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객관적인 결산 기사가 아닌 ‘풋볼리스트’ 취재 기자들이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느끼며 얻은,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부정적인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네 편에 걸쳐 대표팀과 K리그(FA컵 포함)를 빛내거나 어지럽혔던 인물과 말 그리고 논란 등을 다뤘다. 네 편을 함께 보면 2017년 한국 축구를 아우르는 모자이크가 된다. <편집자주>

#올해의 골: ‘탄생설화’를 화려하게 마무리한 아르헨티나전 골

이승우에게 올해는 전환점이다. 이승우는 프로 데뷔도 못 하고,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도 징계로 뛰지 못하는 와중에 한국 축구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이승우의 경기를 제대로 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소문을 타고 기대가 퍼져나가 나중엔 점점 부풀었다. 이승우는 올해 5월 국내에서 열린 U-20월드컵을 통해 ‘탄생설화’를 마쳤다. 대회 이후 이탈리아세리에A의 엘라스베로나에 입단해 프로 선수 경력을 시작했고, 매주 축구팬들이 이승우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구전설화의 시기가 끝나고 현실이 시작됐다.

이승우가 베일 뒤에서 나와 대중 앞에 선 결정적 경기가 5월 23일 열린 U-20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한 조에 편성되며 조별리그도 통과 못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속에 대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기니를 3-0으로 꺾은 뒤 아르헨티나까지 2-1로 잡아내며 불안을 환호로 바꿨다. 두 경기 모두 선제골은 이승우가 넣었다.

이승우는 중앙선부터 폭발적으로 치고 들어가며 직접 골을 터뜨렸다. 골문으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재빨리 찾았다. 방향을 바꾸는 드리블 한 번이면 바로 문전까지 갈 수 있는 루트였다. 마지막 수비수와 골키퍼가 모두 달려나와 이승우를 막으려 할 때, 왼발로 가볍게 찍어 찬 슛이 골키퍼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이승우에 대한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골이었다.

이 골은 이승우 인생에서 전환점에 있을 뿐 아니라, 올해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가장 시원한 골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개최된 U-20 월드컵은 A대표 경기 못지않게 중요한 취급을 받았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전 승리와 함께 조별리그 통과를 이끌었다. 비록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1-3으로 지며 끝이 허무했지만, 이 대회에서 한국이 보여준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는 건 분명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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