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조던 픽포드, 골키퍼 그 이상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가 선덜랜드에서 활약할 당시의 일이다. 픽포드는 가끔 훈련장에서 연습 경기를 할 당시 골키퍼가 아닌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곤 했다.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곳에 나선 그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패스의 범위는 물론 정확도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자신의 전형적인 발리 킥 역시 미드필더의 역할을 소화하며 빛났다.

 

지켜본 사람들은 그가 천부적인 왼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놨다. 데이비드모예스 감독은 “마치 최고의 미드필더를 보는 것 같다”며 “엄청난 킥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패스 범위도 대단하다. 짧은 거리, 긴 거리에도 능하다. 오늘날의 골키퍼에게 필요로 하는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 정말 좋은 능력이다”라고 강조했다.

 

픽포드는 현재 에버턴에서 활약하며 3천만 파운드(약 433억 원)의 가치를 지녔다. 중앙 수비라인에도 큰 도움이 되는 자원이다. 픽포드는 훈련장에서 마치 천부적인 중원의 플레이 메이커 같은 모습을 종종 보였다. 형편 없는 백패스 역시 멋진 스위퍼 역할을 하는 그의 발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

 

선덜랜드의 유소년 팀 감독을 맡은 바 있는 케빈 볼은 픽포드에 대해 “훈련장에서 픽포드를 중원에 기용한 적이 있는데, 마치 골키퍼의 전진에 따라 수비수들까지 라인을 끌어올리는 듯한 효과를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픽포드가 골문을 지키는 상황에서 중앙 수비수들이 공을 받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픽포드는 더 먼 곳으로 공을 패스해 연결하고는 했다. 나는 픽포드에게 ‘공을 주라’고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답은 ‘왜요? 제가 더 좋게 공을 패스할 수 있었잖아요’ 였다. 비꼬는 말이 아니라 솔직한 말이었다. 픽포드는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수 있었다. 그는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아요’라고 직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선수였다.

픽포드를 키워 낸 케빈 볼 코치는 열려있는 지도자이기도 했지만 약간은 구식 지도자이기도 했다. 픽포드는 케빈 볼 코치에 대해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코치였어요”라며 “옛날에나 있을 법한 일들을 모두 했어요. 선수들이 직접 탈의실을 청소하고, 코치들의 축구화에 가죽 크림을 발라 닦아 놓아야 하기도 했어요”라고 했다. 케빈 볼 코치는 모든 일들이 선덜랜드 서포터이기도 했던 픽포드의 어린 시절에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픽포드는 그 과정을 순순히 따랐다.

 

픽포드는 임대 시절을 보냈다. 달링턴, 알프레톤, 버튼, 칼라일, 브래드포드, 프레스턴 등을 떠돌며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하지만 모든 팀들의 팬들은 그의 빛나는 선방 능력과 특유의 골킥을 기억했다. 그리고 훗날 그의 골킥은 저메인 데포의 수 많은 득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모두가 기억하는 장면은 지난 8월, 유로파리그에서 연출된 예술적 장면이다. 픽포드의 발 끝에서 시작된 킥은 무려 68미터를 날아가 정확하게 도미닉 칼버트-르윈에게 연결되었다. 에버턴은 당시 하이두크 스플릿과의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었다. 당시 픽포드의 장면에서 우리는 골키퍼가 상대의 공격과 슈팅을 막아내기도 하지만, 기회를 만든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픽포드는 임대 시절 경기가 있을 때에는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부모님이 미리 준비한 치킨이나 파스타를 먹으며 경기장으로 향하고는 했다. 당시에 대해 그는 “달링턴이나 알프레톤에서 뛸 당시에는 경기 숨을 곳이 없었어요”라고 회상했다.

 

그는 “달링턴에서 뛸 당시 17살에 불과했어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성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로 자라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했어요. 거대한 중앙 미드필더들이 저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기도 했지요”라고 덧붙였다.

 

픽포드가 가진 천부적인 상황 판단 능력은 어쩌면 그의 아버지에게서 왔을 수도 있다. 픽포드의 부친은 현재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야생동물이나 조류 밀렵을 감시하는 일을 했다. 픽포드가 프레스턴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그는 스타였다. 리버풀 골키퍼로 활약한 바 있는 크리스 커클랜드는 그에 대해 “픽포드 처럼 공을 차는 선수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라며 “저는 단 한 번도 픽포드 처럼 멀리 공을 보낸 적이 없어요”라고 했다.

 

이어 그는 “픽포드의 가장 큰 장점은 페널티 지역에서의 능력이에요. 모든 선수들이 공을 막아낼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픽포드는 페널티 지역 자체를 아예 장악했어요. 그리고 그 밖으로 높이 패스를 보내고는 했지요. 어린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 아니었어요. 정말 대단했지요”라고 회상했다.

 

거침없는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픽포드는 친형과 함께 어린 시절 집 앞 도로에서 공을 찼다. 당시에도 골키퍼 역할을 했다. 푹신한 잔디가 아닌 거친 아스팔트 위에서도 그는 몸을 날렸다.

 

픽포드의 당당함과 자신감은 가끔 대중과는 동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대중의 시선과 평가가 냉정하게 엇갈리는 오늘날의 축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에버턴이 최근 선덜랜드의 라이벌이기도 한 뉴캐슬을 제압했을 당시 그는 인스타그램에 “저들을 침묵하게 만들어 너무 기쁘다”는 다소 논란이 있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그가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자랐고, 14살부터 만나 온 여자친구 역시 그곳 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바탕으로 생겨난 해프닝이기도 했다. 픽포드의 강인한 정신력, 체력, 특유의 배짱이라면 러시아에서 그를 상대하는 팀들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선덜랜드 시절 골키퍼 코치였던 아드리안 터커는 “픽포드는 손목과 팔의 힘이 정말 대단해요. 손 역시 훌륭하지요”라고 그의 능력을 표현했다. 그의 특출한 발기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오랜 시간 국제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골키퍼를 찾아왔다. 이제 잉글랜드에게 필요한 골키퍼를 찾은 것 같다. 그 이름은 조던 픽포드다.

#전술 분석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난 가을 변형해 스리백 전술을 구사했다. 지역 예선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던 4-2-3-1 전술을 잠시 버렸다. 변형 3-4-3 전술은 어린 선수들이 다소 많았던 상황에서 점유율과 경기 내용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언뜻 보기에 중앙 자원이 다소 아쉬운 잉글랜드에게는 전술적으로 위험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잉글랜드는 카일 워커를 오른쪽 중앙 수비수로 내세웠고, 키어런 트리피어를 윙백으로 활용했다. 나름의 성과도 내놨다. 맨체스터시티에서도 나름의 활약을 하고 있는 워커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후방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다. 존 스톤스나 해리 맥과이어 혹은 왼쪽의 에릭 다이어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었던 활약이었다. 또한 당시의 모습은 잉글랜드가 기존의 윙백 자원의 활용을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워커와 트리피어 조합 그리고 반대쪽에는 대니 로스가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이어는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나설 수 있다. 조별예선 단계에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어쩌면 두 명에게 홀딩 역할을 맡기며 후방에서의 수비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잉글랜드는 조별예선 파나마, 튀니지를 상대로하는 경기에서 조금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3-4-3 전술 보다 두 명의 공격수를 놓고 8번 선수를 뒤에 놓는 3-5-2 전술을 생각할 수도 있다. 델레 알리, 제시 린가드 혹은 루벤 로프터스-치크에 다이어나 조던 헨더슨과 같은 자원을 중앙의 중심으로 둘 수도 있다.

 

탁월한 플레이 메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중앙에서 기회를 만들고 힘을 불어넣을 10번 역할을 할 선수. 기술과 힘을 겸비한 선수는 로프터스-치크가 될 수도 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맞춤 전술을 통해 안정성을 추구하는 한편 중원 자원들이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며 “더불어 전방의 선수들과의 스위칭 역시 수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두 명의 공격수가 나서지만 두 명의 미드필더가 상당히 전진 배치될 수도 있다. 또 세 명의 미드필더와 두 명의 공격수가 배치될 수도 있다”고 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는 확실한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다. 해리 케인이 라인을 끌고 올라가면, 활동성이 좋은 제이미 바디와 같은 공격 파트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자원들 혹은 윙어 자원들에게도 도움을 받는 형태의 전술도 구사가 가능하다. 어떤 방식이라도 핵심은 라힘 스털링이 될 것이다. 스털링은 맨시티에서 이미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선보였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상당히 좋은 모습이었다. 3-4-3 전술을 활용하면 흐털링이 10번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해 프랑스와 맞붙을 당시 그렇게 활용했다. 하지만 맨시티에서 윙으로 활약하는 스털링이 두 명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찍게 된다”며 “스털링이 중앙으로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고, 리버풀 시절 루이스 수아레즈나 다니엘 스터리지의 뒤에서 활약하며 돌파하고 드리블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스털링은 확실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본선 무대 시작까지의 준비와 자신감이 결과물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예상베스트 11

(3-5-1-1) 픽포드(GK)- 워커, 스톤스, 맥과이어-트리피어, 린가드, 헨더슨, 알리, 로즈-스털링-케인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잉글랜드는 본선에서 팀으로 놀라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소 젊은 선수들이 많은 상황이다. 루벤 로프터스-치크가 조별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3개월간 부상으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돌아와 크리스탈팰리스전에서 인상 깊은 활약을 선보였다. 힘도 상당히 좋고, 점유를 위한 기술도 좋다. 빠른 크로스도 특색이다. 지난 11월 브라질과의 대표팀 경기에서 데뷔했으며,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신뢰를 받았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가 조금 더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어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지만 본인은 다소 점유율에 비중을 두는 모습이다.

 

-잉글랜드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세웠던 계획과 진행 상황, 지역 예선에서의 모습을 바탕으로 보면 8강까지는 볼 수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의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잉글랜드가 조별예선을 무난히 통과하기만 한다면 좋은 힘이 될 것이다. 8강 이하의 성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특히 조별예선의 상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글= 루이스 테일러, 도미닉 피필드(가디언)

에디팅=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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