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중국보다 전력이 강한 팀이고, 맞대결에서도 경기 내내 근소한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골을 넣을 능력이 없었고 중국은 단 한 골을 넣을 공격 루트가 있었다.

23일 중국 후난성 창샤 허롱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 한국은 중국에 0-1로 패배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중국 원정 첫 패배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부임한 뒤 빠르게 조직력을 정비한 중국은 여전히 개인 기량 측면에서 한국을 이기지 못했다. 중국슈퍼리그 스타인 우레이와 왕용포는 중요한 공격자원으로 출장했으나 큰 활약 없이 일찍 교체됐다. 반면 한국은 남태희의 기민한 드리블 들파, 김진수가 이끌어낸 2대 1 패스 등 부분 전술로 중국 수비를 몇 차례 뚫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기량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현재 선수단으로 가장 승률이 높은 경기 운영을 고민한 반면, 한국은 여전히 경기 운영에 목표가 없었다. 공격 루트가 다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결정적인 슈팅을 이끌어낼 정도로 확실한 공격 루트가 부재했다는 뜻이었다.

실점 장면은 한국이 두뇌 싸움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대표적인 순간이었다. 먼저 전반 34분, 중국이 변칙 플레이로 공을 전진시키며 빠르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중국 라이트백 장린펑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았다. 일반적으로는 동료 미드필더에게 패스하거나 측면을 통해 오버래핑할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37세 노장 정쯔는 중앙에서 벗어나 오히려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며 한국 미드필더들을 혼란시켰다. 패스를 예상한 한국 미드필더들이 순간적으로 혼동을 일으켰을 때 장린펑이 뻥 뚫린 길을 따라 빠르게 공을 몰고 올라간 뒤 왼발슛을 날렸다. 여기서 코너킥이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도 하오준민의 좋은 오른발 킥을 위다바오가 문전 중앙에 있다가 니어포스트 쪽으로 빠져나가며 머리로 받아 넣었다. 변칙적인 움직임이었다. 한국 수비가 미처 저지하지 못했다. 헤딩은 약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권순태 골키퍼는 제대로 다이빙도 하지 못한 채 실점했다.

예측하기 쉬운 슛만 시도한다는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는 중국의 침착한 수비 앞에서 더 심각하게 드러났다. 한국의 변칙적인 플레이는 기성용의 드리블 후 중거리슛이 전부였고, 그마저 정청 골키퍼가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에만 날아갔기 때문에 선방에 다 막혔다. 한국이 불운을 탓할 수 있는 장면은 후반 36분 홍정호가 코너킥을 받아 날린 헤딩슛이 수비의 몸에 맞고 무산된 장면 정도였다.

그동안 어느 정도 효과를 봤던 김신욱 투입이 한국의 ‘플랜 B’였다. 이때 원톱 이정협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한 시점이 하프타임이었다. ‘뻥 축구’를 하기엔 너무 일렀고, 그렇다고 김신욱을 투입했는데 롱볼을 날리지 않는 것도 자원 낭비다. 결국 한국 공격은 전반전보다 더 무뎌졌다. 한국 공격수 중 가장 돌파력이 좋은 황희찬을 투입해 봤지만 이미 김신욱 위주로 느린 공격을 하는 흐름이 조성된 뒤였다. 교체 순서가 패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39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남태희를 빼고 허용준을 투입했다. 그 전까지 전담 키커로서 크로스와 코너킥 모두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던 선수가 남태희였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세트피스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키커의 가치는 점점 커진다. 공격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남태희를 뺀 것도 효과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중국은 경기 운영 전략으로 한국을 이겼다. 한국은 경기 막판 황희찬이 쓰러진 상대 선수 옆의 공을 거칠게 빼내려는 모습을 보이며 경기 매너에서도 졌다. 중국을 상대로 지능과 경기 매너에서 패배했다.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다고 강하게 믿고 있던 분야들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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