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X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 키플레이어 : 피오트르 지엘린스키, 발보다 두뇌 회전이 빠른 사나이

'유로2016' 조별리그 우크라이나전 후반전이 시작했을 때, 지엘린스키는 크게 상심한 채로 스타드 벨로드롬 탈의실에 앉아 울고 있었다. 아담 나바우카 감독은 전반 45분 동안 거의 눈에 띄지 않았던 지엘린스키를 교체하기로 했다. 전반전에 지엘린스키보다 적게 패스를 한 선수는 골키퍼인 우카시 파비안스키 밖에 없었다.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은 선수에게 이것은 결코 좋은 기록이 아니었다. 결국 그 경기는 ‘유로2016’에서 지엘린스키를 볼 수 있던 처음이자 마지막 순간이었다.

 

2년 후, 이제 지엘린스키는 폴란드의 큰 기대를 짊어지고 월드컵으로 향한다. 그동안 출전 시간은 급격히 늘어나, 월드컵 예선에서 지엘린스키보다 더 오래 경기장 위에 있었던 선수는 레반도프스키가 유일하다. 게다가 지엘린스키는 이제 자신감과 팀에 기여하는 재능 면에서 그때와는 다른 레벨에 올라서 있다.

 

국제 무대를 향한 지엘린스키의 여정은 폴란드 종프코비체 실롱스키에의 작은 마을에 있던 가족들의 정원에서 시작되었다. 지엘린스키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버지 보후슬라프가 고안한 게임에서 형 파벨과 경쟁하면서 기량을 연마했다. 흔한 가족이었지만, 일반적인 가족 단위는 아니었다. 보후슬라프와 아내 베아타는 소외 아동들을 돕기 위한 위탁 가정을 열기로 결정했다. 부부는 세 아들 피오트르, 파벨, 토멕 뿐만 아니라, 4명의 다른 아이들을 더 데려왔다.

 

8살의 피오트르는 낯선 사람들을 집에 들이는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피오트르는 자기 물건에 '피오트르 침대', '피오트르 책상', '피오트르 옷장' 같은 이름표를 붙여 영역 표시를 하기도 했다. 몇 년이 걸렸지만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져 가면서, 새로운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마당에서 축구도 같이 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험은 지엘린스키를 세심하고 배려심 있는 청년으로 성장하게 했다. 국제적인 스타가 되면서 얻은 수입으로, 이제 지엘린스키는 부모님이 더 많은 아이들을 위한 집을 운영하실 수 있게끔 종프코비체와 근처의 타르고비카에 빌딩을 사드렸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부모님의 노력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우디네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을 때, 지엘린스키는 아직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안드레아 카르벨라네는 "오른발잡이인지 왼발잡이인지는 미처 챙겨볼 겨를도 없었다. 실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타고난 재능으로 경기장을 누비고 다녔고, 팀 내에서 가장 어렸지만 바로 눈에 띄었다"고 회상한다. 우디네세는 지엘린스키를 이탈리아로 초청했는데, 불과 몇 번의 훈련만 본 뒤 곧바로 영입을 결정했다.

 

엠폴리에서 보낸 2년 임대 기간 동안 지엘린스키의 기량은 꽃을 피웠다. 당시 활약으로 2016년 초 위르겐 클롭 감독의 연락이 왔을 때, 그는 아직 21살이었다. 지엘린스키는 오랫동안 클롭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어 있었고, 전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야쿱 브와슈치코프스키와 우카시 피슈체크의 추천도 클롭의 관심을 높여주었다. 클롭 감독은 실제로 그를 영입하기로 결정하고, 지엘린스키와 에이전트 바르틀로미어 볼렉을 잉글랜드 북서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지엘린스키는 프리미어리그로 옮기려고 했지만, 우디네세의 계획은 달랐다. 당시 나폴리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은, 엠폴리 임대 기간에 그를 지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엘린스키를 스타디오 산 파올로에 데려오고자 했다. 나폴리 회장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는 즉시 우디네세 커넥션을 활용했고, 지엘린스키는 2천만 유로의 이적료에 나폴리 선수가 되었다. 사리 감독은 "그는 차세대 케빈 데 브라위너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유로2016’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던 피오트르가 아니다. 더 이상 비평가들의 얘기에 흔들리는 멘탈의 선수도 아니다. 스스로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고, 경기장 위에서 더 효율적으로 뛴다. 지엘린스키는 예선전에서 6개의 도움과 함께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한국과의 친선전에서, 나바우카 감독 체제에선 첫 골을 성공시켰다.

 

지엘린스키는 정신적인 면도 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그를 주목하고, 더 큰 것을 기대한다. 그래서 피슈체크와 올림픽 스키점프에서 3번 우승한 카밀 스토크에게 도움을 준 스포츠 심리학자 카밀 보드카의 자문을 받고 있다.

 

폴란드팀 동료 카밀 그로시츠키는 "나를 스피드가 빠른 선수(fast runner)라고 한다면, 피오트르는 머리 회전이 매우 빠른 선수(very fast thinker)"라고 말했다. "훌륭한 테크닉이란, 공을 어디에 둘 지 정확히 알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하고, 체스 선수처럼 최고의 해결책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지엘린스키는 러시아에서 우리 팀에 많은 것을 줄 수 있다. 폴란드가 보유한 최고의 재능이다."

 

한편 클롭 감독은 여전히 자신의 수첩에서 지엘린스키의 이름을 지우지 않고 있다. 아직 24살에 불과한 지엘린스키는 나폴리에 입단할 때 계약서에 6천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넣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그를 영입하려는 프리미어 리그 팀의 의지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데 라우렌티스 회장은 이미 협상 테이블에서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러시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지엘린스키는 대회가 끝나면 우선 약혼녀인 로라 슬로빅과 결혼할 예정인데, 아마도 가정뿐만 아니라 커리어에서도 새로운 파트너쉽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 전술 분석

폴란드는 월드컵 예선에서 많은 골을 넣었지만 실점도 많이 허용했다. 사실, 수치상으로만 비교하면 폴란드는 본선 진출국 중 수비가 최악인 팀이다. 아담 나바우카 감독이 유로 '2016' 때처럼,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계속 수비진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폴란드는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 단지 2골만을 실점했는데, 그 대회에서 2번째로 낮은 기록이었다. 이전에 4-2-3-1 또는 4-4-2를 즐겨 사용했던 나바우카 감독은, 최근에 3-4-3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60세의 나바우카는 여전히 그 포메이션들이 폴란드의 기본 전술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전술의 유연성 및 약간의 의외성도 원하고 있다. 나바우카는 최근 4경기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월드컵 기간 동안 다양한 포메이션 변경은 매우 유용한 옵션이 될 수 있다.

 

나바우카 감독은 11월, 우루과이와 득점 없이 비기고, 멕시코에게 1-0으로 패한 경기 전에, "새로운 시도를 하고, 일부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미 훈련 때 그 시스템을 사용해봤기 때문에, 포메이션 변화는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경기 중에 3백에서 4백으로 무리없이 변경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선수들이 새로운 전술에 익숙함을 느끼게 되면서, 지난 3월 나이지리아에게 1-0으로 패했던 경기, 한국과의 3-2로 승리했던 경기에서 개선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3-4-3 전술은 여전히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골키퍼 자리에는 보이치에흐 슈체스니와 우카시 파비안스키라는 훌륭한 두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카밀 글리크와 미카알 파즈단이 주전 중앙 수비수다. 폴란드가 포백을 택한다면, 오른쪽 수비수는 우카시 피슈체크, 왼쪽은 마치에이 리부스가 맡을 것이다. 3-4-3이면 피슈체크와 리부스는 윙백으로 설 수 있다.

 

미드필드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한 곳이다. 최근 몇 년간 폴란드는 창조적인 선수가 부족했지만, 나폴리의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큰 무대에서도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지엘린스키는 유로 2016의 인상적인 활약 이후에 기량이 하락한, 웨스트 브롬 임대생 그제고르 크리호비아크의 미드필드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뒤에서 스리톱의 일원으로 뛸 수도 있다.

 

새로운 시스템은 윙어의 부족을 극복해야 한다. 믿음직한 카밀 그로시츠키가 있지만, 그 외 다른 옵션이 부족하다. 야쿱 브와슈치코프스키는 부상에서 막 회복한 상태이고, 다른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선발로 출전하기에 경험이 부족하다.

 

언뜻 보면 폴란드의 성적은 레반도프스키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팀의 핵심은 아마도 아르카디우스 밀리크가 될 것이다. 나폴리 스트라이커 밀리크는 커리어 2번째 인대 부상을 겪은 후에 복귀했는데, 만약 원래 본 모습을 발휘한다면 폴란드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폴란드는 세트피스 공격에서 대단히 위협적이다. 월드컵 진출국 중 최다인, 예선 10경기에서 12골을 세트피스로 득점했다. 또한 팀의 또다른 강점인 역습에서 5골을 성공했으며, 스페인과 세르비아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다.

 

#예상베스트11

(4-4-2) 슈체즈니 - 피슈체크, 글리크, 파즈단, 리부스 - 브와슈치코프스키, 크리호비아크, 지엘린스키, 그로시츠키 - 밀리크, 레반도프스키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아르카디우스 밀리크: 나폴리 스트라이커 밀리크는 두 번의 십자 인대 부상을 겪었지만, 재활 기간 동안 상체 근력 강화에 힘을 쏟으면서, 이번 봄에 좋은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폴란드에겐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나바우카 감독은 이 24살 선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상적으로 밀리크는 전방에서 레반도프스키의 파트너가 되어, 상대 수비가 레반도프스키에 집중된 사이에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유로2016 성적 및 이번 월드컵 예선 E조에서 승점 5점차로 1위를 한 결과 때문에,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1980년대 초반 이후 최고의 폴란드 팀이지만, 팬들이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니다. 객관적인 전력상, 폴란드는 세네갈, 콜롬비아, 일본이 속한 약한 그룹에서 쉽게 조 1위를 해야 한다. 이것은 최소 요건이고, 그 후에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폴란드의 예상 성적은 8강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글= 토마스 브와다르칠, 미하일 구트카(프제글론트 스포르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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