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안톤 미란추크, 낙오자에서 국가대표로

2015년 5월, 크라스노다르를 상대로 러시아컵 결승전에서 로코모티프모스크바의 교체 선수로 나섰던 알렉세이 미란추크가 승리를 결정짓는 세 번째 골을 넣었다. 당연히 그에게 축하가 쏟아졌다. 경기가 끝난 후, 클럽 회장인 올가 스모로드스카야는 즉시 선수들 탈의실로 내려와 그 재능 있는 포워드를 칭찬해 줬다. 그러나 문제는 완전한 오해가 하나 있었다는 점이다.

사실 회장은 미란추크의 일란성 쌍둥이인 안톤을 칭찬했다. 그 오해가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것은 그들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당시에 안톤은 1군 팀에서 거의 뛰지 못했고, 알렉세이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동안 안톤은 사실상 관심 밖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그날 이후 일어난 반전은 주목할 만하다. 마침내 그 형제는 모두 로코모티프 모스크바에서 주도적 활약을 펼친 시즌을 마치고, 러시아의 월드컵 희망을 함께 이끌고 있다. 기적은 어디서든 벌어진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몇 년 동안, 모든 관심은 알렉세이를 향해 있었다. 그는 돋보이는 유망주였다. 당시 감독 슬라벤 빌리치의 신뢰를 받은 알렉세이는 17세에 데뷔해서, 로코모티프 주전으로 성장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2015년 6월, 겨우 19세에 러시아 대표팀에 뽑혀서, 벨라루스전에 투입된 지 12분 만에 골을 넣었다. 메시와 함께 팀을 결성하는 “Backed by messi’ 캠페인에서 세계 유망주 10인에 선정되어, 아디다스 메시 버전의 특별한 축구화도 받았다.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발전해서, 이제는 진정한 스타가 되었다.

쌍둥이 형이 잘 나가는 동안, 안톤의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시작은 비슷했다. 15살에 그들은 고향인 크라스노다르 근처의 슬라뱐스크나쿠바니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함께 이사했다. 스파르타크모스크바의 초청을 받았기 때문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소년팀 코치들은 그 형제가 너무 키가 작고 신체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했다. 더 큰 믿음을 보여준 팀은 로코모티프였다. 로코모티프가 그들을 기숙 학교로 데려갔으며, 선생님이기도 한 엄마 옐레나도 그 학교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두 형제는 그것이 자신들의 행복에 중요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우리 곁에 없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몰라요."

그들의 운명은 곧 갈라지기 시작했다. 빌리치 감독은 2년 만에 알렉세이를 주전으로 기용했지만, 안톤은 코치들과 함께 훈련을 반복했고, 컵 대회 로토르볼로그라드전에서 2분 출장에 그쳤다. 부상은 핑계가 되지 못했고,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점점 잊혀져 갔다. 스모로드스카야 회장과의 그 만남은 특히 힘든 순간이었다. 2016년 초 에스토니아팀 레바디아탈린으로 임대되었을 때는 완전히 축구를 포기할 것처럼 보였다.

평론가들은 아마 그곳에서 부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적은 안톤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처음으로 기숙사를 떠나서, 스스로 요리와 빨래를 했으며, 고향팀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독립성을 얻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시작되지는 않았다. 그는 레바디아에서 뛴 첫 경기에서 득점도 하고, 레드카드도 받았다. 하지만 곧 팀의 주전 선수가 되었다. 레바디아는 리그 1위로 올라섰다. 슬라비아 프라하와의 유로파 리그 2차 예선 경기에서, 팀은 비록 원정 다득점 규칙에 의해 아깝게 탈락했지만, 안톤은 2개의 어시스트를 했다. 에스토니아에서 보낸 1년 동안 미란추크는 40 경기를 뛰면서 15골 11도움을 기록했다. 그때의 활약으로 러시아 21세 이하 대표팀에 선발되었으며, 다른 일도 잘 풀리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로코모티프는 90년대와 2000년대에 팀을 대단한 성공으로 이끈 전설적인 감독 유리 세민을 다시 임명했다. 모든 상황이 변했다. 세민은 안톤에 대한 믿음을 주고, 2016/2017 시즌이 끝나기 전에 러시아프리미어리그 첫 경기 출장 기회를 주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그의 활약은 점점 더 좋아졌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자, 세민은 선발 역할을 맡겼고, 그 후로 안톤은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믿음의 결과는 14년 만에 로코모티프가 달성한 첫 리그 우승으로 돌아왔다. 안톤은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전에서 제페르손 파르판의 득점, CSKA 모스크바 전에서 마누엘 페르난데스의 득점 등을 도와주면서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형제가 함께 매주 경기를 하게 되자, 러시아 감독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도 안톤을 간과할 수 없게 됐고,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을 상대로 한 대표팀에 선발했다. 스페인과의 흥미진진했던 3-3 무승부 경기에서, 그는 팀 내 가장 많은 드리블을 성공했고, 세 번째 골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대표팀 경기에서 인상적인 출발로 최근 러시아 대표팀의 쌍둥이 선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바실리와 알렉세이 베레주츠키 형제는 오랫동안 러시아 수비의 핵심으로 159 경기에 출전했다. 그들은 2016년 이후 젊은 유망주들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비록 포지션은 다르지만 미란추크 형제가 그 전통을 완벽하게 이어받았다. 형제는 이고르 아킨페예프, 알렉산드르 골로빈, 표도르 스몰로프와 함께, 홈에서 벌어지는 월드컵을 더욱 특별하게 빛내 줄 핵심 선수들이다. 그 동안 선수 생활에 굴곡이 있었지만, 낙오자에서 도움왕으로 변신한 안톤 미란추크의 재능은 이제 큰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전술 분석

‘유로 2016’에서 레오니드 슬르츠키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잉글랜드, 웨일즈, 슬로바키아가 포함된 조에서 꼴찌를 하자, 대회 직후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가 새로운 러시아 감독이 되었다. 부임 직후 체르체소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팀을 재건하겠다는 뜻을 공표했다. 우선 그는 스리백을 도입하고 수비수들의 적절한 조합을 찾기 시작했다.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를 지워나가려는 시도였다. "우리 모두는 포백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지나간 역사를 알고 있다." 자신의 결정을 설명하면서 감독은 말했다. "게다가 러시아프리미어리그 팀의 거의 절반이 스리백으로 경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오랫동안 주전이었던 이고르 아킨페예프가 골문을 지키는 것은 명백하지만, 수비진은 아직 미정이다. 베레주츠키 쌍둥이 형제와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 등 3명의 베테랑이 2016년부터 실질적으로 대표팀을 은퇴함에 따라, 체르체소프는 스파르타크모스크바의 일리야 쿠테포프와 게오르기 지키야, CSKA모스크바의 빅토르 바신과 같은 젊고 경험이 부족한 수비수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비롯해, 체르체소프는 거의 2년 동안 센터백 자리에 10명의 선수들을 기용해 보았다. 바신과 지키야의 부상으로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기 때문에, 누가 3명의 수비수로 결정될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마 감독 자신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른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초에 십자인대가 파열되지 않았다면, 월드컵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출전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그나셰비치는 루슬란 캄볼로프의 제외로 인해, 5월 14일 예비 명단에 극적으로 복귀했다. 결국 최종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다.

러시아의 부상 불운은 최악이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포워드 알렉산더 코코린도 십자인대 수술 후 대회에 불참한다. 코코린은 시즌 초반 제니트 생페테르부르크 소속으로 모든 대회에서 19골을 터뜨리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제 러시아는 다른 곳에서 공격진의 화력을 찾아야 한다. 제니트에서 코코린의 백업인 안톤 자볼로트니는 올 봄 최악의 상태였고, 결국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최종 엔트리 중 제니트에서 아르세날툴라로 임대된 아르템 주바도 체르체소프 감독의 신뢰를 잃은 상태다. 이들이 아니라면 최전방의 첫 번째 선택은 득점력이 좋은 크라스노다르 공격수 표도르 스몰로프가 될 것이다.

미드필드 역시 예측 불가능한 포지션이다. 러시아는 확실히 두 명의 윙백을 사용할 계획이지만, 아직 그 자리는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의 큰 문제는 강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족이다. 사실 로코모티프모스크바의 이고르 데니소프라는 확실한 방안이 있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5년, 두 사람은 디나모모스크바에서 불화가 있었고, 그 이후로 서로 말도 하지 않는다. 데니소프는 러시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체르체소프는 데니소프를 한번도 대표팀에 부른 적이 없고, 그의 미발탁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도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저는 감독이고, 결정은 제가 내리는 것입니다"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대신 체르체소프는 스파르타크의 데니스 글루샤코프를 미드필더로 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글루샤코프는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어쨌든 그 자리가 전문이 아니다. 그는 체르체소프의 스쿼드에서 벤치로 선발되기 때문에, 주전 자리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러시아는 적어도 많은 수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다. 체르체소프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알렉산더 골로빈, 로만 주브닌, 달레르 쿠지야예프, 알란 자고에프와 같은 선수들이 아마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알렉세이 미란추크가 스몰로프 뒤에 설 것이다. 코코린이 부상을 입으면서, 러시아는 공격수 1명, 공격형 미드필더 1명을 내보낸다.

러시아는 안정된 포메이션과 (3-5-1-1 또는 3-5-2) 공격형 미드필더진이 강하다. 또한 수비진에서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압박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나이 많은 윙백들이 아킬레스 건이다. 중앙 수비진은 경험이 부족하고, 특히 공중볼 처리에 취약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예상 베스트11
(3-5-1-1) 아킨페예프(GK) – 그라나트,쿠테포프, 쿠드라쇼프 – 사메도스, 골로빈, 쿠지야예프, 조브닌, 지르코프 – 미란추크 – 스몰로프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골로빈은 팀에서 가장 어린 선수이며, 주전이 확실한 3명(아킨페예프, 스몰로프) 중 한 명이다. 2015년 이후 무명의 유망주에서 러시아 미드필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첼시와 아스날을 포함한 잉글랜드 구단의 이적 루머가 많은 것도 당연한 일이다. 지난 4월 CSKA의 유로파리그 8강전에서, 아스널을 상대로 멋진 프리킥을 성공시키면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는 해외에서 뛰고 싶어하고, 올여름 이적 시장에서 자주 언급될 것이다.

-러시아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16강의 한 자리. 조 추첨 이후 러시아 사람들은 쉬운 조에 속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지만, 12월 이후 모하메드 살라는 세계 최고 선수 중 하나가 되었다. 개최국이 16강에 탈락하게 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비록 A조를 통과하더라도 16강에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을 만날 예정이니, 아마 러시아의 여정은 그 시점에서 끝나지 않을까.

글= 필립 파펜코프(스포르트익스프레스)
에디팅=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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