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포백에서 잘 뛰던 센터백을 스리백에 집어넣는 건 게임과 달리 쉽지 않은 일이다. 윤영선이 FC서울에서 뜻밖의 부진에 빠진 것도 수비 전술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윤영선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울산현대에서 서울로 임대됐다. 국가대표 수비수의 합류가 서울 수비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은 더 혹독했다. 서울은 이번 시즌 경기당 2.09실점을 하며 최다실점을 기록 중인데, 윤영선 영입 이후 3경기 실점은 경기당 2.5실점으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영입 직후 두 경기 연속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진기록도 있었다.

윤영선의 부진의 원인으로 흔히 경기감각 저하가 지적된다. 윤영선은 서울 임대 전까지 울산에서 아예 뛰지 못했다. 경기력을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했지만 앞서 5연패에 빠져 있던 최용수 감독이 급히 투입했고, 이것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술적 요인도 있다. 관계자들은 윤영선이 포백에서 활약해 온 선수인데 서울 스리백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고 분석했다. 윤영선은 성남FC, 울산, 대표팀에서 유명세를 얻은 선수인데 대부분 포백을 소화했다. 윤영선이 스리백을 소화한 가장 유명한 경기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스리백의 일원으로 치른 평가전이었는데, 경기 후 윤영선 등 한국 수비수들이 스리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 감독의 스리백은 세계적인 최신 흐름을 반영하고 있어 소화가 더 까다롭다. 구식 스리백은 포백의 중앙수비 두 명이 맡을 공간에 세 명을 우겨넣은 꼴이라 각 선수의 부담이 적었다. 반면 최근 스리백은 각 수비수의 커버 범위가 넓고, 모든 선수가 고루 빌드업에 관연해야 한다. 그래서 힘과 일대일 수비뿐 아니라 속도, 상황에 따라 다른 수비 라인 모양을 재빨리 만드는 판단력, 정확한 패스, 공을 다루는 능력 등이 고루 요구된다. 최 감독은 2016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 중이던 김원식을 스리백의 중앙에 배치하며 커버 범위의 중요성을 보여준 바 있다. 반년 동안 쉰 윤영선이 갑자기 소화하기에는 난이도가 높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시즌에는 한술 더 떴다. 스리백 중 왼쪽의 김주성, 오른쪽의 황현수가 자주 전진하며 중원 싸움과 측면 공격까지 힘을 더하려는 전술이다. 이 전술이 성립하려면 스위퍼 자리의 윤영선이 전진한 동료의 자리를 잘 메워야 한다.

최 감독은 윤영선을 스위퍼 자리에 기용하다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오른쪽 스토퍼로 이동시키는 실험을 했다. 부상 중인 황현수의 공백도 메울 겸 겸사겸사였다. 윤영선은 이 위치에서도 넓은 커버 범위, 자주 측면까지 나가야 하는 역할에 적응 중이다. 11라운드 부산아이파크전 두 번째 실점 장면을 보면 윤영선이 오른쪽으로 많이 끌려 나가 중앙 수비가 엷어졌고, 그렇다고 측면에서 상대를 제압하지도 못하며 결국 골을 내준 것을 볼 수 있다.

윤영선은 월드컵 본선에서 독일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를 달성했던 확실한 실력의 소유자다. 서울은 영입 직후 부진에도 불구하고 윤영선을 꾸준히 투입하며 ‘클래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윤영선이 기대에 부응하는 순간 서울 수비 문제는 일소될 수도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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