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 황현수보다 그들과 함께 할 다른 수비수가 중요하다.”

김학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공격적 스리백을 구상하고 있다. 든든하게 활약해 줄 K리그 수비수들보다 전술적으로 중요한 건 전문 수비수가 아닌 세 번째 멤버다.

김 감독은 7월 31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NFC)에서 대표팀 소집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 감독은 애초 밝힌대로 ‘플랜 A’가 스리백이라고 했다. 명단 발표 당시 내놓은 포메이션에 따르면 3-5-2다. 이에 따라 수비수를 많이 뽑았다. 총 20명, 필드 플레이어가 18명인 명단에서 수비수가 7명, 미드필더가 6명, 공격수가 5명이다.

가장 믿을만한 수비수는 단연 김민재다. 김민재는 부상만 아니었다면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A대표팀의 주전으로 뛰었을 국내 최고급 수비수다. 또한 FC서울의 주전으로 활약 중인 황현수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스리백을 경험하고 있어 역시 주전 등극이 유력하다.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왔다. “김민재와 황현수가 있지만 포인트는 다른 곳에 있다. 내 계획을 다 말씀드릴 순 없는데, 어차피 나중에 나올 거니까 말하자면 다른 핵심 포인트가 있다. 공격적인 스리백을 가미할 것이다.”

김 감독이 말한 공격적 스리백이란 전문 수비수가 아니라 미드필더 성향인 선수가 한 명 이상 포함되는 스리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소속팀에서 미드필더로 많이 뛴 수원FC의 조유민, 울산현대의 김건웅을 수비수로 분류해 선발했다.

대표팀의 실제 구상은 명단 발표 당시 공개한 포메이션 그대로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 센터백 중 황현수가 스리백의 왼쪽, 김민재가 스리백의 중앙을 맡는다. 이들 중 결장하는 선수가 생기면 정태욱이 대체한다. 스리백 중 오른쪽 자리를 놓고 조유민과 김건웅이 경쟁한다.

김 감독의 말대로 핵심은 오른쪽이다. 오른쪽 센터백은 상황에 따라 자주 전진하며 상대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 공격 전개시 빌드업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지난 전지훈련 때도 꾸준히 실험한 스리백 운영 방식이다.

김 감독의 구상은 최근 세계 축구 흐름과 부합한다. 과거에는 스리백 중 가운데에 기술이 좋은 선수를 배치해 빌드업을 맡기며 스위퍼 혹은 리베로라 불렀고, 좌우에 있는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를 대인마크하도록 하며 스토퍼라 불렀다. 그러나 경기 속도가 빨라지고 경기 운영이 더 유연해지면서 리베로가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빌드업이 너무 느리다는 문제가 생겼다. 최근 추세는 오히려 운동능력이 가장 좋은 수비수를 스리백 중 중앙에 세우고, 좌우 수비수 중 빌드업이 좋은 멀티 플레이어를 기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특히 잉글랜드에서 김학범식 스리백과 비슷한 선례를 많이 찾을 수 있다. 2016/2017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 첼시가 오른쪽 센터백으로 원래 풀백인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를 배치해 큰 효과를 봤다. 비슷한 시기 토트넘홋스퍼는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더가 모두 가능한 에릭 다이어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배치했다. 러시아월드컵의 잉글랜드 대표팀은 오른쪽 센터백으로 스피드가 탁월한 풀백 카일 워커를 뒀다. 워커는 넓은 수비 범위, 오른쪽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배후 공간의 적절한 커버, 상황에 따른 공격 가담 등 다양한 장점을 보여줬다.

스리백에 수비 범위가 넓은 선수를 많이 배치해야 하는 건 한국이 아시안게임 본선에서 맞닥뜨릴 예상 수비 상황과도 잘 어울린다. 한국은 수비 진영으로 후퇴해 2중, 3중의 수비벽을 치기보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다가 상대의 역습 한두 번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느린 전문 센터백보다 발이 빠르고 전진 수비에 거리낌이 없는 미드필더 출신이 오히려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민재는 김 감독의 전술을 아직 접해보지 못했지만 동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수비수들에게 부담이 클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감독님이 공격적인 전술을 하시면서 윙백이 수비를 같이 하기보다 스리백이 수비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뒤가 불안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이 편하게 하는 게 스리백의 역할이다. 실점 없이 계속 해야 공격수들이 편하게 공격할 거다. 3명이 수비할 거라고 어느 정도 생각하고 준비하려 한다.”

김민재는 좌우 윙백을 맡을 김진야, 이진현, 김문환 등의 선수들이 수비에 힘을 쏟기보다 적극적으로 전방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윙백이 전진했을 때 그 배후 공간으로 상대가 침투하려 한다면, 이때 수비해야 하는 선수 역시 스리백 중 한 명이다.

김민재와 황현수가 김 감독의 ‘믿을 구석’이라면, 조유민이나 김건웅은 전력 강화 요소도, 불안 요소도 될 수 있는 ‘엑스 팩터’인 상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세대의 풀백 불안을 전술을 통해 헤쳐 나간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김 감독이 핵심 포인트라고 말할 만한 지점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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