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라파엘 바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수비수

침착한 바란은 항상 그의 나이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른 뒤 더욱 성장했다.

 

2011년 3월, 바란은 스페인과 U-21 친선전을 하루 앞두고 에밀 뒤르크하임과 사회적 자본과 존 케인스의 거시경제학 이론에 대한 농담을 했을 정도로 재치 있고 영리한 선수였다. 그는 “케인스 이론이 좀 더 재미있다”고 말했었다.

 

5개월 뒤, 바란은 레알마드리드와 6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당시 바란은 만 17세에 불과했고, 리그앙 소속 랑스에서 23경기만 소화했었다. 경제학을 전공하며 대학입학시험을 준비하던 소년은 레알마드리드와 이적료 1천만 유로(약 125억 원) 계약을 했다. “이적료를 정말 많이 깎아줬던 겁니다.” 당시 랑스를 이끌었던 라슬로 볼로니 감독은 바란 이적료가 절대 비싼 게 아니었다고 주장했었다.

 

“바란은 보석입니다. 그는 조언에 귀 기울이기에 빨리 배웁니다. 바란은 이미 경기 흐름을 매우 잘 읽을 수 있습니다. 타고난 재능도 매우 많죠. 빠르고 영리한 수비수입니다. (바란의 재능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포르팅리스본에서 제게 배우기 시작했을 때와 완벽하게 같다고 보면 됩니다.”

 

바란과 계약하기 위해서 직접 전화를 건 사람은 당시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이 자문역으로 일하던 지단이었다. “저는 당시 릴 근교 엘렘에 있는 어머니 집에 있었어요. 저녁 7시 반에 전화가기 울렸죠. 피곤했기 때문에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어요. 갑자기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채기 전까지는 제대로 듣지도 않았었죠. 지단은 ‘농담이 아니야. 진짜 나라니까’라고 말했었어요. 저는 정중하게 시험공부를 하느라 바쁘니 나중에 전화해달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에게 이야기하자 저보고 미쳤다고 하더군요. 결국 저는 마지막 철학 시험 전날 레알 이적에 동의했습니다.”  

 

바란은 시간이 지난 뒤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저를 지식인이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레알마드리드에 입단하는 사람보다 매해 여름 대학입학시험을 치르는 사람이 더 많잖아요. 저는 그저 성실하고 진지한 학생이었습니다.”

 

엘렘에서 바란을 처음으로 지도했던 크리스토프 드뷔제르는 “바란은 7~8살 때부터 누구보다도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요령 피우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의 가족은 바란에게 좋은 환경과 안정감을 줬습니다. 그래서 바란은 절대로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바란의 아버지 가스통은 1970년대 마르티니크(프랑스 해외 영토)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다. 그는 근처 병원에서 간호 조무사로 일했다. 바란의 어머니 아니는 영어 선생님이었다. 형은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고, 두 여동생 중 한 명은 약사다. 젊은 프로 선수가 지닐법한 가정 환경은 아니다. 바란은 결혼식도 조용하게 치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만난 카미유와 2015년 결혼했는데 매우 간소하게 식을 진행했었다. 유명인도 초대하지 않았고 화려한 파티도 하지 않았다. 바란은 “카미유는 제게 완벽한 조화를 줬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성장했고,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보완해줍니다. 우리가 배운 가치를 지키며 단순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2년 8월, 디디에 데샹은 감독 부임 이후 처음으로 하는 우루과이 친선전에 바란을 선발했다. 디디에 데샹은 “나이와 재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바란을 뽑았다. 하지만, 바란은 당시에 경기에 뛰지 못했고 다음해 봄에 조지아와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바란은 만 19세였다. 바란은 2014년 10월 아르메니와 한 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찼다. 1910년 이후로 프랑스에 바란보다 젊은 주장은 없었다.

 

“30대에도 성숙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지만, 20대에 여무는 선수도 있다.” (디디에 데상 프랑스 감독)

 

바란은 2013/2014시즌, 2016/2017시즌,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는 2015/2016시즌에는 부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유로 2016’에도 결장했다. 바란은 주제 무리뉴, 카를로 안첼로티, 라파 베니테스 그리고 지네딘 지단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바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 독일 경기 초반에 마츠 훔멜스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실수를 저질러 팀을 패배로 몰아갔다. 하지만, 바란은 그마저도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흡수했다.

 

“저는 이제 그 일을 잊었습니다.” 바란은 “그런 일은 수비수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입니다. 대결에서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습니다. 오늘 나의 타이밍이 좋았다면, 나는 어떻게 몸을 더 영리하게 쓰는지 배우게 될 겁니다.” 기 스테판 프랑스 코치는 “바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그바와 같은 세대입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노력하고, 앞을 내다보며 침착함을 잃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러시아에서 바르셀로나-레알마드리드 듀오인 제라르 피케와 세르히오 라모스로 중앙수비진을 꾸릴 것이다. 프랑스도 이와 같은 조합인 바란과 사뮈엘 움티티로 중앙수비를 꾸릴 가능성이 크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철의 포백’ 일원으로 우승을 이끌었던 비센테 리자라주(현 해설자)는 바란이 지금보다 더 좋은 기량을 보일 수 있으며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란은 빠르고 재능 있는 수비수입니다. 저는 바란이 팀을 이끌 리더, 수비진을 컨트롤할 지휘자갈 되길 바랍니다. 그는 정말 잘할 수 있을 겁니다.” 바란은 리자라주가 한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저는 부끄러움이 많고 조용한 사람입니다. 그라운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저 제 힘과 제 능력으로 경기할 뿐입니다.”

 

#전술 분석

프랑스는 매우 강력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풀백과 개성 넘치는 프랑스 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데샹의 능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유로 2016’ 결승전을 치른 이후 프랑스는 기대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진이 지닌 잠재력은 킬리앙 음밥페, 토마 르마르, 우스만 뎀벨레가 가세했기에 더 좋아질 게 분명하다. 미드필더도 코랑텡 톨리소와 같이 예선전을 치르며 경험을 얻은 선수들이 있어 더 풍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직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일관성과 개성 그리고 통제력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위대한 팀이 될 수 있고, 월드컵 우승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게다가 프랑스는 전술 경향성도 불문명하다.

 

지난 3월, 홈에서 한 콜롬비아 경기(2-3 패배)는 상반된 신호를 보냈다. 당시 프랑스는 30분 동안 신나게 공격했었고, 나머지 1시간 동안은 수비 약점을 노출했었다.

 

풀백 포지션에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많다. 올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생했던 주전 풀백 지브릴 시디베와 벵자망 멘디 없이 수비적으로 견고하고 공격적으로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시디베와 멘디는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만약 그들이 대회 초반에 뛸 수 없다면 벵자망 파바르와 뤼카 에르난데스가 이들만큼 활약할 수 있을까?

 

데샹 감독은 4-4-2와 4-3-3 포메이션을 모두 쓴다. 상대 전술, 팀 상황, 그가 바라는 미드필더 균형, 측면 공격수들 성향에 따라 두 포메이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하지만, 데샹이 가장 강한 조합을 알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네딘 지단이 중심이 돼 ‘1998 프랑스 월드컵’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결승에 올랐던 프랑스는 단단한 수비와 강력한 힘 그리고 빼앗긴 공을 바로 다시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데샹이 이끄는 프랑스는 지단의 프랑스와 다른 점이 많다. 데샹의 프랑스는 더 빠른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역습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조직적인 플레이보다는 개인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데샹은 ‘2014 브라질 월드컵’과 ‘유로 2016’에 모두 4-3-3 포메이션으로 임했다. 이번에도 폴 포그바, 은골로 캉테 그리고 블래즈 마튀디(혹은 코랑탕 톨리소)로 미드필더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4-4-2 포메이션을 선택해 앙투안 그리즈만과 올리비에 지루를 최전방에 내세우면 마튀디가 벤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예상 베스트11

(4-3-3) 요리스(GK) – 시디베, 바란, 움티티, 멘디 – 포그바, 캉테, 마튀디 – 그리즈만, 음밥페, 르마르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킬리앙 음밥페. 프랑스가 결승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음밥페는 분명히 스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당시 20살이던 티에리 앙리가 프랑스 최다득점자가 됐던 것처럼 말이다. 1958년에 펠레, 1982년에 마라도나, 1994년에 호나우두, 2006년에 메시가 전설적인 첫 발자국을 월드컵에 남긴 것과 비슷하리라 예상한다. 음밥페는 여전히 10대지만 수많은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준결승. 프랑스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팀인 독일에 8강에서 0-1로 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못한 부분이 없다. 만약 그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실패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준결승에 다다르지 못하면 이미 2020년까지 재계약을 한 데샹 감독의 미래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글= 파트릭 우르니니(프랑스풋볼)

에디팅= 류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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