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유벤투스에 왔다. 유벤투스는 세리에A 역대 최고 금액인 1억 유로(약 1,323억 원)를 투자해 33세 호날두를 레알마드리드로부터 영입했다.

유벤투스는 호날두가 토리노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메디컬 테스트를 위해 전용 시설 ‘J메디컬’을 찾은 모습, 메디컬 테스트 과정, 훈련장을 둘러보는 모습 등 단계별 모습을 구단 유투브 채널에 계속 업로드했다. 호날두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다. 선수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젊은 친구들을 도울 것이다. 나는 변하지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남겠다”라며 ‘성실의 아이콘’다운 멋진 말을 남겼다.

호날두의 프로 의식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유벤투스가 호날두를 가질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구단 중 하나라는 점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둘의 조화다. 유벤투스에서 호날두를 기다리고 있던 기존 선수들, 그리고 기존 전술이 호날두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유벤투스를 네 시즌 동안 지휘하며 세리에A 전 시즌 우승,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2회 등 성과를 냈다. 그 동안 다양한 포메이션이 선수 구성에 맞춰 쓰였다. 3-5-2를 시작으로 4-3-1-2, 4-2-3-1, 4-3-3, 4-4-2 등 온갖 전술을 시험했다. 호날두에게 맞춰 어떤 포메이션이든 구사할 준비가 된 팀이다.

관건은 선수 변화다. 호날두의 합류에 맞춰 곤살로 이과인이 떠날 거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이과인은 이미 레알마드리드 시절 호날두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주전 경쟁에서 밀린 바 있는 선수다. 늘 ‘제1 득점원’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호날두와 역할이 겹친다. 이탈리아 이적 전문 매체 ‘칼초메르카토’는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부임한 첼시를 이과인의 행선지로 전망하고 있다.

호날두는 레알과 포르투갈에서 좋은 활약을 했을 때와 같은 역할을 부여받아야 한다. 알레그리 감독은 선수 전원의 수비가담을 중시하지만 호날두만큼은 어느 정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주위 선수들로 수비 가담을 보완하는 퍼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호날두는 과거 폭발적인 운동 능력과 거리를 가리지 않는 킥력을 가진 선수였지만 30대에 접어든 뒤 이런 능력은 감퇴했다. 대신 왼쪽과 중앙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득점 기회를 포착하고 골을 넣는 능력이 20대 시절보다도 더욱 향상됐다. 호날두의 역할은 투톱 중 프리롤에 가까운 공격수이거나, 수비 부담이 적은 왼쪽 윙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유벤투스의 다음 시즌 포메이션 중 가장 이론적으로 유력한 건 4-4-2와 4-3-3의 혼용 형태다. 4-3-3으로 본다면 세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왼쪽에 치우친 블래즈 마튀디가 측면까지 자주 책임지고, 왼쪽 윙어 호날두는 윙 플레이보다 득점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4-4-2로 본다면 왼쪽 미드필더 마튀디가 중앙 미드필더처럼 중원 장악을 돕고, 투톱 중 호날두가 왼쪽으로 자주 빠지는 방식이다. 두 가지 포메이션의 절충형이라고 볼 수 있다.

호날두 활용의 ‘모범 답안’은 2013/2014시즌 레알의 UCL 우승을 이끈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제시한 바 있다. 이때 레알의 포메이션이 호날두의 측면 플레이 부담을 줄여주는 4-3-3과 4-4-2의 혼합형이었다. 호날두 뒤에서 중앙과 측면으로 모두 아우르며 플레이한 선수는 앙헬 디마리아였다.

마튀디는 디마리아와 약간 방식이 다르지만,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미드필더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프랑스 4-2-3-1의 왼쪽 윙어를 맡아 중원 장악까지 도왔다. 마튀디는 파리생제르맹(PSG) 시절 4-3-3의 왼쪽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해 자주 측면으로 빠지며 윙어처럼 뛰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레알에서 디마리아가 호날두를 받쳤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좌해줄 수 있는 선수다. 이미 31세라 운동능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건 불안요소다.

호날두 활용의 두 번째 관건은 다른 공격자원들과의 조화다. 물오른 기량을 보이고 있는 더글라스 코스타, 아무리 호날두가 중요하다고 해도 유벤투스가 포기할 수 없는 천재인 파울로 디발라는 호날두와 함께 공격을 이끌어가야 한다. 코스타의 경우 오른쪽 측면에 바짝 붙어 윙어로 뛴다는 점에서 한때 호날두의 도우미였던 가레스 베일과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디발라가 레알 시절의 카림 벤제마처럼 호날두 입맛에 맞는 패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발라 역시 팀의 중심이 되어야 힘을 내는 선수다.

기량이 서서히 하락하는 중이지만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헌신적인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 실력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오른쪽 측면에 붙어서 활동하며 호날두의 활동을 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후안 콰드라도 등도 조화가 기대된다. 왼발 킥력이 좋은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는 호날두 영입으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을 선수다. 팀 공격 전술이 큰 폭으로 변하면 지난 시즌 전술적 적응을 어려워했던 베르나르데스키에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호날두의 측면 공격 부담을 덜어주는 건 윙백의 몫이기도 하다. 레알에서는 현존 최고 선수인 마르셀루가 호날두 대신 크로스, 돌파, 패스 등 윙어의 플레이를 대신 책임졌다. 유벤투스에는 폭발적인 전진능력을 가진 알렉스 산드루가 있어 호날두를 편하게 해줄 수 있다. 산드루가 첼시 등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유벤투스가 마르셀루를 영입할 거라는 흥미로운 보도도 있다. 이 경우 마르셀루와 호날두의 막강한 조합이 유벤투스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팀 전체를 볼 때 유벤투스의 숙제는 호날두를 편하게 해 주면서도 경기 장악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유벤투스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미드필드 장악력의 저하가 큰 문제였다. 미랄렘 퍄니치, 자미 케디라로 구성된 미드필드로는 상대를 제대로 압박할 수 없었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스테파노 스투라로, 로드리고 벤탄쿠르는 각각 훌륭한 미드필더들이지만 지난 시즌 유벤투스에서 정답이라고 할 만한 조합은 도출되지 않았다.

폭발적인 에너지로는 세계 어느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 엠레 찬이 자유계약으로 합류했다. 찬이 기존 미드필더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주전으로 자리 잡는다면 유벤투스의 중원 장악 문제는 단숨에 해결될 수도 있다.

유벤투스는 그 외에도 라이트백 주앙 칸셀루, 레프트백 레오나르도 스피나촐라(임대 복귀), 센터백 마티아 칼다라(임대 복귀)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강화했다. 모두 발이 빠르고 젊기 때문에 늙고 노련한 유벤투스에 에너지를 더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수비수 다니엘레 루가니, 마르키시오 등은 다른 팀으로 떠날 거라는 루머가 돌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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