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영국 가디언(특약)] 풋볼리스트는 영국의 권위지 ‘가디언(Guardian)’이 제공하는 ‘2018러시아 월드컵’ 32개팀 프리뷰를 다음카카오를 통해 독점 공개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 32개 대표팀을 밀착 취재한 각국 전문가가 쓴 '월드컵 프리미어'는 러시아 월드컵을 즐기는데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편집자 주)

 

#키플레이어: 영화감독을 꿈꾸던 소년 할도르손, 아이슬란드를 지켜라

 하네스 할도르손은 20살의 나이에 축구를 그만둘 뻔 했다. 골키퍼로 계속 성장하길 원했지만 그에게 프로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 축구를 너무나 재미있게 즐겼지만 오히려 그는 자신의 꿈을 영화 감독으로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004년 여름, 그는 지역 3부리그 팀의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오늘, 그는 아이슬란드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주요 국제 대회의 골문을 지키고 있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터키 등 힘든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며 무실점 선방을 기록했다.

 

할도르손은 레키야바이크 근교의 작은 도시에서 자라났다. 레이크니르라는 이름의 작은 팀에서 자라난 그는 아이슬란드의 동일 세대 평범한 유소년들처럼 자라났다. 골키퍼에게 딱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것을 중점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곳이다. 아이슬란드 대표팀에서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는 1984년생 3인방은 최근 아이슬란드 축구가 보여준 성공을 이끌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이 할도르손이다. 어린 시절 적절한 유소년 지도자도 없었고, 적절한 실내 훈련장도 없었다. 그저 스스로 공을 들고 거리로 나가 벽에 공을 차고, 돌아오는 공을 막기 위해 홀로 몸을 날렸다.

 

2004년 할도르손은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나섰다. 누미라는 이름의 하부리그 작은 클럽의 코치를 접촉했고, 훈련에 초대받았다. 최소한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할도르손으 “당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입단하지 못했다. 할도르손은 다시 레이크니르로 돌아갔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경기에 나설 기회를 받은 그는 엄청난 실수로 팀의 승격을 날려버렸다. 그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어 보였다. 할도르손은 “나를 아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오직 내 자신만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었다”라고 당시를 이야기했다.

 

계획을 세워야 했다. 할도르손은 부친과 마주 않아 아이슬란드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부친은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도록 도왔다. 먼저 아이슬란드의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몇 안 되는 골키퍼 중 한 명이 되고, 이후 ‘특별한 일’을 해내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의 우상인 쟌루이지 부폰과 맞서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꿈은 결국 거의 현실로 이뤄졌다. 유로 2016에서 잉글랜드를 격파하고 는 8강에서 잉글랜드를 만나 위고 요리스와 상대했다. ‘특별한 일’ 해낸 것이다.

할도르손은 자신이 그린 계획에 따라 착실히 길을 걸었다. 2011년 레키아바이크에서 활약하며 아이슬란드 프리미어디비전에서 최고의 선수로 뽑혔다. 팀은 더블을 달성했다. 같은 해 가을, 국가대표팀의 골키퍼 중 한 명이 징계로 인해 자리를 비웠고, 또 다른 한 명이 부상으로 스쿼드에서 제외되며 할도르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유로 2012 예선 사이프러스와의 경기에서 할도르손은 아이슬란드의 골문을 지켰고,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가 장식한 대표팀에서의 첫 걸음이다.

 

할도르손의 재능은 축구장에만 있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연출자의 꿈을 구체적으로 시작해다. 걸밴드 닐론의 뮤직비디오를 무료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후 많은 작품을 만들었는데, 어떤 작품은 TV 광고 작품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국가대표팀에 선발된 후에도 연출자로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 프로 선수들”이라는 제목의 TV 시리즈가 만들어졌는데, 할도르손과 동료들이 직접 출연해 아이슬란드의 다양한 축구 선수들을 만나는 내용이었다. 훗날 대표팀에서 할도르손의 룸메이트가 된 아이두르 구드욘센과 같은 선수들이 출연했다. 할도르손은 에밀 할프레드손 역시 출연시킬 계획을 세웠지만, 처음 대표팀에서 만난 후 다소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자 그를 제외시켰다.

 

할도르손은 빠르게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성장했다. 라르스 라예백 감독을 거쳐 2011년 하이미르 할그림손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에도 그에 대한 믿음은 이어졌다. 주전 골키퍼인 할도르손의 입지는 탄탄해 보였다.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강한 동기를 끌어낼 수 있는 선수였고, 경기 전에는 팀 전체에게 긍정적인 이야기로 분위기를 북돋았다. 경기 중에는 골문을 탄탄하게 지키며 믿음을 줬다. 유로2016에서도 그랬고, 러시아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랬다. 그는 9경기에서 불과 5실점만을 허용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자신이 가진 흥미를 그라운드에 가져오기도 했다. 아이슬란드 선수들로 하여금, 경기를 2~3일 앞두고 함께 새로운 영화를 보는 전통을 만들었다. 할도르손은 아이슬란드의 영화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만든 영화 에베레스트를 가장 먼저 팀 동료들에게 보여줬고, 며칠 후 아이슬란드는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를 격파했다.

 

할도르손은 2014년에야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노르웨이, 네달란드를 거쳤다. 그리고 지난 2년간 덴마크에서 활약했다. 아이슬란드에서 그는 기적을 이끈 선수였다. 부친과 함께 약속한 ‘특별한 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올 여름, 러시아를 기대해보자.

#전술 분석

아이슬란드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하지만 스쿼드의 선수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함께 굵직한 경험을 쌓아왔다. 대표팀에서 함께 출전 횟수를 늘렸고, 주요 대회에서 함께 희비를 맛봤다. 본선에 오른 국가들 중 어쩌면 가장 작은 국가일 수는 있겠지만, 라예백 감독부터 2011년 말 지휘봉을 잡은 할그림손 감독을 거치며 눈에 띄는 발전을 했다. 팀은 대부분 비슷한 선수들로, 비슷한 포메이션과 전술을 바탕으로 자라났다. 이 선수들은 올 여름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다. 마치 '유로 2016'에서 모두를 놀라게 만들며 8강에 올랐던 것 처럼 말이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하다. 조별예선을 통과하는 것이다. 조별예선을 통과한다면 우리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두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미 아르헨티나,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중 이미 두 나라를 따돌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던 날, 할그림손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포부였다.

 

유로 2016 이후 아이슬란드의 공동 감독에서 사임한 라예백 감독은 4-4-2 전술을 즐겼다. 할그림손 감독은 종종 강한 팀을 상대로 4-5-1 전술로 변형을 시도했다. 주장인 아론 군나르손으로 하여금 수비를 조금 더 돕게 하고, 패스에 자신이 있는 에밀 할프레드손이 돕도록 했다. 이들 앞에는 길피 시구르드손이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프리롤을 부여했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두 명의 선수인 군나르손과 시구르드손은 중원에서 수 년간 완벽한 조합을 보여줬다. 하지만 월드컵을 앞두고 나란히 부상을 입기도 했다. 둘 중 한 명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아이슬란드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 할프레드손, 브야르나손이 대신 나설 수 있다.

 

부상이 없다면 브야르나손과 요한 베르그 구드문드손은 측면에서 윙어로 활약할 것이다. 구드문드손은 언제나 위협적인 왼발을 보여왔다. 하지만 브야르나손은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다. 둘은 모두 수비적으로도 좋은 능력을 갖추었다. 둘의 활약은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팀의 주요 공격수인 욘 다디 보드바르손은 늘 거침없는 질주를 선보인다. 또한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하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득점 능력을 가진 선수 중 한 명으로 우뚝 서 알프레드 핀보가손 역시 나설 것이다. 아이슬란드는 기본적으로 수비적으로 나서겠지만, 이들을 활용한 완성도 높은 역습과 세트피스를 선보일 것이다. 여기에 인간투석기처럼 뛰어난 군나르손의 드로인 능력도 힘을 보탠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잘 짜여진 조직력을 선보일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선수 개인의 능력 역시 뛰어나다. 황금 세대를 맞이한 미드필더와 공격진은 러시아에서 다시 한 번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골키퍼 할도르손은 지난 6년 동안 아이슬란드의 든든한 수문장 역할을 했다. 그의 앞에는 친구이기도 한 아르나손과 라그나르 시구르드손 조합이 중앙 수비를 맡고 있다. 둘의 조합은 유로2016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스베리르 인가손이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며 한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 역시 팀의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다. 호르두르 마그누손은 큰 키와 함께 기술도 뛰어난 레프트백으로 활약할 것이다. 동시에 팀의 선발 라인업에서 가장 어린 선수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빠른 발을 가진 사에바르손은 라이트백으로 나설 것이다.

 

 

#예상베스트 11

(4-4-1-1) 할도르손(GK)-사에바르손, 아르나손, R 시구르드손, 마그누손-구드문드손, 군나르손, 할프레드손, 브야르나손-시구르드손-보드바르손

 

#Q&A

-어떤 선수가 월드컵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까?

요한 구드문드손은 최근 몇 해 동안 아이슬란드 국가대표팀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 선수로 성장했다. 그의 왼발은 러시아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 번리에서 활약한 그는 팀에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안기기도 했다. 길피 시구르드손이 아이슬란드의 공격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구드문드손은 그가 가진 기술 스피드, 슈팅, 패스 등 모든 능력을 바칠 것이다 물론 수비적인 능력 역시 기대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의 현실적인 목표는 어디쯤이 될까?

16강 진출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랜 기간 함께 손발을 맞춘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장점이지만, 이는 선수들 모두가 경기에 앞서 얼마나 각자 잘 준비가 되었고, 좋은 컨디션을 보이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글= 신드리 스베리손(모르군블라디드)

에디팅=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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