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객관적인 결산 기사가 아닌 ‘풋볼리스트’ 취재 기자들이 한 해 동안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며 느끼며 얻은, 주관적인 의견으로 결산 기사를 준비했다. 부정적인 부분도 숨기지 않았다. 네 편에 걸쳐 대표팀과 K리그(FA컵 포함)를 빛내거나 어지럽혔던 인물과 말 그리고 논란 등을 다뤘다. 네 편을 함께 보면 2017년 한국 축구를 아우르는 모자이크가 된다. <편집자주>

 

#올해의 경기: 33년 만에 도하 참사, 슈틸리케와의 이별을 부른 카타르전

한국 남자 축구국가대표팀은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7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2017년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올 3월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0-1 패배가 그 시작이었다. 나흘 뒤 서울에서 치른 시리아와 7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답답한 경기력과 좋지 못한 성적으로 울리 슈틸리케 당시 대표팀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이 형성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유임을 결정했고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과 함께 6월 카타르 도하로 날아갔다. 대표팀은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이란이 조 1위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시리아가 한국을 추격하고 있었다.

한국은 황희찬, 손흥민, 지동원 등 유럽파 공격수들을 앞세워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오히려 카타르의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끌려 다녔다. 수비진은 카타르 공격수들이 전진할 때마다 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고 결국 전반 24분 선제골을 내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늘 강조하던 점유율마저 상대에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손흥민이 팔을 다쳐 전반 도중 교체됐다.

후반에도 경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 시작 5분만에 추가골을 내줬다. 카타르가 2골을 넣고 방심하자 한국은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고, 후반 16분 기성용, 후반 24분 황희찬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스코어를 2-2로 만들었다. 그러나 균형은 잠시 뿐이었다. 후반 28분 상대 빠른 역습에 수비가 무너지며 세 번째 골을 내줬다. 결국 한국은 1984년 이후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하는 도하 참사를 당했다.

카타르전 패배의 대가는 컸다. 최종예선 2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한국은 승점 13점으로 조 2위를 지켰지만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 시리아(승점 9점)와 격차가 줄어들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조 4위까지 밀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도하 참사 이후 대표팀 분위기도 다시 가라앉았다. 경기 직후 주장 기성용은 “감독이 결과에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 거취는 축구협회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도하 참사 하루 뒤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성적 부진이 이유였다.

카타르전 패배로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난 후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을 선임하며 급한 불을 껐다. 최종예선 남은 2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히딩크 감독 논란, 경기력 논란 등 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2017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내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의 인물: K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이동국

이동국(전북현대)은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올 시즌 만 38세의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며 경기장을 누볐다. 시즌 초 부상으로 고전했고 김신욱, 에두 등과 주전 경쟁을 펼치며 많은 경기를 뛰진 못했으나 역사에 남을 기록을 많이 만들었다.

이동국은 지난 10월 29일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했고, 이동국은 K리그 통산 200호 골을 기록했다. 200골은 그 동안 누구도 넘지 못한 고지였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골 맛을 보며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기록도 세웠다.

K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한 이동국은 올 8월 오랜만에 국가대표팀에 복귀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앞두고 베테랑 이동국을 소집했다. 이동국은 대표팀에 입소하면서부터 희생을 강조했다. 이동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최종예선 경기에 모두 교체 출전했다. 비록 골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답답한 분위기를 바꾸는 과감한 슈팅으로 축구팬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이동국은 내년에 우리나이로 마흔 살이 된다.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다. 시즌이 끝난 뒤 전북과 1년 재계약을 맺었다. 불혹의 나이에도 그는 그라운드를 누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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