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 김정용 기자= 이규혁은 생애 가장 큰 대회인 U20 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밟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동료들의 선전을 먼저 응원하며 욕심을 접어두기로 했다. 김주성도 마찬가지다.

6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 인근 리고타에 위치한 지정 훈련장에서 한국이 공개 훈련을 가졌다. 한국은 9일 같은 도시의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세네갈과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전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1983년 달성한 역대 최고 성적 4강에 도달할 수 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훈련 영상에서 이규혁의 발언이 작은 화제를 모았다. 이규혁은 “한 마디 하고 싶다, 경기 뛴 사람도 있을 거고 못 뛴 사람도 나올 건데, 못 뛴다고 뒤에서 표현하지 말고, 다 같이 한 팀으로 응원하고 내일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생정신이 담긴 이규혁의 말에 동료들이 감탄했다.

훈련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규혁은 “초점이 뛰는 선수들에게만 가 있으니까 못 뛰는 선수들은 약간의 배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기에 뛰지 못했는데 뒤에 있는 선수들이 조금 의기소침하고 자신감 떨어진 모습이 보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 선수든 클텐데, 이겨내야 한다. 못 이겨내고 티내면 팀 분위기도 그렇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안 좋을 수 있고. 그걸 이겨내야 기회가 왔을 때 좋은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규혁의 발언 이후 동료 오세훈이 찾아와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세훈이도 출전하지 못하다가 기회를 받고 뛰고 있는데, 못 뛸 때 부담이 되고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누가 선뜻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을 때 내가 먼저 이야기했대요. 다른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구나 싶어서 고마웠다.”

뛰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 이규혁은 한때 정정용 감독 아래서 주전으로 뛰었던 선수다. 그러나 U20 월드컵 본선 명단에서 뜻밖에 제외됐고, 정우영이 이탈하면서 대체 발탁됐다. 그리고 본선에서 1분도 뛰지 못하고 있다. “준비는 한국에서부터 해 왔다. 앞선 경기에서 최준이 다치면 내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 순간 준비는 하고 있다. 기회가 온다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

이규혁은 뛰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감정이 북받쳐 올라 잠시 말을 끊어야 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흘리지 않고 인터뷰를 마치는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 필드 플레이어 18명 중 아직 한 번도 뛰지 못한 선수는 이규혁, 김주성 두 명이다. 김주성은 “뛰지 못하는 것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마음이 힘들었는데 형들이 열심히 해서 올라가는 걸 보니까 묵묵히 응원하게 된다. 기회가 올 때까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서 내가 해야 할 것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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