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객관적인 결산 기사가 아닌 ‘풋볼리스트’ 취재 기자들이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느끼며 얻은,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부정적인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네 편에 걸쳐 대표팀과 K리그(FA컵 포함)를 빛내거나 어지럽혔던 인물과 말 그리고 논란 등을 다뤘다. 네 편을 함께 보면 2017년 한국 축구를 아우르는 모자이크가 된다. <편집자주>

 

#올해의 장면: 케이로스의 서울 ‘드림 콘서트’, 팬들의 실망이 극대화된 순간

2017년이 끝나가는 지금은 A대표팀이 희망을 보는 시기다. 신태용 감독 아래서 좋은 경기력을 낸 11월, 12월 일정을 통해 축구팬들은 기대감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올해 전체를 결산하려면 실망스러웠던 시기가 더 길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올해는 태극전사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땅에 떨어진 시기였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8월 31일 이란전에서 나왔다. 신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다. 한국은 승점 획득이 절실한 반면, 이란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이미 확정한 상태였다. 한국 팬들의 성질을 긁곤 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승자의 여유’로 한국을 너그럽게 대했다. 어찌 보면 싸움을 걸어 올 때보다 더 짜증나는 상황이었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한국은 ‘지는 것보다 짜증나는’ 양상을 겪어야 했다. 아직 신 감독의 색을 입지 않은 한국은 이란을 열심히 공략했으나 답답한 경기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란은 후반 7분 한 명이 퇴장당했는데도 한국 공격을 다 막아냈다.

케이로스 감독은 무승부 후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세리머니를 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가운데로 들어가 춤을 추며 무승부를 자축했다. 한국 팬들의 분노와 좌절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 컷은 역설적으로 이란 감독의 춤사위에 담겨 있었다.

이 장면은 전환점이었다.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한 2연전에서 답답한 경기를 했지만 어쨌든 2무승부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친선경기와 E-1챔피언십을 통해 점차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케이로스의 춤을 봐야 했던 순간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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