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조국을 향한 순수한 열정,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의심의 시선을 이겨내고 최고의 자리에 섰다. 호펜하임의 공격수로 활약하는 그는 시련의 시간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제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공격 선봉장으로 나서야 한다. 월드컵 무대에서 빛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크로아티아 축구계는 시끄러웠다. 선수들의 이적 과정에서 떳떳하지 못한 일들로 유죄 판결을 받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크라마리치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진실을 향해 싸워야 했다. 어쩌면 벌어졌던 모든 일들의 결과로 크로아티아는 홈에서 승리하고도 많은 성원을 받지 못했다.

사건의 중심에는 즈드라브코 마미치가 있다. 국내 축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기도 한 그는 재판에 넘겨졌다. 디나모 자그레브를 둘러싼 거대한 비리 사건을 포함해 여러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선수들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이적료 일부를 착복했다. 어린 선수들을 여러가지 미끼로 유인해 연봉 수입의 일부를 떼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구단의 CEO라는 지위를 활용해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의 일부를 선수에게 지급하는 조항을 삽입했다. 비율은 최대 50%에 달했다. 그리고 선수에게 지급된 돈은 대부분 다시 마미치의 주머니로 향했다.

 

마미치의 법적 대리인들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가 된 것은 법원이루카 모드리치와 데얀 로브렌까지 수사 선상에 올려뒀다는 점이다. 둘의 경우 이적료의 50%를 선수에게 지급하는 조항 자체를 이적 성사 후 추가 삽입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수사 중 둘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재판을 통해 그들은 진술을 번복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관들이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없도록 혼선을 야기했던 것이 이유라고 밝혔다. 그 결과로 모드리치는 위증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로브렌의 경우 추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선수들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마미치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 중에는 결백을 주장하는 자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매우 유죄의 증거가 될 법한 내용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로브렌이 검찰에 수사를 받을 경우의 지침과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들을 들 수 있다. 로브렌은 쓰여진 내용 대로 수사를 받았다.

 

크라마리치는 경험이 풍부한, 선배 선수들이 간 길을 따르지 않았다. 특히 계약 관계에서 더욱 그랬다. 그 탓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모두 날려버릴 뻔 했지만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거부했다. 크라마리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가 알고 있지 않나. 여러분이 듣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며 “나는 그 일에 연루되지 않았다. 웃으며 제안을 거절하고 스스로 성공을 일구어냈다. 물론 씁쓸함이 남는다. 디나모는 나의 어린 시절 꿈꿨던 클럽이기 때문이다”라고 지난 해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그레브 출신의 크라마리치는 디나모의 홈 구장으로부터 불과 다섯 정거장 떨어진 곳에서 자라났다. 6살의 나이에 디나모에 합류해 유소년 팀에서만 452골을 넣었다고 한다. 디나모의 유소년 팀에서 최고의 공격 자원이었으며, 마미치는 그와 그의 가족에게 꾸준히 접근해 자신과 검은 손을 잡으면 돈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크라마리치의 가족은 꾸준히 마미치의 제안을 거절했다. 성공을 향한 쉬운 길을 거절한 것이다. 거절은 당장 어려운 장애물들을 불러왔다.

 

1군에서의 쉬운 선발 기회가 있었지만, 크라마리치는 줄곧 벤치에만 앉아야 했다. 이후 디나모의 위성 구단인 로코모티바로 임대를 갔는데, 디나모의 코칭스태프들이 그를 그리워할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로코모티바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디나모에 돌아왔지만 코칭스태프들은 몇몇 검은 손을 잡은 선수들에게만 특혜를 줬고, 크라마리치에게는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서 크라마리치에 대한 영입 제안이 와도 디나모는 모두 거절했다. 그가 마미치에게 굴복하기를 기다린 것이다.

 

크라마리치는 굴복하지 않았다. 2013년 여름, 그는 미디어에 출전 시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마미치의 검은 유혹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결국 크라마리치는 이적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적시장 마지막 날 리예카로 이적했다.

 

리예카에서 크라마리치는 부활했다. 첫 시즌에 27골을 넣었고, 그 다음 시즌에는 28골을 넣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1월 레스터시티로 이적했다. 당시 클럽 역대 최고 금액의 영입이었다. 당시 크라마리치의 나이는 23세였다. 크로아티아 출신 선수 중 유망한 선수들은 이미 빅 리그의 빅 클럽으로 진출을 완료했을 나이다.

 

UEFA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크라마리치는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 아직 나는 최고에 이르지 못했다. 지금도 열심히 달리는 이유다.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크라마리치는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해 큰 성공을 보여주지 못했다. 레스터시티가 강등권 싸움에서 승리한 후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고, 2016년 여름 결국 호펜하임으로 임대를 떠났다. 그 사이 레스터시티는 리그 우승의 기적을 썼고, 그 자리에 크라마리치는 없었다. 그는 “다른 동료들이 영광을 누리고 또 다른 기회를 잡았지만, 나는 다시 어려운 길을 가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호펜하임에서 크라마리치는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과 함께 빛났다. 임대 계약은 완전 이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호펜하임의 팬들로부터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독일 ‘키커’가 선정한 분데스리가 올해의 팀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에서 그의 길은 비교적 조금 수월했다. 2014년 데뷔한 후 아직 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마리오 만주키치, 니콜라 칼리니치 등 경험 많은 공격수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마리치는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팀의 잠재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우크라이나와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두 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영웅이 된 크라마리치는 그라운드 밖에서 그는 저항의 상징으로 팬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권력의 부당한 제안을 거절한 그의 모습은 팬들로부터 많은 찬사와 호응을 받았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그라운드 밖에서도 남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축구팬들은 응원하는 팀에 관계 없이 크라마리치를 존경하고 믿고 있다. 크로아티아를 위해 순수한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 팬들의 믿음이다. 어쩌면 이번 월드컵이 위대한 성공의 자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술 분석

논란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에게는 4-3-3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사실 오랜 기간 크로아티아는 4-2-3-1을 주로 활용하며 변형 4-4-2 전술을 썼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지휘봉을 잡고 우크라이나와의 최종예선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에 많은 변화를 줬다. 루카 모드리치에게 10번의 역할을 맡게 했다. 모드리치는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던 시절 초반에 10번을 소화한 적이 있다. 모드치와 라키티치 조합의 문제는 달리치 감독의 전임들에게도 큰 물음표였다. 빛나는 두 플레이메이커를 조화롭게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달리치 감독은 모드리치의 역할을 바꾸며 해법을 찾았고 키예프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효과를 봤다.

 

크로아티아는 수 년간 모드리치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다. 모드리치는 심지어 상당히 깊숙한 후방에서도 활약했다. 많은 수비적 역할까지 소화해야 했다. 리키티치,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혹은 마테오 코바치치 등 누구라도 그의 앞에 있다면 모드리치는 결정적인 패스를 연결해줬다.

 

모드리치의 포지션이 조금 더 전방으로 이동되며 공을 가지고 공간을 확보하고 시간을 보낸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대신 그의 패스는 더욱 활발해졌다. 달리치가 조금 더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며, 이를 통해 팀 전체로 하여금 상대방의 위험 지역에서 더욱 활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라키티치는 조금 더 깊은 곳에서 움직이며 수비의 비중을 높여 상대가 시도하는 전방 패스를 끊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이는 브로조비치나 코바치치에게는 중원에서의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음을 뜻한다. 더불어 달리치는 중원에서 든든하게 지켜줄 미드필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조금 더 균형있는 플레이를 펼칠 짝이 필요하다. 아마도 피오렌티나에서 활약하는 밀란 바데이가 최상의 조합이 될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골문을 지킬 자원으로는 모나코의 다니엘 수바시치가 유력하다. 시메 브루살리코가 수바시치를 도울 것이고, 이반 스트리니치가 풀백으로 나설 수 있다. 도마고이 비다, 데얀 로브렌, 베르단 촐루카가 두 명의 중앙 수비 조합을 놓고 싸울 것이다. 촐루카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근 부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더불어 제공권 확보와 스피드에서도 조금은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 라인에서는 오른쪽이 왼쪽보다 조금 더 바쁜 모습이다. 브르살리코가 측면에서 상당히 깊게 올라올 수 있다.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마리오 만주키치 등이 깊숙하게 파고들 수 있는 옵션을 줄 것이다. 모드리치 역시 공격에 큰 보탬이 돌 것이다. 레프트백의 경우 조금은 아쉬운 포지션으로 남아있다. 상대방이 공략할 부분이기도 하다. 해당 포지션에 최고 수준의 선수가 없다는 것이 크로아티아의 단점이다. 또한 이반 페리시치를 도울 선수가 누구일지 역시 의문부호가 붙는다. 페리시치가 중원에서부터 달려나가 측면이나 다른 방향에서 도움을 주는 상황이 온다면 뒤에서 동료 누군가가 공간을 지켜줘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안테 레비치, 마르코 퍄차 등 크로아티아의 젊은 선수들은 조금은 힘든 모습을 보여줬지만 자신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크라마리치와 만주키치는 활발한 포지션 이동을 통해 공격을 풀어 나갈 것이다. 만주치키가 주도적으로 활발하게 공격을 전개하거나 크라마리치가 조금 유기적인 공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 뒤에는 니콜라 칼리니치가 공격에 힘을 보탤 것이다.

 

크로아티아의 공격 조합은 어떤 방식이더라도 평균 30세에 육박한다. 아마도 월드컵에서는 가장 노쇄하거나 혹은 경륜이 풍부한 조합이 될 것이다.

 

#예상베스트 11

(4-2-3-1) 수바시치(GK)-브르살리코, 비다, 로브렌, 스트리니치- 바데이, 라키티치-크라마리치, 모드리치, 페리시치-만주키치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다양한 재능은 물론 꾸준함을 가진 안드레이 크라마리치는 각 라인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내고 팀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크라마리치는 오랜 시간 크로아티아에게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예상 밖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공격의 성공은 크라마리치에게 달려 있다.

 

-크로아티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큰 무대에 나설 때 마다 “녹아웃 라운드에서는 어떤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크로아티아는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질 수도 있다. 1998년 이후 오르지 못했던 16강이 최소한의 목표가 될 것이다. 오랜 영광 이후 20년이 흘렀고, 가장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여 이번 대회에 나선다.

 

글= 알렉산드라 홀리가(텔레스포츠)

에디팅=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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