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 김정용 기자= 이강인은 U20 대표팀 막내인 동시에 리더다. 한국 축구계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지만 이강인은 자연스럽게 형들을 이끌고 있다.

6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 인근 리고타에 위치한 지정 훈련장에서 한국이 공개 훈련을 가졌다. 한국은 9일 같은 도시의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세네갈과 8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1983년 달성한 역대 최고 성적 4강에 도달할 수 있다.

이강인은 형들에게 애교를 부리며 다가가 친해지지만, 축구에 대해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우물쭈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줄 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 영상에서 이지솔을 가리키며 “애국가가 안 들려요. 한국 사람 아닌가 봐요”라고 말하며 크게 부를 것을 요구했다. 킥오프 직전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를 응원할 때 역시 이강인이 발언을 자처한 적이 있었다.

20세 위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에서 18세 이강인은 다른 선수들보다 두 살 어리지만 스페인에서 오래 생활했기 때문에 위계질서에 대한 개념이 비교적 희박하다. 이규혁은 이런 이강인의 모습에 대해 “막내가 아니라 형 같다”고 말한 바 있다.

6일 다시 인터뷰를 가진 이규혁은 “강인이에 대해 또 한 번 놀란 게 있다. 경기장에서든 숙소에서든 강인이가 따로 찾아가는 선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선뜻 말을 건넨다는 게 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강인이가 형들에게 할 수 있다며 더 응원해준다. 형들이 준비 안하면 누가 하겠냐고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대해 또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의 필드 플레이어 18명 중 아직 실전에 투입되지 못한 선수는 이규혁, 김주성 두 명이다. 이들을 비롯해 출장 시간이 적어 아쉬운 마음을 품고 있는 선수들에게 이강인이 찾아가 위로를 건네고, 동시에 분발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김주성 역시 “강인이가 항상 해 주는 말이 있다. 경기에 나갈 수도 있으니까 항상 준비하라고 하고,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선수들 덕분에 뛰는 선수들이 힘을 받는다고 해 줬다. 그 말을 들으며 더 팀을 응원하게 되고, 묵묵히 할 일을 하다보면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강인이가 막내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의 경험이나 A대표팀 소집 경험이 있다. 우리보다는 그런 부분에서 경험이 많으니까 강인이 말이 도움이 된다”며 이강인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의 행동에 대해 “원래 스타일이 그렇다. 강인이가 잘 하고, 형들도 강인이를 귀여워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선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식’ 성격인 이강인에 대해 “연령별 대표팀에서 이승우도 다뤄 봤는데, 그런 성격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이강인은 모든 인터뷰에서 형들에 대한 고마움을 지겹도록 말한다. 형들은 이강인의 실력과 경기에 대한 자세를 존중한다. 새로운 현상이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옆에서 지켜보면 이강인이 가장 프로다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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