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지네딘 지단이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예술을 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면, 앙투안 그리즈만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회사원같이 일하며 프랑스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리주(Grizou, 그리즈만 별명)’는 ‘지주(Zizou, 지단 별명)’이 20년 전 걸었던 길을 걸었다. 프랑스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사상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프랑스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지단과 함께 준우승에 그쳤었다.

 

프랑스 중심에는 그리즈만이 있다. 그리즈만은 결승전에서도 1골을 넣고 자책골까지 유도하면서 맹활약했다. 그는 7경기에서 4골을 넣고 도움 2개를 기록했다. 그리즈만은 최우수선수 3위에 해당하는 아디다스 브론즈볼과 득점 2위인 실버부트도 받았다. 그는 디디에 데샹이 자신을 선택한 것을 옳았다는걸 증명했다.

 

지단과 그리즈만은 모두 단단한 수비를 중심으로 한 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지만, 양상은 달랐다. 지단은 에메 자케가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대형(4-3-2-1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 위에서 수비 부담을 상대적으로 좀 덜 지고 경기했다. 공이 지단에게 넘어오는 횟수도 많았다. 당시 하이라이트를 보면 지단이 우아한 몸짓으로 기술을 선보이는 장면이 많다.

 

프랑스가 철의 4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을 세우고도 ‘아트 사커’라는 별칭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다 지단은 공격 작업 전체를 거의 관장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3명이 지단이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고, 최전방에 있는 스테판 기바르시도 득점보다는 도움에 집중하며 2선에 있는 지단과 조르카예프가 ‘예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단보다 20년 뒤 프랑스를 이끈 그리즈만은 예술가형 에이스는 아니었다. 그리즈만도 기술과 속도 그리고 결정력을 겸비하고 있지만, 그는 예술가가 아닌 회사원에 가까웠다. 그리즈만은 데샹이 이끄는 팀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측면 공격수로 나왔으나 공격만큼 수비도 열심히 했다.

 

2018년 프랑스는 중원 장악력을 높이기 보다는 상대 틈을 공략하는 전술을 썼다. 2선 공격수들도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으면 힘을 내기 어려웠다. 그리즈만은 상대 공격수를 따라 내려와 태클을 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수비했다. 8강 우루과이 경기에서는 프랑스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하기도 했다.

 

그리즈만은 4골을 넣고 도움 2개를 했으나 예술적인 몸짓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현대 축구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간결한 기술을 보였을 뿐이다. 대신 부지런히 뛰며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역습에 나섰다. 그리즈만은 공을 끊으면 드리블을 하기보다는 은골로 캉테, 폴 포그바 등과 간결한 패스로 상대 수비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월드컵과 세계축구 흐름 그리고 팀 상황이 바뀌면서 지주와 그리주를 묘사하는 단어도 바뀌었다. 지단이 화려하게 우승했다면 그리즈만은 수수하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뛴 모양은 달라도 유니폼 위에 새길 별 모양은 같다. 이제 프랑스 대표팀을 상징하는 수탉 위에는 별이 두 개다. 하나는 지주가 다른 하나는 그리주가 달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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