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루블린(폴란드)] 김정용 기자= “상대의 4-4 블록 사이의 갭(틈)에서 이강인이 충분히 공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12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루블린에 위치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에콰도르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4강전을 치른 한국에 에콰도르를 1-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첫 세계대회(FIFA 주관대회) 결승 진출이다.

정정용 감독은 한국의 ‘플랜 A’인 3-5-1-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에콰도르는 4-4-2였다. 16강과 8강에서 한국은 비슷한 문제를 노출했다. 수비 3명과 미드필더 5명만으로는 수비가 되지 않아 이강인까지 측면 수비를 도우러 내려가는 것이다. 정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순리에 따라 이강인을 윙어로 이동시켜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3-5-2에 비해 측면 수비 숫자가 많은 3-4-3으로 전반전을 버틴 뒤, 후반에 다시 3-5-1-1이나 4-2-3-1 등으로 변신했다.

에콰도르전은 모처럼 정상적으로 풀린 경기였다. 정 감독은 에콰도르의 앞선 경기들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수비에 치중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앞선 상대였던 일본은 전방압박과 공격적인 풀백 활용, 세네갈은 압도적인 신체 조건 등 한국을 뒤로 밀어낼 요인을 갖고 있었다. 반면 에콰도르전에서 한국은 뜻한 대로 수비라인을 올릴 수 있었다.

이강인의 위치선정과 플레이는 플레이메이커의 정석이었다. 정 감독 말처럼 에콰도르의 수비라인 4명과 미드필더 4명, 소위 ‘두 줄 수비’의 두 줄 사이에서 이강인이 활동했다. 수비라인 바로 앞의 공간은 좁지만, 이리로 뛰어들어가며 공을 받은 뒤 키핑할 수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다면 상대에게 큰 위협을 줄 수 있다. 이강인이 이 위치에서 맹활약하며 한국 공격이 잘 풀렸다. 특히 오버래핑하는 왼쪽 윙백 최준에게 주는 스루 패스가 여러 번 통했다. 세트피스에서 비슷한 플레이를 성공시켜 선제골도 넣었다.

후반에 이강인을 뺀 건 파격적이었다. 정 감독은 체력 안배뿐 아니라 에콰도르전 승리를 위해서도 이강인을 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경기들과 반대로 전반전을 3-5-1-1로 치른 뒤 후반전에 3-4-3으로 전환했다. 에콰도르가 좌우 풀백을 잔뜩 전진시키고 동점골을 노리자, 한국은 측면 수비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강인을 빼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박태준을 투입했다. 중앙 미드필더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었을 때는 정호진과 박태준을 기용하는 것이 정 감독의 기본 원칙이다. 그 좌우에 수비 가담 좋은 윙어 조영욱과 고재현이 배치됐고, 나중에 고재현이 전문 윙어 엄원상으로 바뀌면서 3-4-3 젼형이 완성됐다.

정 감독이 말하는 3-4-3은 사실상 5-4-1에 가깝다. 일단 이 포메이션을 쓰면, 후방으로 물러서 수비에 치중한다. 그러다가 상대 풀백이 무분별하게 전진하면 그 배후 공간을 활용한다. 이날은 조영욱과 엄원상이 각각 득점할 뻔한 장면을 하나씩 만들어내며 한국 역습의 위력을 보여줬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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