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탈란타로 흘러든 선수 상당수는 빅 클럽에 진출할 재능이 있었으나 부상 등 여러 사정으로 인생이 안 풀린 경우다. 마리오 파살리치도 그랬다. 반면 파리생제르맹(PSG)에 합류했다는 건 업계 최고 수준 연봉까지 도달했다는 뜻이다.

‘외인구단’ 아탈란타의 드라마가 8강에서 멈췄다. 1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을 가진 PSG가 아탈란타에 2-1로 승리하며 4강에 선착했다.

선제골을 넣으며 PSG를 탈락 직전까지 몰고 간 파살리치는 2년 전만 해도 불안한 처지였다. 첼시의 만년 유망주였다가 빅 리그 정착에 실패한 수많은 동료들의 전철을 밟고 있었다. 첼시와 임대팀 모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보고 있었지만 주전으로 뛰기에는 장악력이 너무 약했다.

무려 6번째 임대 팀이었던 아탈란타에서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을 만나며 인생이 바뀌었다. 중원 장악은 못하지만 득점력이 뛰어난 파살리치의 장점을 꿰뚫어보고,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역할을 부여했다. 파살리치는 아탈란타에서 두 시즌을 소화했는데, 1년 이상 머무른 것이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결국 2년간의 임대 끝에 완전 이적했다. 그 득점력을 PSG 상대로도 보여줬다.

파살리치뿐 아니라 아탈란타 선수 상당수가 더 높은 무대를 바라보다가 좌절한 경우다. 풀타임 출장한 수비수 마티아 칼다라는 아탈란타 유소년 출신으로, 4년 전 이미 스타덤에 오르며 강호 AC밀란으로 이적한 바 있다. 밀란에서 부상으로 고생만 하다 올해 1월 아탈란타로 임대 복귀했다. 그런데 복귀한 뒤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하며 경력까지 회복해가고 있다.

아탈란타의 ‘절대 에이스’인 파푸 고메스는 유럽 무대에서 처음 주목받던 2013년 우크라이나에서 떠오르던 팀 메탈리스트로 이적했다. 메탈리스트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UCL도 참가할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런데 메탈리스트의 징계로 유럽대항전 참가가 막히면서 경력이 꼬였고, 이듬해 아탈란타로 이적할 때까지만 해도 상위권 팀 재이적은 힘들 듯 보인 선수였다. 그러나 고메스는 자신의 힘으로 아탈란타를 상위권까지 끌어올리는 업적을 남겼다.

그밖에 독일 무대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네덜란드 무대로 밀려났다가 아탈란타에서 주목받는 윙백으로 성장한 로빈 고젠스, 8년 전 큰 기대를 받은 것과 달리 유럽 무대에서 떠돌이 공격수로 전락했다가 이번 시즌 아탈란타에서 급성장한 루이스 무리엘, 역시 아탈란타 합류 후 급성장한 콜롬비아 동료 공격수 두반 사파타 등 아탈란타는 직접 살려낸 선수들이 많다. 원래 UCL에서 뛸 만한 재능이 있었지만, 이를 펼치지 못하고 저물 위기에서 가스페리니 감독을 만난 선수들이다.

이번 시즌이 아탈란타 구단과 선수 대부분에게 인생 최고 전성기였다. UCL 8강 진출은 이들 대부분에게 너무 먼 업적이었다. 누군가 “영광의 시대는 언제였죠?”라고 물으면 “난 지금입니다”라고 대답할 만한 시즌이다. 그러나 4강으로 가기 직전, 후반 막판 2골을 거푸 내주며 역전패를 당했다. 드라마는 미완으로 끝났다.

결과는 패배지만, 이날도 아탈란타는 특유의 용감한 경기를 보여줬다. 아탈란타의 선제골은 그들의 '필살기' 중 하나인 센터백 오버래핑에서 나왔다. 센터백 하파엘 톨로이가 문전으로 돌진한 덕분에 PSG 수비에 균열이 나며 파살리치에게 노마크 찬스가 났다.

그러나 후반까지 용감한 경기를 지속하기엔 불운이 컸다. 아탈란타는 고메스의 비중이 매우 크고, 요십 일리치치라도 있어야 하는 팀이다. 그러나 앞선 16강에서 한 경기 4골을 몰아쳤던 일리치치는 '개인 사정'으로 팀을 이탈했다. 고메스는 경기 중 부상을 당해 벤치로 물러났다. 반면 PSG는 네이마르가 풀타임을 소화했고, 킬리안 음바페가 후반 교체 투입됐다. 선수단 두께의 차이에서 승부가 갈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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