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대구] 김정용 기자= 울산에는 축구도사가 많다. 그 중 원두재는 수행 기간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도력이 높은 ‘천재 도사’다.

12일 대구에 위치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1라운드를 가진 울산현대가 대구FC에 3-1로 승리했다. 원두재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울산이 최근 5승 1무였던 대구를 쉽게 꺾은 건 중원에서 완전히 압도했기 때문이었고, 지능에서 앞섰기 때문이었다. 젊은 대구의 패기는 울산의 노련미 앞에서 무기력했다. 울산은 중앙 미드필더 원두재, 신진호, 윤빛가람을 중심으로 중원싸움에 힘을 보태주는 풀백 박주호와 김태환, 플레이메이커처럼 뛰는 윙어 이청용, 연계 플레이가 뛰어난 공격수 주니오까지 지능적인 선수들로 가득했다. 4-1-4-1로 3-4-1-2를 상대했기 때문에 원래 미드필더 숫자가 하나 더 많은데, 주위에서 온갖 선수들이 중원 장악을 지원하니 대구는 미드필드가 아예 실종될 수밖에 없었다.

위에서 거론한 ‘축구 도사’ 7명 중 원두재만 23세로 비교적 어리다. 나머지는 20대 후반이거나 30대다. 베테랑 틈에 낀 원두재의 기록은 놀랍다. ‘비프로일레븐’이 제공한 경기 기록을 보면 원두재는 78회 중 75회를 성공시켜 96.2%로 압도적인 패스 횟수 및 성공률을 남겼다. 롱패스를 8회 시도해 모두 성공했는데 이 횟수 역시 두 팀 골키퍼를 포함해 최다

또한 놀라운 건 패스의 방향이다. 원두재는 전진패스를 28회 시도해 27회 성공시켰다. 횡 패스는 37회 중 36회, 빅패스는 13회 중 12회 성공했다. 백패스보다 전진 패스 비중이 훨씬 높다. 원두재의 패스를 가장 많이 받은 건 윤빛가람으로, 19회를 전달 받았다. 반대로 원두재에게 패스를 가장 많이 준 선수 역시 윤빛가람(15회)이었다. 윤빛가람의 패스 코스가 막힐 때 적절하게 접근해 공을 받고 다시 전개해주는 것이 원두재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또한 수비적으로는 태클 1회를 시도해 성공했고 공중볼 경합 3회 중 1회 성공, 지상 경합 2회 중 1회 성공, 가로채기 1회, 걷어내기 1회, 차단 5회, 획득 7회 등을 기록했는데 종합적으로 볼 때 훌륭한 수비 기여도였다. 경기 막판에는 실수가 조금 있었으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완벽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대단한 기술보다도 늘 정확한 상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원두재의 장점이다. 대구전 전반전 도중, 원두재는 패스를 전개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드리블 전진을 시작했다. 주위에 있던 대구 선수들이 일제히 공을 빼앗으려 달려들었다. 그러나 원두재는 5명이 자신에게 모이자 유유히 정승현에게 횡 패스를 내주며 대구의 수비 대형을 무너뜨렸다.

원두재는 왜 자신이 울산의 주전이어야 하는지 실력으로 매 경기 증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출장 시간은 641분으로 울산 내 8위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베테랑을 많이 수집한 선수 구성에 잘 맞게 노련미가 눈에 띄는 경기운영을 한다. 빌드업의 중심에 있는 원두재가 마치 10년차 선수처럼 선배들과 보조를 맞추기에 가능한 노선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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