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6/2017 시즌의 EPL은 더욱 그렇다. 절대강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23일(한국시간) 발표된 모하메드 살라의 이적은 구매측 리버풀, 판매측 AS로마에 모두 이적료 신기록이다. 로마의 상세한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적료는 4,200만 유로(약 535억 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옵션 금액이 800만 유로(약 102억 원)다.

살라를 피오렌티나로부터 2,000만 유로(약 255억 원)에 영입했던 로마는 최대 3,000만 유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한편 자료에 없는 살라의 연봉은 연간 550만 유로(약 70억 원)로 알려져 있다. 리버풀 입장에선 꼭 성공시켜야 하는 선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놀라운 속도를 지녔다”며 리버풀 공격을 더 강화시켜 줄 거라고 기대했다.

살라의 지난 시즌은 훌륭했다. 세리에A에서 2,487분 동안 15골 11도움을 기록했다. 약 96분마다, 즉 풀타임 기준으로 매 경기 골이나 도움을 하나씩 기록한 셈다. 도움과 결정적인 패스(경기당 2.3개)는 지난 시즌 세리에A 2위였다. 2010년 자국 리그에서 프로 데뷔한 뒤 최고 성적이다. 윙어 중 최상위권의 득점과 도움 능력을 겸비한 살라는 이집트 축구를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로마가 가장 오래 가동한 3-4-2-1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중 한 자리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라자 나잉골란의 차지였다. 나머지 한 자리는 나잉골란과 원톱 에딘 제코 사이에서 혼자 돌격대장 역할을 맡아야 하는 부담스런 위치였다. 살라는 스테판 엘샤라위, 디에고 페로티보다 많은 시간 동안 출장하며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다만 로마의 전술은 리버풀과 거의 정반대였기 때문에 살라는 여러 측면에서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 리버풀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는 팀이고, 로마는 많이 내리는 팀이었다. 지난 시즌 살라는 상대 수비의 배후 공간으로 전력 질주하는 플레이가 특기였다. 살라는 압도적인 주력을 지녔기 때문에 상대 수비가 여러 명 있더라도 단숨에 헤치고 나가 골키퍼까지 공략할 수 있었다. 리버풀에선 좀 더 조직적이고 섬세한 공격을 병행해야 한다. 살라는 이 부분에서 약점이 있다.

압박의 강도 역시 살라에겐 생소하다. 로마는 전방압박의 강도가 약한 편이고, 살라는 제코와 함께 비교적 전방에 남겨져 있었다.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라는 주문을 강하게 받지 않았다. 덕분에 질주에 필요한 에너지를 비축했다가 단숨에 뛰어나갈 수 있었다.

리버풀은 클롭 감독의 유명한 전술 ‘게겐 프레싱’을 하는 팀이다.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아 와야 한다. 살라는 수비 라인을 덜 끌어올리는 편인 세리에A에서 전성기를 맞은 선수다.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경기당 태클 0.8회, 가로채기 0.4회, 파울 0.9회를 남겼다. 평범한 윙어의 기록이었다.

살라의 이런 조건은 1년 전 리버풀에 합류해 ‘대박’으로 판명된 사디오 마네와 큰 차이를 보인다. 마네는 레드불잘츠부르크에서 급성장할 때부터 전방 압박에 최적화된 선수였다. 클롭 감독은 보루시아도르트문트를 지휘하던 시절부터 마네 영입을 원했다. 클롭 감독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선수다.

반면 살라는 미지수가 더 많은 영입이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경험(2013/2014)이 있지만 당시 첼시에서 실패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딱히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리버풀식 압박 축구에 맞게 경기장 위에서 수비 대형을 잡는 법, 상대에게 언제든 달려들어 공을 빼앗는 집중력, 돌파 후 왼발슛이라는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 방식을 다변화하는 법, 좁은 공간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법 등 새로 보여줘야 하는 능력이 많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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