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FC서울 미드필더 이상호는 작년까지 수원삼성 소속이었고,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빅버드’를 방문했다. 그에게 쏟아진 건 수많은 야유와 물병 몇 개였다.

12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6라운드를 가진 서울이 수원에 1-0으로 승리했다. 이상호는 후반 45분까지 소화한 뒤 다리에 쥐가 나 경기 종료를 앞두고 김원식과 교체됐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이상호의 활약에 100% 만족한다”고 할 정도로 핵심적인 선수였다.

이상호는 수원에서 7년 동안 활약한 선수다. 올해 초 서울 이적이 알려졌을 때 양팀 팬들에게 모두 충격을 안겼다. 수원 시절 라이벌 서울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서울 팬들에게 해명을 했을 정도였다.

이상호는 서울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빅버드 원정 경기를 가졌다. 수원 서포터들은 기다렸다는 듯 이상호를 조롱하고 자극하는 노래를 불렀다. K리그에서 가장 조직적이기로 유명한 서포터들은 ‘슈퍼 매치’를 맞아 N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숫자가 많았고, 응원의 조직력이 좋기로 소문난 수원답게 가사가 한 음절씩 또박또박 전달됐다.

이상호도 야유를 잘 알아들었다. “야유가 나올 걸 예상하고 있었다. 역시다 쏟아지더라. 의식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나왔는데 신경이 쓰였다. 후반에 몸이 풀려 좀 더 좋은 경기를 했다. 마지막에 쥐 나서 교체되지만 않았으면 더 활기차게 경기할 수 있었을 거다.”

이상호는 골을 넣고 싶다는 욕망, 세리머니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품고 경기를 소화했다. 골에 근접한 상황도 있었다. 선제결승골이 된 곽광선의 자책골 상황이다. “광선이 형 발에 맞고 공이 골대 쪽으로 갈때, 내심 ‘골대 맞고 나와라’라고 생각하며 문전으로 들어갔다.” “세리머니는 7년 간 있던 팀에 대한 매너가 아닌 것 같다. 오늘도 골은 넣고 싶었지만 세리머니는 자제하려 했다.”

경기가 끝나고 이상호는 혼자 수원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러 갔다. 야유가 쏟아졌다. 이상호는 야유하는 팬이 70% 정도였다고 기억하지만, 동행한 서울 관계자는 야유가 90% 정도였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기엔 7 대 3이었다.”

수원 팬 중 일부가 물병을 던졌다. 이상호는 특유의 당당한 태도로 물병을 주워 목을 축였다. “안 좋은 반응이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인사드리러 간 거다. 인사를 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았다. 물병이 날아왔는데, 난 마침 목이 말랐다. 고맙게 마셨다. 물병 던지지 말라고 말리는 분들도 계시더라. 감사드린다. 앞으로 팬들 위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거다.”

긴장감을 즐기는 이상호는 다음 슈퍼매치를 고대하고 있다. 슈퍼매치를 또 가질 수 있다는 건 두 팀이 상위 스플릿에서 만난다는 뜻이다. 상위 스플릿은 32라운드에 6위 이상을 지켜야 진출할 수 있다. 서울은 현재 5위다. 장담할 수 없다.

“제발 또 붙었으면 한다. 상위 스플릿에서. 그땐 골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세리머니는 자제하고.”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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