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들끓고 있다. 유벤투스의 방한 경기는 매진 사태를 연출하며 하늘을 찔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지옥으로 변했다. "한국 팬을 만나러 온다"고 했던 유벤투스는 순식간에 '국민 안티 클럽'으로 변신했다. 예고된 참사였다.

유벤투스는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당초 오후 1시 도착 예정이었지만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출발한 것은 오후 3시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참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예정된 모든 일정에 차질이 있었다. 팬사인회와 팬미팅도 지연되었다. 심지어 경기 킥오프시간까지 밀렸다. 6만여 관중은 찜통 더위 속에서 연신 부채질만 하며 하염없이 인내했다. 확약을 받았다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45분 출전은 없었다. 컨디션 난조와 근육 부상이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한 일정이었다. 중국에서 경기를 소화하고 ‘팀K리그’와의 친선 경기 당일 입국하겠다는 것부터 문제였다. 앞선 일정에서 컨디션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 비행을 하고 바로 경기에 뛴다는 것은 최상의 경기력을 통해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의지 보다 친선 경기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친선전에 앞서 프로축구연맹과 대행사 ‘더페스타’는 입출국을 비롯한 유벤투스의 정확한 일정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가 임박한 후에야 오후 1시경 입국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오후 8시까지 최대한 많은 행사를 소화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다. 이미 지친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일정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 역시 선수들을 보호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경기에 임박해 입국하더라도 경기 후 팬과의 접점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 중 비행기 시간을 이유로 자리를 떠났다. 대행사는 당초 출국 시간에 대해 “정확한 시간을 밝힐 수 없지만, 경기 다음 날 떠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다음 날 팬들과 만나는 최소한의 일정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헛된 희망이었다.

예정된 출국 시간은 새벽 1시였다. 실제 인천공항을 떠난 것은 새벽 2시 50분경이다. 자정이 지났으니 ‘다음 날’은 맞지만 유벤투스는 처음부터 한국에서 경기 외에 팬들과 최대한 많은 접점을 만들 의지는 없었다. 대행사 역시 유벤투스의 무리한 일정을 알고 있었지만 강행했다. 앞서 유벤투스는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에서 미리 ‘잘 준비된’ 인터내셔널챔피언스컵을 통해 경기력과 스폰서,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잡았다. 반면 마지막 순간에 나타난 한국에서의 일정을 헐레벌떡 소화했다. 한국 체류 시간은 12시간에 불과했다. 짧은 시간에 수 많은 안티 팬들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