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시티는 평소보다 공격적인 ‘4-2-4’ 포메이션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평소만 못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건 케빈 더브라위너의 탁월한 센스 덕분이었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2017/2018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를 치른 맨시티가 뉴캐슬을 1-0으로 꺾었다. 20라운드를 먼저 치른 2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무승부에 그쳤기 때문에 두 팀의 승점차는 15점으로 벌어졌다.

맨시티는 경기 시작 11분 만에 전술을 큰 폭으로 바꿨다. 선발 라인업은 주력 전술인 4-3-3에 맞게 배치됐으나, 센터백 뱅상 콩파니가 일찌감치 부상으로 빠지자 공격수 가브리엘 제주스를 투입했다. 제주스는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함께 투톱으로 배치됐다. 미드필더 중 페르난지뉴가 뒤로 빠져 센터백을 맡았다.

4-4-2보다 4-2-4에 가까운 선수 배치가 형성됐다. 좌우의 라힘 스털링과 베르나르두 실바가 측면 미드필더보다 공격수에 가깝게 위치를 잡고 뛰었다. 4-2-4는 주로 이탈리아 축구에서 쓰는 표기법이다. 지나치게 공격적이라 수비 대형이 붕괴되기 쉽지만, 전방 압박과 뛰어난 볼 키핑을 통해 높은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경기를 장악할 수 있다. 안토니오 콘테, 잠피에로 벤투라 감독 등이 주로 하위권 팀이나 하부리그 팀을 이끌 때 효과를 본 포메이션이다.

맨시티는 공 점유율을 완벽하게 유지함으로써 4-2-4의 수비 약점을 감췄다. 5-4-1 포메이션으로 나온 뉴캐슬은 경기 시작부터 철저한 수비를 목표로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일찍 공격 숫자를 늘린 건 뉴캐슬 수비 전술에 대한 대응이기도 했다. 호셀루 한 명만 공격진에 남아 있는 뉴캐슬은 역습을 할 역량이 부족했다.

맨시티는 전반전 한때 두 센터백까지 중앙선을 한참 넘어 맨시티 진영에 머무를 정도로 완벽한 그물을 쳤다. 전반전에 가장 많이 공을 잡은 뉴캐슬 선수는 필드 플레이어가 아니라 골키퍼 로버트 엘리어트였다.

경기는 장악했지만, 맨시티 공격은 오히려 약해졌다. 4-2-4의 대표적인 문제는 공격의 경직성이다.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유연한 포지션 체인지가 이뤄지기 힘들다. 윙어는 측면 공격만, 스트라이커는 중앙 공격만 집중하기 쉽다. 대형이 너무 공격적이라 측면 수비수들이나 중앙 미드필더가 오버래핑해 공격을 지원하기도 어렵다. 맨시티 역시 함정에 빠졌다. 4-3-3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두 명이 수시로 상대 라인 사이 공간을 공략한 반면 4-2-4에는 이 위치를 넘나들 선수가 없었다. 꾸준히 유기적인 움직임을 반복하며 선수들끼리 삼각형을 형성하는 훈련이 돼 있기에 그나마 패스를 돌릴 수 있었다.

선제결승골을 넣을 수 있었던 건 케빈 더브라위너의 탁월한 센스 덕분이었다. 절대 유인되지 않는 뉴캐슬 수비진도 골대에서 16.5m 정도는 떨어져야 했다. 그 좁은 틈도 더브라위너에겐 공간이었다. 전반 31분 라힘 스털링이 2 대 1 패스를 시도했다. 케빈 더브라위너의 완벽한 리턴 패스가 좁은 공간으로 정확히 들어갔고, 스털링이 넘어지며 날린 논스톱 왼발 슛이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더브라위너는 중거리슛, 뉴캐슬 수비진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그 틈으로 찔러넣는 스루 패스를 통해 공격을 주도했다. 더브라위너가 뉴캐슬의 수비 라인 사이로 들어가 위협적인 상황을 계속 창출했다. 타이밍 빠른 패스로 뉴캐슬 수비진보다 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 뉴캐슬의 철저한 수비 전략을 흔들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맨시티 공격은 후반전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무뎌졌다. 후반 11분과 21분 더브라위너가 두 차례 슛을 날리며 공격을 주도했을뿐 다른 공격 자원들의 슛이 잘 나오지 않았다. 뉴캐슬이 후반 17분 원톱을 드와이트 게일로 교체하며 조금씩 역습의 위력을 높여갔다.

4-2-4의 두 번째 문제는 후방 플레이메이커의 부재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포메이션이 뭐든 수비진 앞에서 숏 패스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빌드업을 지휘할 선수를 필요로 한다. 앞선 소속팀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사비 알론소에게 맡겼고, 이번 시즌 맨시티에서 페르난지뉴에게 부여한 역할이다. 스페인식 표현으로는 ‘피보테’다. 이론상 4-2-4에서 피보테 역할을 겸해야 하는 선수는 일카이 귄도안이지만 귄도안은 지나치게 공격적인 위치에서 어슬렁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 30분 맨시티는 카일 워커의 패스미스를 게일에게 가로채기당해 실점 위기를 겪었다. 피보테가 있었다면 패스 경로가 더 다양해지고, 게일의 가로채기를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4-2-4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다.

결국 과르디올라 감독은 후반 32분 아구에로를 빼고 안면 부상에서 회복 중인 센터백 엘리아킴 망갈라에게 마스크를 씌워 경기장에 들여보내야 했다. 페르난지뉴를 다시 미드필더로 올려 보내고 원래 전술을 회복하려는 교체였다. 이어 후반 38분에는 실바를 르로이 자네로 교체해 측면 공격력을 회복하는 조치로 뉴캐슬을 다시 밀어내려 했다.

맨시티의 후반 교체 카드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이날 남긴 불안요소다. 시스템을 원래대로 회복했다고 해서 맨시티의 평소 경기력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이미 경기 운영은 엉켜 있었다. 막판 20여분은 이번 시즌 맨시티의 경기 중 가장 무기력했다. 후반 44분 게일의 다이빙 헤딩에 실점 위기를 겪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격렬한 동작으로 선수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이에른 시절에도 경기 막판 선수들이 이미 지쳐 능동적으로 사고할 겨를이 없을 때 전술변화가 되지 않는 상황을 겪은 바 있다. 맨시티도 남은 후반기 동안 같은 문제를 몇 번은 겪을 가능성이 있다.

맨시티는 EPL 연승 신기록을 18경기로 늘렸다. 앞으로 두 경기 더 이기면 과르디올라 자신이 바이에른 시절 세운 유럽 빅 리그 최다 연승 기록도 깰 수 있다. 이겼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경기 중 시도한 두 차례 전술 변화가 모두 나빴다는 점은 숙제로 남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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