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상징적인 대회다. UCL 결승전은 유럽 모든 리그가 끝난 뒤 진짜 주인을 가리는 의식 같은 경기다. 이번에는 이런 의미에 매우 잘 어울리는 두 팀이 결승에 올랐다. 두 팀은 어떻게 UCL 결승전을 바라보고 있을까? 두 팀은 어떤 인연이 있을까? ‘풋볼리스트’가 이야기를 모았다.

역대 UCL에서 가장 막강한 팀은 의심의 여지없이 레알마드리드다. 그렇다면 UCL이 가장 애틋하고, 우승이 가장 감동적인 팀은? 팀 역사와 현재 멤버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리버풀이다. 리버풀이 진출했기 때문에 이번 결승전은 뜨거운 드라마가 될 것이다.

리버풀은 UCL 역대 우승 횟수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전통적 강호다. 절대 1위 레알의 12회 우승에는 못 미치지만 7차례 결승전 중 5번 승리하며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리버풀의 흥망성쇠가 모두 UCL 도전기에 담겨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에게도 UCL 결승전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리버풀 주축 멤버 대부분은 UCL 우승과 같은 거대한 영광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이다. 활기 넘치는 도전자들의 팀으로 재탄생한 명문 구단, 스포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전형적인 팀이다. 그게 지금의 리버풀이다.

#UCL 우승에 담긴 영광과 아픔

잉글랜드 축구의 지배자는 시대에 따라 여러 번 변했다. 1930년대에는 아스널, 1960년대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1970년대에 리버풀, 1980년 즈음 잠깐 노팅엄포레스트, 1990년대부터 다시 맨유 등 여러 팀이 돌아가며 정상을 차지했다.

그들 중 자국리그를 넘어 유럽에서 경쟁력을 증명한 가장 대표적인 팀이 리버풀이다. 리버풀은 1977, 1978, 1981, 1984년 결승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이때까지 결승에 진출했다 하면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전성기 리버풀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들보다 한 발 나아간 축구를 했다. 영국의 전통적인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짧은 패스 플레이와 공격적인 빌드업 방식을 구축해 나갔다. 빌 샹클리, 밥 페이즐리 감독이 이끌던 시절이다.

리버풀의 몰락, 나아가 잉글랜드 축구의 몰락 역시 UCL 결승전에 담겨 있다. 1985년 벨기에 헤이젤에서 열린 리버풀과 유벤투스의 결승전에서 서포터 3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났다. 유명한 헤이젤 참사다. 이때 내려진 유럽대항전 참가 금지 징계는 잉글랜드 축구 전체가 1990년대 후반까지 침체되는 계기가 되어 버렸다.

리버풀의 UCL 도전에는 분명 특별한 뭔가가 있었다. 리버풀은 1990년 이후 한 번도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우승하지 못한 팀이다. ‘명문이지만 우승후보는 아닌’ 팀으로 전락해 있을 때, UCL 우승이 먼저 찾아왔다. 2004/2005시즌 전력을 뛰어넘는 희한한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두 시즌 뒤에도 또 결승에 올랐다. 자국 리그 성적에 비해 UCL에서 가장 강한 팀이 리버풀이다. UCL 우승은 21세기 리버풀의 자존심이었다.

#위르겐 클롭과 도전자들

클롭 감독은 독일분데스리가에서 영광을 누렸지만, UCL에선 아쉬운 경력을 갖고 있다. 몰락한 명문이던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두 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끈 뒤 바로 다음 시즌인 2012/2013시즌, UCL에서 멋진 공격 축구로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독일 최강자 바이에른뮌헨에 밀려 우승을 놓쳤다. 클롭 감독 인생에서 가장 큰 트로피가 그렇게 무산됐다.

클롭 감독은 리버풀로 직장을 옮긴 뒤에도 유럽대항전 결승에 진출했다. 2015/2016시즌, UCL은 아니고 UEFA 유로파리그였다. 이번 결승은 ‘터줏대감’ 세비야에 밀려 우승에 실패했다. 그리고 두 시즌 뒤 UCL 결승 진출을 달성했다.

감독만큼 유럽대항전 결승전이 아쉽진 않지만, 선수들에게도 이번 결승은 특별하다. UCL 우승 경력이 4회나 되는 레알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달리 리버풀 스리톱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의 우승 횟수는 모두 합쳐 0회다. 이 세 선수는 UCL은 고사하고 빅 리그 우승 경력도 전혀 없다. 특히 피르미누는 선수 경력을 통틀어 그 어떤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다. 마네와 살라의 모든 우승 경력은 각각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리그 시절에 달성한 것이다.

리버풀은 철저한 도전자 입장에서 낯선 UCL 결승을 치른다. 유럽 최고 명문 중 하나인 리버풀은 1985년 결승전에서 일어난 사고의 여파에서 30년 넘게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CL에서는 능력 이상의 경쟁력을 발휘하는 신기한 팀이었다. 구단 역사에 거대한 영향력을 미쳐 온 UCL 결승이라는 무대에 리버풀이 다시 섰다. 이번에도 그들은 도전자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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