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주앙 미란다, 대기만성형 수비수

 

브라질 꼬마에게 수비수가 되라고 설득하는 방법이 세상에 존재할까? 드리블이 서툰 사람은 공격적인 역할을 맡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감독이 체격을 중시한다면 기회가 한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앙 미란다의 경우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의지로 수비수를 선택했다. 먼저 떠난 형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12남매 중 큰형 비센치가 사고로 죽었을 때, 막내인 주앙 미란다 드 수자 피뉴는 겨우 6살이었다. 형의 별명은 피우였다. 그는 훌륭한 수비수였고 파라나바이아 지역의 아마추어 축구계에서는 유명했다. 남부의 도시인 파라나바이아는 인구가 8만 7천여 명이고 오렌지 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다. 피우는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을 도왔다. 미란다는 형의 사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지만, 형의 몸이 불탔다는 건 말할 수 있다.

 

“형의 길을 따라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수비수가 된 이유입니다. 파라나바이아에서는 여전히 형이 저보다 더 뛰어난 선수였다고들 이야기해요.” 미란다가 2007년에 겸손한 태도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상파울루 소속이었다. 11년이 흘렀고, 그동안 미란다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인테르밀란 등 전설적인 구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형이 더 뛰어났다는 말을 하긴 어려워졌다.

 

미란다에게 인생은 빠르게 찾아왔다. 19세에 그의 아내 자클리네와 결혼했다. 프랑스 구단 소쇼의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부부는 아이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극은 반복됐다. 미란다의 아버지 주앙이 사망했고, 어머니 마리아가 그에게 떠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저는 나약해져 있었고 축구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어요. 축구를 그만둘 생각을 했죠.” 미란다가 당시의 기분을 회상했다. 브라질 시골 출신의 수줍은 소년은 책임감이 강했지만 자신감이 결여돼 있었다. 그는 거의 축구화를 벗을 뻔했다. 이미 명문팀 쿠리치바 소속으로 89경기를 뛰며 생애 첫 우승인 파라나 주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였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그는 전진했고, 소쇼에서 1년 반 동안 뛴 뒤 브라질의 인테르나시오날로 임대됐다. 그러나 그는 인테르나시오날에서 뛰진 않았다. 미란다 스스로 상파울루 행을 택했다. 도전의 연속이었다. 미란다는 드물게도 에이전트가 없었다. 스스로 계약을 이끌어냈고, 구단과의 협상은 변호사와 친구에게 맡겼다. 지금은 달라졌다. 미란다는 포르투갈의 슈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의 고객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관리하는 그 에이전트 말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란다는 상파울루에서 만개했다. 브라질 리그 우승을 5년간 3회 달성했다. 2007년 부상당한 루시우 대신 처음으로 브라질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데뷔전은 2년 뒤 둥가 감독이 페루 전에서 그를 선발했을 때 치렀다. 이런 맥락을 본다면 ‘2018 러시아월드컵’이 그의 첫 월드컵이라는 점을 믿기 힘들다. 4년 전 홈에서 열린 월드컵을 놓쳤다는 점은 여전히 쓴맛을 남긴다.

 

“지금 저는 더 경험이 쌓였고, 지난 대회에 만약 뽑혔다면 브라질의 성공을 도왔을 수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 대회는 저의 조국에서 열렸잖아요. 저는 월드컵 참가라는 꿈을 미뤄둬야만 했어요.”

 

미란다의 좌절감을 이해하기란 어렵지 않다. 2014년을 돌아보면, 미란다의 신체 능력은 최고에 도달해 있었다. 디에고 고딘과 함께 뛰었고, 월드컵 1년 전 코파델레이 결승전에서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잊을 수 없는 골을 터뜨려 아틀레티코 팬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아틀레티코는 최대 라이벌을 상대로 14년간의 무승 행진을 마침내 끊었다. 마드리드의 절반이 미란다를 사랑했다. 미란다는 불운에 시달려 온 아틀레티코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와 고딘의 호흡은 2013/2014시즌 정점에 올랐고, 디에고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스페인라리가에서 우승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거뒀다.

 

그 다음 시즌은 덜 성공적이었고, 미란다는 종종 실수를 저지르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했다. 인테르 이적이 이어졌다. 시메오네의 구상에 따라 많이 뛰어야 하는 아틀레티코에서, 미란다는 뛰어나지만 써먹을 수 없는 선수가 되었다. 그럼에도 미란다는 세리에A에서 믿을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미란다는 이제 치치의 브라질에서 가장 나이 많은 선수다. 그는 치아구 시우바보다 생일이 15일 빠르다. 미란다는 인테르를 38경기 30실점으로 이끈 뒤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 이 기록은 미란다가 여전히 브라질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이라는 명성을 공고히 했다.

 

고전적인 오른발잡이 센터백으로서 미란다는 치치 감독이 무엇을 중요시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높은 수준의 집중력, 경쟁심, 진지함이죠.” 치치 감독이 미란다를 묘사할 때 쓰는 일련의 표현이다. 미란다는 파리생제르맹의 마르퀴뇨스와 함께 최후방을 지킨다. 미란다가 유럽에서 보낸 나날은 젊은 시절 결여돼 있던 자신감까지 갖게 해 줬다.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경험이나 모든 면에서 볼 때, 제가 세리에A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스로를 완벽하고, 기술적이고, 빠른 선수로 만들었어요.” 미란다는 지난 4월 말했다. 미란다 스스로 일궈 온 경력은 피우를 넘어섰다. 형에게 바치는 훌륭한 경력이다.

#전술 분석

 

브라질이 치른 최근 친선경기를 보면, 치치 감독은 안토니오 콘테의 첼시와 같은 5인 수비진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를 위해선 특히 두 명이 필요하다. 페널티 지역 근처에서 활동할 수 있는 미드필더와, 신체능력이 뛰어난 9번(공격수)이다. 결국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치치 감독은 샤흐타르도네츠크의 타이손을 23번째 선수로 선발했다. 그러나 타이손은 이미 스쿼드에 있는 세 명과 비슷하기 때문에, 잉여 자원으로 보인다.

 

이는 필리페 쿠티뉴(측면에서 중앙을 오가는 역할을 맡는다)가 팀의 핵심으로 올라설 거라는 점을 의미한다. 쿠티뉴를 중앙으로 옮기고, 측면에서부터 드리블과 침투를 해 오는 공격진에게 지원을 해 주는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측면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하는 스타일의 공격 옵션은 많다. 네이마르, 가브리엘 제주스, 윌리안, 호베르투 피르미누, 마르셀루 등.

 

‘과거에 시험해보지 않은 건 컵대회에서 쓰지 마라’라는 축구계 명언이 있다. 사실 치치 감독의 선발 명단은 모두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브라질의 레전드인 히벨리누, 제르손, 지쿠 등이 치치에게 조언한 대로였다. 브라질은 경기장 전반에 걸친 스피드를 가장 큰 무기로 삼는다. 그들의 넓은 측면 활용이 크로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 대신 치치는 삼각 대형을 만들어가며 아주 조직적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한다. 브라질 전통인 공격적인 풀백 운용은 홀딩 미드필더들이 중앙에서 시작하는 빌드업과 밀접하게 이뤄진다.

 

브라질의 왼쪽 측면은 가장 위협적이지만 상대팀에게도 가장 공략하기 쉬운 지역이다. 마르셀루는 레알마드리드에서 하듯이 배후에 상습적으로 공간을 남겨둔다. 그러나 치치는 세계 최강 풀백을 자제시킬 생각이 없다. 이는 베테랑인 미란다가 아주 주의 깊게 커버해야 한다. 미란다는 브라질의 월드컵 역사상 어느 센터백보다도 자주 전진해야 할 것이다. 배후에 쳐진 미드필더 카세미루 역시 마르셀루의 공간을 커버한다. 오른쪽에서는 다니 아우베스의 부상이 큰 타격이다. 맨체스터시티의 다닐루는 대체자로서 부족하다. 그럼에도 브라질은 어느 위치에서나 상대를 위협할 수 있다. 심지어 미란다, 마르퀴뇨스, 파울리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선수들이다. 상대팀은 이미 비상이다.

 

브라질은 주젭 과르디올라의 영향력에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치는 전술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카드를 소매 속에 숨기고 있다. 후보 골키퍼 에데르손이 그렇다. 만약 브라질의 상대팀이 아주 거칠고 전방압박을 강하게 해 온다면, 에데르손이 정확한 패스 배급으로 압박을 벗어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이마르와 쿠티뉴는 잘 조직된 수비라인 뒤에 숨어 있다가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튀어 나올 것이다.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은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를 상대로 열린다. 이 경기는 치치가 에데르손을 러시아에서 활용할 만큼 용감하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다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해도 AS로마의 알리손은 자신의 주전 자리가 위협받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 것 같다.

 

#예상 베스트11

(4-3-3) 알리손(GK) - 다닐루(파그너), 마르퀴뇨스, 미란다, 마르셀루 - 파울리뉴, 카세미루, 페르난지뉴 - 쿠티뉴, 제주스, 네이마르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파울리뉴. 파울리뉴는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 팬들에게 비판을 받았고, 이번 이적 시장에서 팔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치치는 파울리뉴의 스타일을 아주 잘 안다. 그들은 코린치안스에서 함께하며 2012년 FIFA 클럽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치치는 파울리뉴를 신뢰한다. 가족과 같은 관계를 통해 파울리뉴는 브라질의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브라질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브라질은 우승하러 간다. 브라질만큼 강한 팀은 얼마 되지 않는다. 브라질은 자신감에 차 있다. 비록 2006년과 2014년의 사례를 보면 자신감은 성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치치는 여전히 최상의 공수균형을 모색하는 중이지만 브라질의 수비 기록은 이미 대단하다. 브라질은 남미 예선 18경기에서 겨우 11골만 허용했다. 또한 치치에게는 보석과 같은 재능이 많다. 26세가 된 네이마르, 지난 시즌 과르디올라의 지도를 받은 선수 3명, 그리고 다른 7명은 4년 전 독일에 1-7로 패배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한층 성숙한 선수들이다.

 

글= 마르비우 도스안조스(글로부에스포르테)

에디팅= 김정용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