투소 밀란 감독은 후보 골키퍼 마르코 스토라리를 기용하려고 했으나 스토라리도 경기 전 부상을 당했다. 가투소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골키퍼 안토니오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안토니오는 밀란의 주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18)의 친형이다. 동생은 어린 나이에 주전으로 활약하며 차세대 골키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안토니오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올해 7월 동생 덕을 보며 밀란으로 이적했지만 벤치 명단에만 이름을 올릴 뿐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렵사리 기회를 잡은 안토니오는 연장까지 가는 접전 속에서 팀의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안토니오는 올해 4월 그리스 슈퍼리그 아스테라스트리폴리스에서 경기를 뛴 이후 8개월 만에 실전에 나섰지만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23분 이반 페리시치의 슈팅이 발을 맞고 들어가며 실점을 허용하는가 싶었지만 VAR 결과 파울이 선언되며 골이 취소됐다. 이후 안토니오는 안정감을 찾고 골문을 지켰다. 인테르가 때린 유효슈팅 4개를 모두 막아내며 100% 선방률을 보여줬다. 최근 2경기에서 5실점을 내줬던 밀란은 모처럼 무실점 경기를 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안토니오는 원래 밀란 출신이다. 2005년 밀란 유소년팀에 입단해 2009년 프로계약을 맺었지만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하부리그 임대를 다녔다. 피아첸자, 구비오를 거치며 경험을 쌓고 밀란으로 돌아왔지만 안토니오의 자리는 없었다. 기회를 찾아 이적한 제노아에서도 세리에A 1경기 출전에 그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2016/2017시즌 아스테라스트리폴리스로 이적하며 비로소 기회를 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동생 잔루이지의 요청에 따라 밀란에 영입됐다고 알려진 안토니오는 동생의 그늘에서 벗어나 비로소 밀란 1군 골키퍼로 데뷔했다. 2005년 처음 밀란 유니폼을 입은 이후 공식 경기 데뷔까지 12년이 걸렸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안토니오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마르코가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솔직히 말하며 “항상 열심히 훈련하며 조용하게 내 할 일을 해왔다. 그리고 오늘 꿈에 그리던 밀란 데뷔전을 치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모두가 팀으로 경기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주말 열리는 피오렌티나전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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