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폴 포그바는 흑인 미드필더 선배들과 달리 탁월한 테크닉으로 미드필드를 지휘하며 우승에 기여했다. 20년 전에도 인종 화합의 상징이었던 프랑스 축구는 더욱 진화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을 치른 프랑스가 크로아티아를 4-2로 꺾고 우승했다. 1998년 자국 대회 이후 20년 만의 우승이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서 월드컵을 모두 우승했다.

프랑스는 전술적으로나 외형적으로 20년 전과 닮은 점이 많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중심의 탄탄한 중심 수비를 구축하고 다소 소극적인 경기를 했다.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흑인 선수와 백인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다.

프랑스 대표팀은 1998년 월드컵과 ‘유로 2000’을 연달아 우승하면서 인종 화합의 상징이 됐다. 데샹 등 백인, 마르셀 드사이 등 흑인, 그리고 지네딘 지단으로 대표되는 알제리계까지 대표팀에서 조화를 이루며 하나가 됐다. 특히 지단은 2002년, 2017년 인종주의 성격이 있는 극우 정치인(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프랑스 통합의 상징적 존재라는 걸 여러 번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러나 20년 전 프랑스는 모두가 편견 없이 어우러지는 사회의 상징이 되기엔 인종마다 역할 구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구성에서 한계를 보였다. 문화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많은 백인 선수들이 지휘하고, 신체능력이 좋은 흑인 선수들은 지휘에 따르는 구도인 경우가 많았다. 특히 센터백 구성이 대표적이다. 백인인 로랑 블랑의 별명은 ‘대통령’이었고 흑인인 드사이의 별명은 ‘바위’였다. 프랑스 전체를 지휘하는 리더 데샹, 공격의 창의성을 담당하는 유리 조르카예프까지 모두 백인이었다.

프랑스월드컵과 러시아월드컵을 관통하며 거의 평행이론처럼 보이는 포지션도 있다. 20년 전 티에리 앙리와 이번 대회의 킬리앙 음밥페가 대표적이다. 음밥페는 ‘제 2의 앙리’라는 별명에 맞게 맹활약했다. 앙리와 플레이스타일뿐 아니라 외모까지 닮은 음밥페는 이번 대회를 통해 특급 공격 자원으로 더욱 이름을 알렸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축구가 더욱 발전했다. 한때는 이민자 출신 흑인 선수들이 신체 능력에 의존한 축구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포그바는 사회 발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선수다. 포그바는 탄탄한 체격과 기술이 조화된 볼 키핑을 보여주면서 지단의 현역 시절 플레이를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선수로 주목 받았다. 뿐만 아니라 포그바는 2016년 당시 세계 이적료 1위를 기록했다. 백인이나 남미 출신이 아닌 아프리카계 흑인이 이적료 기록을 깬 건 포그바가 최초다. 포그바는 흑인 선수가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 면에서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단적인 예다.

포그바는 이번 대회에서 화려한 원래 스타일을 자제하고 팀 플레이에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기회가 생길 때마다 특유의 볼 키핑, 롱 패스를 활용해 공격을 전개했다. 더 수비적이었던 은골로 캉테보다는 포그바가 데샹의 전술적 후계자라고 할 수 있었다. 포그바는 결승전에서 멋진 중거리 슛으로 대회 첫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라파엘 바란과 사뮈엘 움티티의 중앙 수비 조합도 과거와 같은 백인, 흑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있다. 바란은 중앙아메리카의 마르티니크에서 온 아버지와 프랑스 토박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움티티는 아프리카의 카메룬 태생이다. 과거 분류에 따르면 유색인종인 두 선수는 탁월한 전술 지능, 수비 기술, 신체 능력을 모두 겸비했다. 특별히 지휘하는 선수가 있다기보다 능동적으로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수비했다.

프랑스는 20년 전에 비해 인상적이지 못한 우승을 했다. 그러나 포그바의 캐릭터와 팀내 비중이 한때 백인 선수들이 주로 맡던 영역까지 확장됐다는 점 등 몇몇 단면을 보면 프랑스 사회의 발전상이 우승팀의 전력 구성에 반영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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