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객관적인 결산 기사가 아닌 ‘풋볼리스트’ 취재 기자들이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느끼며 얻은,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부정적인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네 편에 걸쳐 대표팀과 K리그(FA컵 포함)를 빛내거나 어지럽혔던 인물과 말 그리고 논란 등을 다뤘다. 네 편을 함께 보면 2017년 한국 축구를 아우르는 모자이크가 된다. <편집자주>

 

#올해의 논란: 김호곤과 노제호 사이, ‘히딩크 바람’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보다 더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결정 짓고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사이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아 봉사할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파장은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공항 귀국장에서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걷잡을 수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응의 수준을 따지기에 앞서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본선에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9월 14일 히딩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럽 주재 한국 특파원과 만나 "6월에 비공식적으로 제의를 했다"고 밝히고, 이후 김 전 기술위원장이 카카오톡 메시지는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대한축구협회와 김 전 기술위원장은 거짓말쟁이가 됐다. 이런 과정에서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임원들이 2012년 법인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한 게 밝혀지면서 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현실이 이러니 히딩크 본인이 한국 감독을 맡긴 어렵다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사실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현실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대표팀이 졸전을 거듭하는데도 미심쩍은 이유로 감독 교체를 꺼렸고, 유명한 선수 출신 코치를 연달아 선임하며 불을 끄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닌 원칙이나 철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하던 대로’ 일을 수습하려 했다. 히딩크 논란은 대한축구협회가 이끄는 한국 축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커졌지만, 협회는 단순히 “성적이 좋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봤다. 불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때아닌 ‘히딩크 바람’은 대한축구협회와 한국 축구가 처한 빈곤한 현실을 보여줬다. 히딩크는 학연과 지연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고 대한축구협회까지 개혁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인물로 여겨졌다. 물론 경기력을 위해 히딩크가 다시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히딩크가 와서 이런 현실을 해결해주길 바란 이들이 더 많았다. 대한축구협회와 책임자들은 자신들이 선 곳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기에 논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올해의 말: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김호곤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한국 축구는 사회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힘을 잃었다. K리그는 흥행이 아닌 생존을 고민하고 있고, 대표팀도 월드컵 본선이 아니면 전국민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한 말이 큰 논란을 가져온 것은 예외적이다. 김호곤 전 기술위원장은 9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쾌함을 토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한국으로 날아오는 동안에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는 본선에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게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이어 노재호 히딩크 재단 사무총장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기술위원장은 이후 노 사무총장에게 메시지는 받았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정상적인 제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사건은 김 전 기술위원장과 대한축구협회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있었다. 

 

글= 류청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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