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리그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도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학연과 지연과 혈연 때문이 아니다. 경쟁자들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유럽 빅리그 경쟁보다 국가대표 선발 경쟁이 더 치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집안 싸움이 치열한 나라와 그 슬픈 사연의 주인공이었거나 이 후보자를 모아봤다.

유럽의 대표적인 축구 강국으로 꼽히는 잉글랜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은 뛰어난 기량을 가진 공격수들을 많이 보유해왔다. 그러나 자국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다고 해서 메이저대회 출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팀 내 경쟁이 치열하다거나,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는다거나, 다른 여러 이유로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탈락한 공격수들을 소개한다.

 

대런 벤트(잉글랜드) : 24골이나 넣고도 월드컵에 못나간다고?

벤트는 메이저대회와 인연이 없는 대표적인 공격수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통산 277경기에 출전해 106골을 넣을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월드컵 최종 명단에서 번번히 탈락했다.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둔 2005/2006시즌에는 찰턴애슬래틱에서 뛰며 잉글랜드 선수 중 가장 많은 18골을 넣었지만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A매치 경험이 전무했던 시오 월콧을 선택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도 벤트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09/2010시즌 선덜랜드에서 뛰며 24골을 넣었고, 해당 시즌 EPL 득점 3위에 올랐다. 잉글랜드 선수 중에는 웨인루니(26골) 다음으로 많은 득점이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공격수인 앨런 시어러가 “오랜 기간 꾸준하게 골을 넣어온 벤트는 월드컵에 나갈 자격이 있다”라고 평가할 만큼 컨디션이 최고조였다. 그러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벤트보다 골을 적게 넣은 저메인 데포(18골), 피터 크라우치(8골), 에밀 헤스키(3골),를 월드컵 본선에 데려갔다.

 

파브리치오 미콜리(이탈리아) : 창의적인 공격수는 마르첼로 리피와 맞지 않아

미콜리 역시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비운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미콜리는 2009/2010시즌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팔레르모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9골을 넣었고, ‘2009/2010 세리에A’ 득점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득점왕을 차지한 안토니오 디나탈레(29골) 다음으로 많은 골을 넣은 이탈리아 선수가 미콜리였다.

 

이탈리아 언론은 체구는 작지만 개인 기술과 돌파가 뛰어나고 결정력까지 갖춘 미콜리를 월드컵에 데려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리피 감독은 그를 배제했다. 리피 감독은 창의적인 선수들 대신 키가 크고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공격수를 선호했다. 그 결과 잠파올로 파치니,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빈첸조 이아퀸타가 리피 감독의 선택을 받았고, 미콜리와 안토니오 카사노,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케빈 쿠라니(독일) : 문제아는 아무리 잘해도 뽑지 않는다

쿠라니는 자신의 화를 못 참고 문제를 일으켰다가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케이스다. 쿠라니는 2008년 10월 독일과 러시아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럽 예선 경기 도중 자신을 선발 출전 시키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대표팀을 무단으로 이탈해버리는 돌발행동을 저질렀다. 당시 요하임 뢰브 감독은 크게 화를 내며 “쿠라니를 다시는 대표팀에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쿠라니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분데스리가 33경기에서 18골을 넣으며 득점 4위에 올랐다. 독일 선수 중에서는 슈테판 키슬링(21골)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었다. 그러나 뢰브 감독은 쿠라니를 대표팀에 선발하지 않았다. 대신에 쿠라니보다 적은 골을 넣은 루카스 포돌스키(2골), 미로슬라프 클로제(3골), 마리오 고메즈(10골), 카카우(13골)가 본선 무대를 밟았다. 분데스리가 득점왕 키슬링도 전술상의 문제로 본선에서 2경기 교체출전에 그쳤다.

 

앙드레-피에르 지냑(프랑스) : 쟁쟁한 해외파에 밀린 국내파 골게터

지냑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이어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2연속 출전을 꿈꿨지만 해외파 공격수들에 밀려 최종 명단에 들지 못한 케이스다. 지냑은 ‘2013/2014 프랑스 리그앙’에서 16골을 넣으면 득점 2위에 올랐다. 2010년 이후 A매치 출전이 1경기 그쳤던 지냑 입장에서는 월드컵 출전을 기대해 볼만한 활약이었다.

그러나 지냑은 해외파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해외리그 빅클럽에서 뛰는 앙투안 그리즈만(레알소시에다드, 17골), 카림 벤제마(레알마드리드, 17골) 올리비에 지루(아스널, 16골), 로익 레미(뉴캐슬유나이티드, 14골)를 선택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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