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은 수비 전술의 ‘디테일’이 부족해 북아일랜드에 두 골을 내줬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유지하되, 부족한 부분만 보완하면 한결 나은 수비를 할 수 있다. 평가전의 소득이다.

24일(한국시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위치한 윈저 파크에서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북아일랜드에 1-2로 패배했다. 한국은 전반 7분 권창훈의 선제골로 승기를 잡았다. 전반 20분 김민재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뒤에도 우세한 경기를 했다. 그러나 계속된 공격에도 득점에 실패했고, 후반 41분 폴 스미스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두 차례 실점 상황은 한국 수비가 월드컵에서 대비해야 하는 점을 잘 보여줬다. 보완해야 하는 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보였기 때문에 소득이 분명한 평가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 실점은 북아일랜드의 인상적인 세트피스에 당했다. 북아일랜드의 약속된 플레이가 아이디어도 좋았고 완성도 역시 높았다. 북아일랜드는 직접 프리킥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두 명이나 킥을 하는 척하고 공을 지나쳐갔고 세 번째 키커가 실제로 공을 찼다. 이때 첫 번째로 공을 지나쳐 간 조지 세빌이 한국 수비벽 옆에 붙어 일종의 스크린 플레이를 했다. 두 번째로 공을 지나쳐 간 제이미 워드에게 스루 패스가 제공됐다. 세빌이 한국 수비수들의 이동 경로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워드는 노마크 상태에서 크로스를 할 수 있었다. 세빌의 스크린 플레이는 정지 상태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진로방해가 아닌 정당한 플레이였다. 결국 북아일랜드의 좋은 크로스가 김민재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A매치뿐 아니라 프로 대회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잘 짜여진 세트피스였다. 신태용 한국 감독은 앞서 연령별 대표를 지도할 때부터 다양한 세트 피스 패턴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전에서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이날 북아일랜드의 약속된 플레이는 아이디어가 좋았고, 실행에 큰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좋은 전략이었다. 신 감독에겐 참고가 될 수 있다.

상대가 약속된 플레이를 할 때 대처법을 다양하게 강구해둬야 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교훈을 준 실점이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은 북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수비가 좋고, 공격 루트가 부족한 팀이다. 세트피스를 다양하게 마련해 올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실점은 후반 막판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시점에 허용했다. 한국은 5명, 북아일랜드는 6명을 교체하며 경기 시작 당시와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 뒤였다. 두 팀 모두 전술이 달라진만큼 집중력을 갖고 임기응변으로 각 상황에 대처해야 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의 롱 패스에 장현수가 선제 방어를 하지 못했고, 김민재는 커버 플레이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모든 경기가 예상대로 흘러갈리는 없다. 북아일랜드보다 강한 상대를 계속 만나야 하는 만큼, 상대 공격전술에 휘둘리다보면 임기응변으로 경기 막판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늘 발생할 수 있다. 수비진의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한국 수비가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 건 아니었다. 4-4-2 포메이션에 바탕을 둔 한국의 경기 접근법은 여전히 유효했다.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압박과 좁은 간격, 수비진의 적절한 전진과 후진이 어우러지면서 한국은 상대가 활동할 공간을 줄이고 괜찮은 압박 수비를 해냈다. 큰 틀은 유지하되 세부 사항에서 개선한다면 한결 나은 수비를 할 수 있다. 북아일랜드전은 교훈을 주는 경기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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