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역대로 한국 23세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의 와일드카드 사용법은 허리와 수비를 보강하는 데 집중됐다. 이번은 예외다. 김학범 감독은 골키퍼에 한 장을 쓰는 대신 최전방 공격수 2명을 선택했다.

1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남자 축구대표팀 명단 20명이 발표됐다. 김 감독은 해당 연령대 선수 17명을 선발하고, 골키퍼 조현우와 공격수 손흥민,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선택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이 참가한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중 와일드카드 3장 중 2장을 공격수에 쓴 경우는 손에 꼽는다.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과 석현준을 함께 선발한 적을 제외하면 공격과 미드필더, 수비에 카드를 골고루 써왔다. 늘 수비불안이라는 꼬리표가 따랐기 때문에 수비자원이나 골키퍼를 우선 선발하고, 중원에서 힘을 실어줄 미드필더를 뽑아왔다.

김신욱·박주호·김승규(2014), 신광훈·김정우·박주영(2010), 김동진·김두현·이천수(2006), 김영철·이영표·이운재(2002, 이상 아시안게임), 손흥민·석현준·장현수(2016), 박주영·김창수·정성룡(2012), 김정우·김동진(2008), 유상철·정경호(2004, 이상 올림픽). 역대 와일드카드의 면면을 살펴보면 센터백이나 풀백, 골키퍼 등 수비자원의 비중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처럼 전문 공격수를 2명이나 뽑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합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손흥민은 현재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손흥민의 발탁을 암시해 왔다.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도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홋스퍼와 꾸준히 소통하며 차출 협조를 요청해왔다. 손흥민도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결국 손흥민은 모두의 예상대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은 31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소집된다. 그러나 손흥민은 처음부터 함께 하지 못한다. 아시안게임 참가에 대해서는 토트넘과 합의를 마쳤으나 대표팀 합류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을 조율 중이다. 김 감독은 “하루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지만 아시안게임은 차출 의무가 없는 대회라 토트넘이 키를 쥐고 있다.

손흥민만 합류시기가 불분명한 건 아니다. 황희찬의 소속팀 레드불잘츠부르크와도 대표팀 합류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이다. 조별리그를 손흥민과 황희찬 없이 치를 가능성도 높다. 그럴 경우 공격진에는 나상호 혼자만 남는다. 이들의 합류가 늦다고 다른 선수를 뽑을 수도 없다. 김 감독도 “(합류가 늦는다고)손흥민을 제외할 강심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일드카드 한 장을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에 쓴 건 해외파 공격수들의 합류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황의조는 명단 발표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과거 김 감독과 성남FC에서 함께 한 인연 때문에 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있었다. 김 감독은 ”황의조를 두고 논란이 많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학연, 지연, 의리 이런 건 없다. 내가 이런 것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성남에서 있던 선수라 뽑았다? 아니다. 성적을 목전에 두고 그런 걸 생각하는 지도자는 없다”라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황의조는 올 시즌 J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컵대회 포함 12골을 집어넣었다. J리그 득점 순위에서는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도 “현재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라고 황희조를 평가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어느 시점에 합류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공격수를 뽑았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나머지 한 장은 골키퍼 조현우에게 돌아갔다. 조현우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해 수 차례 선방을 해내며 활약했다. 김 감독은 “한 골 막는 건 한 골을 넣는 것과 똑같다”라는 말로 조현우 선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동석한 차상광 골키퍼 코치도 “조현우를 뽑는 건 쉬웠다”라고 말했다. 조현우 발탁으로 강현무가 고배를 마셨다. 송범근과 강현무 사이에서 고민하던 코칭 스태프는 소속팀에서의 활약과 큰 대회 경험 등을 고려한 끝에 송범근을 선택했다.

대표팀은 31일 파주 NFC에 소집해 훈련을 시작한다. 국내 훈련 막바지 단계에 접어드는 다음달 9일에는 이라크 U-23 대표팀과 평가전을 계획 중이다. 인도네시아로는 10일 떠날 예정이다. 한국의 조별리그 상대국은 아직 미정이다. 당초 바레인, 말레이시아, 키르키즈스탄과 한 조에 묶였으나,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조 추첨 과정에서 2개국을 누락한 것이 확인돼 며칠 내 조 추첨이 다시 진행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 명단(20명)

GK: 조현우(대구FC), 송범근(전북현대)

DF: 황현수(FC서울), 정태욱(제주유나이티드), 김민재(전북현대), 김진야(인천유나이티드), 조유민(수원FC), 김문환(부산아이파크), 이시영(성남FC)

MF: 이승모(광주FC), 장윤호(전북현대), 김건웅(울산현대), 황인범(아산무궁화), 김정민(FC리페링), 이진현(포항스틸러스)

FW: 황의조(감바오사카), 손흥민(토트넘홋스퍼), 나상호(광주FC), 황희찬(레드불잘츠부르크), 이승우(엘라스베로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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