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리그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보여도 월드컵 본선에 가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 학연과 지연과 혈연 때문이 아니다. 경쟁자들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유럽 빅리그 경쟁보다 국가대표 선발 경쟁이 더 치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집안 싸움이 치열한 나라와 그 슬픈 사연의 주인공이었거나 이 후보자를 모아봤다.

월드컵에 선발되는 공격수는 보통 투톱 전술을 기준으로 4명이다. 즉 해당 나라에서 월드컵을 앞두고 ‘4짱’ 안에 들어야 월드컵 무대에 오를 수 있다. ‘5짱’ 부터는 탈락이다. 브라질은 레전드급 공격수도 5짱이 되기 힘든 나라다.

가장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1/2002시즌, 독일분데스리가 득점 10위권에 브라질 선수가 4명이나 있었다. 득점왕 마르시우 아모로주를 비롯해 제오바니 에우베르, 아일톤, 마르셀리뉴였다. 이들 중 어느 선수도 월드컵에 나가지 못했다. 에우베르는 너무 유럽식에 물들어버린 플레이스타일 때문에 저평가를 받았다. 분데스리가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공격수인데도, 브라질에서는 ‘골만 잘 넣을 뿐 다른 건 할 줄 모르는’ 선수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아일톤은 2003/2004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하며 베르더브레멘을 우승시켰는데도 브라질 대표팀 데뷔조차 못했다.

브라질은 1990년대 말부터 호마리우, 베베투, 히바우두, 호나우두 같은 괴물들이 공격진을 형성하던 팀이었다. 2선에도 호나우지뉴, 카카 등이 있었다. 감독 취향에 맞지 않으면 세계적인 선수라도 가차 없이 제외될 수 있는 나라였다.

‘골목대장’ 중 역대급 선수인 마리우 자르데우도 대표팀과는 인연이 멀었다. 자르데우는 포르투의 전설이다. 포르투에서 네 시즌 뛰었는데 그중 세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다. 1999/2000시즌에는 무려 32경기 38골을 몰아치며 대회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썼다. 유럽 모든 리그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공격수를 뽑는 유로피언 골든 부트를 두 번이나 수상했는데, 이건 브라질 국적 공격수 중 자르데우만 가진 기록이다. 그러나 브라질 대표팀에서 보기에는 빅리그도 못간 선수일 뿐이었다.

자르데우의 뒤를 잇는 현역 선수가 조나스다. 조나스는 현재 벤피카 소속으로 포르투갈 리그를 평정하고 있다. 27라운드까지 무려 31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위 선수들과 달리 ‘임팩트’가 강한데도 대표팀에 못간 선수들 역시 여럿 존재한다. 그중 대표적인 선수는 데포르티보라코루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자우미냐다. 자우미냐는 브라질 국민들이 환장하는 화려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진 선수였다. 패스를 사포로 할 정도로 괴상한 상상력과 그걸 실행할 만한 기술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괴팍한 성격이 문제였다.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결국 자우미냐를 제외하기로 했다. 그 자리는 당시 애송이였던 카카에게 돌아갔다.

브라질도 늘 화려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2006 독일월드컵’을 마지막으로 호나우두가 은퇴하고 아드리아누가 자꾸만 선수보다 갱스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격진의 맥이 끊겼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같은 암흑기에는 루이스 파비아누만 믿어야 했다. 파비아누 역시 수준급 공격수지만 위에서 대표팀에 탈락한 아모로주, 에우베르, 아일톤의 전성기에 비하면 더 낫다고 하기 힘든 선수였다.

이때 끊긴 맥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부활하지 못했다. 최고 스타 네이마르는 섀도 스트라이커나 윙어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다. 치치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화려한 스타를 놓기보다 네이마르의 좋은 파트너를 찾는데 집중했다. 가브리엘 제주스가 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며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제주스의 경쟁 상대는 역시나 2선 자원 출신인 호베르투 피르미누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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