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가디언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음바렉 부수파, 러시아에서 복수를 꿈꾼다

“러시아에서 4년을 보냈습니다. 정말 외로운 날들이었어요.” 음바렉 부수파는 네덜란드에서 2015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 ‘동방에서 온 축구 백만장자’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부수파는 촬영 중에 로코모티프모스크바에서 뛰며 모로코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선수였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 바깥에 정을 붙였다. 그는 종종 후보선수들과 함께 기차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다. 부수파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황금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해외로 주목 받으며 이적한 뒤 아픔을 겪은 게 처음은 아니었다. 2004년, 그는 3년 동안 뛰고도 첼시 1군으로 승격하지 못해 팀을 떠나야 했다. 부수파는 아약스에서 뛰다 첼시로 스카우트됐지만 리저브팀 주장을 끝으로 첼시와 이별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팀을 인수하면서 미드필더 기용원칙이 완전히 달라졌다. 신장이 166cm에 불과한 부수파는 팀에 남을 수 없었다.

 

“저는 첼시 선배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잔프랑코 졸라에게 많은 걸 배웠죠. 하지만, 아브라모비치는 스타플레이어 7명과 계약했고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부수파는 벨기에 주필러리그 소속 헨트로 이적해 2006년 리그 최고 선수에 올랐다. 안더레흐트는 이적료 350만 파운드를 내고 ‘도움의 왕’을 영입했다. 같은 해 부수파는 처음으로 모로코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고, 데뷔전에서 미국을 이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모로코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자 모로코 팬들은 부수파를 비난했다. 대표팀에서 소속팀에서 보여준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비난은 겔밈 출신임을 자랑스러워하던 부수파를 아프게 했다. 겔밈은 ‘사막의 문’으로 불리는 도시로 베르베르족과 사라하 출신 사람들이 섞이는 곳이다. 부수파는 대표팀에서 여러 배경을 지닌 선수들 사이를 잇는 역할도 해오고 있다. “저는 아버지에게 많은 걸 배웠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항상 좋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했어요. 정직하고 진실하면 충분하다고 하셨죠. 매일 그 말씀을 되새깁니다. 하지만, 누군가 저를 농락하고 속이려 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할겁니다. 저도 한 성질 하거든요.”

 

이런 화끈한 성격은 2011년 러시아로 이적하면서 더 두드러졌다. 테레크그로즈니와 한 이적협상이 결렬되자 벨기에 언론은 부수파가 오직 돈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수파는 결국 러시아 백만장자가 운영하던 안지마하취칼라로 이적했다. 2년 뒤, 부수파는 안지를 떠나는 엑소더스에 동참했다. 엄청난 주급 때문에 이적이 쉽지는 않았으나 로코모티프모스크바가 알이티하드로부터 러브콜을 받던 부수파를 잡아 끌었다. 2016년에는 안더레흐트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로저 판덴 스톡 안더레흐트 회장이 “돈만 생각하는 선수”라며 계약을 반대해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진실은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르다. 부수파는 수년 전부터 브뤼셀에 재단을 세워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돕고 있다. “많은 이들이 저처럼 축구선수가 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어려운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저는 서로 돕는 지역사회에서 성장했습니다.”

 

에르베 르나르가 모로코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부수파도 다른 길에 접어 들었다. 르나르 감독은 부수파를 조금 더 뒤로 물려 플레이 전체를 관장하게 했다. 그는 대표팀 리더가 됐고,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 이제 부수파는 월드컵으로 간다.

 

#전술분석

모로코는 20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다시 진출했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모로코를 단단하고 끈기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모로코는 지난 20년 동안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면서 세계 축구계에서도 사라졌었다. 이 절망의 기간 동안 팬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에서 다시 모로코가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을 거의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르나르 감독이 2016년 부임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투지를 심었고, 몇 가지 전술적인 묘수를 더했다. 일단 음바렉 부수파에 조금 더 수비적인 역할을 줬다. 부수파는 경험 많은 미드필더 카림 엘 아흐마디와 함께 뛴다. 팀이 점유율을 잃으면 공격형 미드필더 유네스 벨랑다가 두 선수와 함께 삼각형을 만든다.

 

르나르 감독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였던 로맹 사이스도 중앙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사이스가 중앙수비수로 가면서 모로코는 공중전에서 더 강해졌다. 함자 멘딜이 부상당하자 르나르는 레알마드리드에서 뛰는 아슈라프 하키미를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다. 하키미는 왼쪽 풀배그로 뛴 적이 없었다.

 

기술이 좋은 하키미가 왼쪽 측면으로 가면서 팀 플레이메이커인 하킴 지에흐도 힘을 받았다. 2선에서 뛰는 지에흐는 왼쪽 측면을 선호하는데 가끔씩 노르딘 암라바트와 자리를 바꾼다.

 

칼리브 부타이브는 최전방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나쁜 패스도 잘 살리고 있다. 베스트11 이외에도 주목할 선수가 있다. 파이살 파즈르는 르나르 감독이 아끼는 선수다. 르나르는 “파이살은 미드필더 5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벤치에서 불평하는 선수들도 잘 다독인다”라고 말했다. 르나르가 쓰는 4-2-3-1 포메이션은 수비할 때는 4-4-2로 공격할 때는 4-3-3으로 바뀐다.

 

#예상 베스트11

(4-2-3-1) 엘 모함메디 – 디라르, 베나티아, 사이스, 하키미 – 부수파, 엘 아흐마디 – 암라바트, 벨랑다, 지에흐 – 부타이브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당연히 지에흐다. 그는 모로코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2016/2017시즌 아약스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에 올려놓았었다.

 

-모로코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모로코는 월드컵 예선에서 단 1골만 내줬지만, 본선에서는 수비적인 부분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 이란과 하는 첫 경기에 모든 게 달렸다. 승리만이 현실적인 목표인 16강으로 가는 길을 밝힐 수 있다. 16강 진출에 성공한다면 그 다음은 하늘만이 알 것이다.

 

글= 아민 엘 암리(르 마탕)

에디팅= 류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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